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2, 2018

CB400 - 수리 후 처음 장거리 주행 후기. 연비. VTEC에 관하여. 경기광주<->고성. 왕복 360km


지난 주에 기본적으로 달릴 수 있는 정도까지 수리를 완료한 후에 간단하게 동네 주행해보고, 금주 금요일 오후에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서 드디어 바이크를 등록했다.
보험을 들고 증명서는 출력해서, 자동차폐지증명서와 양도양수서류 및 전 주인 신분증을 챙겨서 갔다.
이륜차 쪽에는 줄이 없어서 금방 등록했다.

99년식 CB400 차량 잔존 가액은 753,000원으로 되어있었으며 이에따른 취득세는 37,650원이었다.
인지세 4,000원 포함해서 41,650원을 납부하고 차량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그것을 가지고 번호판 발급 창구로 가서 다시 5,000원을 주고 번호판을 받았다.

차량 등록증에 보니까 전 주인이 머플러를 교체하고 구조변경 신청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 CB400을 인수하면서 내가 바랬던 것은 당분간 엔진은 속 썩이지 말것.
그 외는 어차피 20년 된 중고 바이크이고 주인이 여러 명 바뀌었을 것이며, 퀵을 뛰었던 바이크이기 때문에 멀쩡한 곳은 없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산 것이었다.
바이크 주인도 다른 것보다도 엔진은 자신한다고 했고, 머플러 구조 변경도 했다고 말했는데 등록증보니 되어 있었으며, 바이크의 대부분의 부품이 낡기는 했어도 원래 제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큰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인이 머플러 교체 후 우 슬립 사고를 냈는지, 브레이크 레버 끝이 부러져 있었으며 우측 머플러 바깥 쪽에 슬립 자국이 있었다.

하여간 이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인수했던 것이고, 예상했던 대로 그 이외에는 문제가 드글 드글한 바이크 였다.
다행히 그 문제들이 대부분 전기 문제였고, 단순한 외관 부품 위주의 문제였으므로 지난 4개월 동안 배선 정리하고 계기판 케이스 교체 등 당장 주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바이크 상태를 만들어 놓았다.

번호판 가지고 와서 이쁘게 장착해주고, 너무 짧고 고무도 없어서 불편했던 절삭 스텝을 정품 스타일 호환품으로 교체하고, 그립도 기존에 열선 히터 용 그립을 제거하고 정품 스타일 호환품으로 교체 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시험 주행하기로 하고는 장비 갖춰 입고 양평을 향해 출발했다.
이때가 5시40분쯤.
퇴촌을 지나 양평으로 가는 길로 양평으로 들어가서 6번도로로 올렸다.
잠시 후 최초 목적지인 여기가좋겠네 휴게소에 도착.

아... 좀 짧다.

간단하게 과자 하나하고 음료수 좀 사서 가방에 넣고 다시 출발.
이미 6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냥 해질 때까지 가보자 하고 6번 도로를 따라 달려 갔다.

가다보니 44번 국도로 바뀌며 홍천을 통과하고 있었다.
다시 잠시 들른 휴게소.
화장실이 참 깨끗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 괜찮은 휴게소였는데, 양양 고속도로 뚫리면서 이 도로에 차량이 줄어서 내부는 한산했다.
국도 휴게소들이 자꾸 문을 닫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세지 하나 사먹고 화장실 들른 후 다시 출발 .
해가 져서 추워지기 시작했으므로 가져온 바람막이 점퍼를 라이딩복 위에 입고 출발했다.

이때가 이미 해가 거의 진 시점이라서 이제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동해 바다를 보기로 했다.
이 길 따라 계속 직진하면 속초 위 고성이다.

가면서 해가 지니까 주위에 볼 것도 없고, 헤드라이트가 너무 어두워서 길도 잘 안보였다.
44번 국도가 끝나고 46번 도로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었는데, 길이 안보여서 힘들게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마침 앞에 모닝이 가고 있길래 그 뒤를 바짝 쫒아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 차를 따라갔다.
그 차의 라이트가 저 너머를 비추고 있던 덕에 훨씬 편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점점 속도를 내며 산길을 감아 나가는데 길 위에 뭐가 있을 지 몰라서 나는 속도를 낼 수가 없었고, 커브가 구부러지는 것이 보이지 않아 도저히 코너링을 시도할 수 없었다.

결국 모닝을 보내버리고 천천히 산길을 넘어가다가 드디어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재 하나를 넘어갔다.

뒤에서 쫒아오던 차량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천천히 갈 수 밖에 없었다.
여럿도 아니고 혼자 오는 여행은 안전이 최 우선이다.
보이지도 않는 코너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달려서 고성 시내에 도착했다.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는지, 학생들이 편의점에 와서 간식을 사 먹고 있었고, 나도 들어가서 바나나와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부터 한 끼도 안 먹고 과자 몇개 줏어 먹고는 지금까지 달려온게 생각났기때문이다.

바이크를 등록한다는 즐거움에, 그리고 오랜만에 즐겁게 달려온 라이딩 덕에, 하루 종일 배고픈 것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화진포를 갈까하다가 고성 시내에서 20분 쯤 걸리는데다가 밤에 가서 볼 것도 없고 해서 고성 시내에서 제일 가까운 반암해수욕장으로 갔다.


역시 볼게 없다... ㅋ

사진 몇 장 찍고 바이크를 돌려 나왔다.
네비에는 이제 집을 목적지로 찍고 출발을 했다.
이리로 올 때는 진부령을 넘어가지 않았지만, 돌아 갈 때는 진부령으로 코스를 잡길래 그대로 따라 갔다.

내 바이크가 지난 세월 거쳐오며 누군가 상향등 전선을 끊어 놓았고, 아직 복구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어두운 라이트가 차량이 없는 어두운 산길을 가는데 상향등 마저 켤 수가 없어서 더욱 나에게 큰 불편을 주었다.
다행히 패싱버튼은 작동했기때문에 패싱을 자주 눌러서 먼 길을 보며 꼬불거리는 강원도 산길을 넘어갔다.

꼬불 꼬불 진부령을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


아까 휴게서에서 사서 먹다 남은 뻥튀기 과자와 음료수를 조금 먹으며 휴식을 취하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귀향을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논스톱으로 집까지 가야한다.
진부령 정상에서 이미 10시 반이었고 집까지는 150킬로 이상이 남았기때문에 두시간은 열심이 가야했기때문이다.

원래 과속을 하지 않는데다가 밤이라 길도 잘 안보여서 과속하지 말아야 하는데, 길이 워낙 머니까 할 수 없이 조금 고속으로 달려 왔다.
연비도 최대한 많이 뽑아보려고 오는 내내 VTEC 작동 안시키고 7000RPM 밑으로 주행해 왔지만 갈 때는 8000~9000RPM 사이로 주행하며 왔기때문에 연비가 좀 안 좋았을 것 같다.

추운 건 참 싫구나.
다시 한 번 느끼는데, 난 추우면 바이크 안 타는게 맞는 사람이다.
아직 밤에는 춥다.
게다가 전에 타던 육반은 커다란 윈드실드 덕에 바람이 몸에 부딪치는 일이 없었지만, 이 네이키드 바이크는 바람 저항을 너무 많이 받는다.
게다가 벌레가 쉴새없이 헬멧에 부딪혀 사망하는 바람에 휴게소 들를 때마다 헬멧을 닦고 타야했다.
윈드쉴드를 달아야 겠다.

추위와 싸우며 나에게는 고속인 속도로 달려와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자정이 결국 넘어버렸다.


멋지다. 나의 바이크.
4개월만에 살려놨더니 나를 안전하게 동해까지 데려다 다시 돌아와 주었구나.

좀 춥기는 했어도 정말 정말 오랜만의 라이딩은 주행 내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이제 자주 타 줘야지.
프론트 쇽업소버 터진 거 수리 하고 클랙슨 없는 거 장착해야겠다.
쇽에 오일이 다 새서 엄청 통통거리더라.
또 차량이 갑자기 끼어 드는 통에 기겁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기존에 있던 개발 새발 배선되어 있던 혼을 떼어 낸 후 아직 장착하지 않았기때문에 클랙슨 역시 빨리 달아야 겠다.

이 날 가다가 들른 팜파스휴게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다녀 왔고, 다음 날 성남 상아모터스 다녀 오는 길에 기름을 다시 가득 넣었더니 16.95리터가 들어 갔다.
주행 거리는 323km.
연비는 약 19km/L.

vtec 작동 안 시키고 복귀했으면 22km/l 쯤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vtec 참 멋진 기능이었다.
혹자는 이 기능이 동작해도 가속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이는 가속이 확 생긴다고 해서 뭐가 진실인지 몰랐었지만, 내가 타보니 왜 그러는지 알겠더군.

6단에서 계기판 속도 110km 조금 넘어가는 시점에서 7000rpm을 넘긴다.
이때 밸브가 추가로 열리는데, 서서히 가속하다가, 즉, 엑셀을 조금 열고 있던 중에 밸브가 열리면 작동하는 것을 배기음 변화로 느낄 수는 있지만 가속이 급하게 변하는 것은 잘 느끼지 못하겠다.
그러나,
앞차를 추월한다던가 하는 상황에서 엑셀을 많이 감으면서 가속 중 7000rpm을 넘기면 vtec이 작동되는 동시에 배기음이 뿌아아앙! 하며 격하게 바뀌면서 가속 역시 호쾌하게 내 뻗는다.
몸을 세우고 핸들을 대충 잡고 있으면 몸이 제껴질 정도이다.
처음에 급 가속 중 vtec 작동시켰다가 갑자기 몸이 뒤로 제껴져서 기겁했었다.
그 다음 부터는 급가속 상황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연료탱크에 니그립 꼭 하고 엑셀을 감는다.

암튼 참 재미있는 기능이고 너무 민감하게 토크가 변하지도 않지만 엑셀 감는 양에 따라서는 상당한 토크 변화를 보이기때문에 주행 중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든든한 우군을 두고 있는 마음이 든다.

짧은 길에서 저속으로 가는 앞차를 추월할 때, 기어를 한, 두단 내리고 살짝 옆 차선으로 빠진 후 엑셀을 감으면, 곧바로 vtec 작동 rpm에 도착하면서 총알 같이 튀어나가 나를 안전하게 추월할 수 있게 해준다.
본래 추월이란 최단 시간에 끝내야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필요할 때 끌어 쓸 수 있는 가속 능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좋은 바이크를 샀다.
ABS만 있다면 참으로 든든한 식구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서 오래 타고 싶다.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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