Wednesday, May 6, 2020

CB400 프레임 오버홀 #16 - 프레임 도장 후 첫 시동. 성공!


15편에 이어.

캬브가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들어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메인 배선때문에 필터하우징이 뒤로 안 밀려서 그런건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넣지?
그리고 나도 작년에 몇 번 캬브 작업을 했는데, 그 때는 어떻게 했을까?

전에 캬브 작업한 사진을 찾아보았다.

이런!
이번에 메인 전선을 필터하우징과 프레임 사이에 넣은 것이 패착이었다.
메인 배선이 필터 하우징 위로 지나간다. ㅋ
이러니 가뜩이나 좁은 저 공간이 아예 없어져서 캬브 넣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커넥터 부츠도 저 위치에 있었다.
나는 이번에 엔진에서 올라오는 커넥터들을 프레임 왼쪽 아래로 뺀 바람에, 저 부츠 커넥터를 프레임 왼쪽에 두고 연결했지만, 엔진에서 올라오는 커넥터 들은 CDI 좌측을 통해서 상부로 올라와서 연결되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메인 배선과 커넥터 부츠의 위치는 매뉴얼에 다음과 같이 표시되어 있다.
커넥터 부츠의 전선 인입 부위가 우측 프레임 쪽으로, 입구가 좌측 프레임 쪽으로 수직이 아닌 수평 방향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이번에 이렇게 재 장착해야겠다.

이렇게 캬브 장착을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고, 우선 리튬인산철 21A 배터리팩에 전극을 설치한다.

팩은 배터리 공간에 들어가지만, 전극을 넣을 자리가 없다.
빨간색 공간에 들어가야 하지만, 그 공간이 좁다.

전극을 좀 길게 만들어서 툴박스 공간에 전극이 빠져나오게 해보자.
전극 자체는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배터리 하나 당 1.5mm2 전선 2개를 납땜한 다음 전극을 구성하기로 했다.
즉, 전극 하나에 1.5mm2 전선 6가닥이 나오는 것이다.

그 끝에는 M6 사각 너트를 납땜하기로 했다.
이렇게.

원래는 납땜이 버틸까 싶어서 알루미늄 용접봉으로 용접을 하려 했으나, 펜토치로 했더니 열량이 모자라서 잘 안 녹는다.

그래서 실패.
할수없이 용접하려다가 실패한 부분을 잘라내고 납땜으로 시도했으나, 너트에 잘 붙지 않는다.
비장의 카드로 가지고 있는 알미트 납으로 시도해서 성공했다.
이것으로 이렇게 납땜을 한다.


양극, 음극 둘 다 만든다.
문제는 실패해서 자른 것 때문에 음극은 짧아졌다. ㅋ

전지의 케이스는 음극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양극 전극이 전지 껍데기 비닐에 닿아서 뚫리면 쇼트가 되어 큰 일 난다.
그래서 양극 안 쪽의 전지 표면에 절연 테이프를 몇 겹 붙이고,

그 밖으로 절연 테이프로 칭칭 감고, 전극이 힘을 받아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케이블 타이로 꽉 둘러서 묶는다.

이것을 들고 가서 배터리 박스에 넣어 본다.

저 배터리 커버의 빨간 부분을 잘라내서 전극을 나오게 해서 연결하면 될 것 같다.
전지 상부에는 공간이 전혀 없다.

우선 이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렇게 배터리까지 마련해 놓고, 바이크로 가서 캬브 넣기 다시 시도.
우선 캬브를 빼고,

메인 배선을 에어필터 하우징 위로 올리고 사진처럼 커넥터 부츠를 배치한다.

그 다음 캬브 넣기 다시 시도.

오! 훨씬 수월하다!
지난 번에 메인 배선때문에 그 개고생을 하며 혼다를 무지하게 욕했는데, 혼다 잘못이라기 보다는 결국 내 실수가 원인이었다. ㅋ

캬브가 인슐레이터 고무에도 각도 없이 잘 장착되고, 에어필터 하우징 구멍도 쏙 들어갔다.
이 상태에서 하우징 고정 볼트 구멍도 잘 맞는다.
굿!

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이지 혼다가 이 부분을 잘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에어필터 하우징의 빨간 부분만 1cm만 더 깍았어도 넣기가 정말 수월했을 것이다.
이 에어필터 하우징은 왜 이리 큰지 모르겠다.

이렇게 캬브와 에어필터 하우징이 안착된 상태에서 커넥터 부츠의 커넥터들을 연결하는데, 커넥터 하나가 매우 짧다.
다른 것도 짧지만 이 커넥터가 유독 짧다.
흰-황색 전선과 황색 전선으로 이루어진 2P 커넥터이다.
매뉴얼을 보니, 펄스제너레이터에서 오는 전선이다.

이 전선인데, 더 당기려해도 어딘가 걸려서 안 나온다.
펄스제너레이터는 중요한 신호선인데, 끊어지면 큰일이다.
어디엔가 눌린 것 같다.
이렇게 다니다가 저 전선이 끊어지면 언젠가 엔진이 설 가능성이 있다.
엄청 고민했다.

이 전선을 확인하려면 스타트 모터를 뜯어야 하고, 스타트 모터를 뜯으려면 수냉관련 호스들을 대거 뜯어내야 하기때문이다.

CB400의 멋진 설계가 여기 또 하나 있다.
스타트 모터 브러시를 교체하려면 수냉 라인까지 뜯어야 하고, 따라서 냉각수도 교환해야 한다.
이러니 고민을 하지. ㅋ

고민 고민하다가 워낙 중요한 신호선이라서 뜯어서 상태 확인을 하기로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얼마나 씹혀 있는지.
게다가 어차피 라디에이터 교환하느라고 냉각수는 모두 빠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냉각수를 새로 넣어야했기때문이다.

CB400 오너들이여.
잘 알아두자.
냉각수 교체해야 할 일 있으면, 그 참에 캬브 뜯어서 오버홀 하고, 스타트 모터 브러쉬까지 교체해 놓는 것이 중복 정비비용이 덜 든다. ㅋ

마음을 먹었으면 일단 뜯자.
1번 파이프를 떼고, 2,3번 호스를 3 way joint에서 분리한다.

혼다의 병 맛 설계 하나 더 추가.
스타트 모터 엔진 쪽 마운트 볼트를 풀려면 이리도 복잡하게 복스를 걸어야 한다.
자칫하면 텐셔너도 뜯어야 할 판이다. ㅋ
간신히 들어간다.

그리고 남은 볼트 하나도 마저 풀고, 스타트 모터를 우측으로 당기면 쏙 빠진다.


범인 잡았다.
스타트모터에 눌려 있었다.

지난 번에 스타트 모터 브러쉬 교체할 때 저 전선이 스타트 모터 밑으로 깔렸었나보다.

이 펄스제너레이터 선은 원래 내가 살 때부터 누군가 만져 놓아서 상태가 안 좋았었다.
어정쩡하게 테이핑이 되어 있었다.
이 참에 테이핑해 놓은 것 싹 까서 상태를 보기로 했다.

허허 참...
전에 누군가가 이 선을 까서 여기다 뭔가를 연결했었나보다.

RPM 게이지 였던 것 같다.
전선 피복을 까서 이렇게 해 놓는 인간들이 제일 싫다.
이 전선은 복구가 안된다.
커넥터 찝기 전에 보호 피복을 씌운 것이라서 일단 보호 피복을 저렇게 잘라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원 상태로 수습이 불가다.
지저분하게 테이핑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ㅋ

할 수 없다.
최대한 테이핑 꼼꼼히 해서 양 끝을 케이블 타이로 묶는다.
이래야 테이프가 안 풀어진다.

스타트 모터를 연결하고, 수냉 라인 조립한 다음, 다시 전선을 정리한다.
파이프 뽑은 부위의 오링은 그다지 많이 상하지 않았길래, 오링과 엔진의 구멍 부위를 잘 닦고 테프론 그리스 살짝 바른 다음에 다시 끼워 넣었다.
사 놓은 것이 있는데, 가지러 가기 귀찮아서... ㅋ



이제 커넥터가 모두 연결이 가능하다.

하...
전선 하나 확인하려고 수냉 라인 뜯고, 스타터 모터 뜯고 재 조립까지 해야 했다. ㅋ
힘들구나.

다시 캬브 장착.
캬브 인슐레이터 고무에 테프론 그리스를 살짝 바른다.
이러면 캬브가 쏙 들어간다.
진공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진공 그리스를 바르면 더 좋다.

동조를 봐야하니까 에어필터하우징은 넣지 않고, 캬브만 넣는다.

부동액을 넣는다.
수돗물을 필터 정수기로 정수해서 사용했다.
GM의 덱스쿨과 이 물을 1:1로 섞어서 넣었다.

엔진과 라디에이터에는 1.9L, 보조 탱크에는 0.3L이다.

엔진이 냉간 시에는, 냉각수가 라디에이터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엔진 돌리고 중간 중간 보충을 해줘야 하는데, 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라디에이터 캡 열다가 살짝 화상을 입었다.
라디에이터 캡이 1.1bar로 막고 있으므로 끓는점이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 캡을 여는 순간 압이 해제되면서 냉각수가 바로 끓어서 튀어 올라오는 바람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조심하자.
나도 이렇게 해서 화상을 입었다.

암튼 엔진 쪽에 1.9L가 들어갈 때까지 엔진을 너무 과열시키지 말자.

오일필터도 뺐었기 때문에, 오일도 보충해야 한다.
나중에 시동 걸고나서 다시 시동을 끄고 잠시 후에 오일 레벨을 확인하면서 적정선에 들어올 때까지 보충하자.

이번에 구성한 리튬인산철배터리 21A 팩을 임시로 이렇게 연결하고,

좌측 풋 페그하고 기어 변속기 레버를 연결한다.
현재 1단에 걸려 있기때문에, 중립으로 변속을 해야한다.

키온,
그리고 중립을 확인하고,

조마 조마하면서 드디어~~~ 드디어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부르릉!
성공!

아, 얼마만에 듣는 엔진 소리와 가솔린의 향인가.
감격이다 ㅠㅠ

게다가 오늘 아침까지 비오고 흐려서 외기 온도가 16도 밖에 안됐었고, 6개월 동안 시동을 걸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바이크는 시동이 잘 안 걸려야 맞는데, 보시다시피 캬브 안에 연료가 차는 시간 동안만 안 걸리고 바로 시동이 걸려버렸다.
게다가 초크 안 올리고도. ㅎㅎ

시동 소리가 느껴지는가?
상당히 회전수가 빠르다.
시동하느라 대전류 소비하는 동안, 배터리에서 전압 강하 현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시동이 이렇게 원만하게 된 원인은,
1. 배터리. 역시 32650으로 4S 3P 구성된 21A 리튬인산철 배터리 팩 위력이 제일 큰 것 같다.

2. 회원분에게 분양 받은 이리튬 플러그. 이것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3. 2,3번 캬브의 파일럿 젯을 조절한 것. 과하게 lean이어서 연료량을 늘려줬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링이 썩 안정적이지는 않으니까 파일럿 젯하고 캬브 동조는 다시 봐야하겠지만, 난 이 정도로 매우 만족한다.
굿! 굿!

자가 정비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오늘같은 이 순간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바이크의 모든 부품이 붙어 있는 프레임에서 그 부품들을 모두 떼어내고, 프레임을 도장해서 그 부품들을 모두 다시 원래 자리에 장착한 다음 동작을 성공시켰다.
얼마나 보람있겠는가 ^^

소리를 들어보니 부조는 있으나 당분간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시즌은 이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시즌 오프한 다음에 손 봐야겠다.

이제 라이딩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는 구나. ㅎㅎ

엔진을 중간 중간 꺼서 냉각수 보충하고 엔진오일도 체크하면서 얼마 동안 놔두니까 냉각팬이 돌아간다.
새로 교체한 라디에이터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모든 호스 부위에 누수도 없었다.

냉각팬이 몇 번 돌아갔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지켜보고 엔진을 껐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줄어든 냉각수를 보충했고, 선술했다시피 실수를 해서 손가락에 약간의 화상을 입었다. ㅋ

그러나 매우 보람졌고, 깨끗해진 바이크를 보는 마음이 꽤 흐뭇했다.

이제 이 깨끗해진 프레임에 붙어 있는 부품들을 하나 하나 정상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20년은 나와 같이 달려줄 것이다.

중요한 고비는 넘었으니, 이제 자잘하게 남은 것들을 마무리해서 조립 완료를 해야하겠다.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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