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5, 2018

만 4년만의 바이크 라이딩 소회. 국산 바이크와 일제 바이크의 품질 차이에 대한 아쉬움



사업을 하면서 자금이 모자라서 미라쥬650을 2014년 3월 말에 판매하고, 작년 12월 말에 CB400을 들여왔다.
사업하는 동안 금융권과 개인적으로 진 빚을 어느 정도 갚았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는 상황까진 아니라서, 저렴한 중고 바이크를 물색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모델도 많은 2기통 바이크는 육반을 타보니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육반을 타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았고, 이넘이 나를 심하게 고생시킨 적은 없었지만 다른게 아닌 그 4기통 특유의 엔진 소리.
그게 좋았기 때문이다.
2기통으로는 몇억 짜리라도 그 소리를 낼 수 없으니 육반으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었다.
불행히도 4기통은 2기통에 비해 많이 비싼데다가 4기통은 국산이 없으므로 수리비도 많이 깨질 각오를 해야했다.
그래서 알아보다가 내가 선택한 가이드 라인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오래되었지만 판매량이 많아서 중국산 호환 부품이 풍부한 모델
2. 가능한 오래되어서 매우 싼 제품.
3. 외관은 허름해도 괜찮지만 엔진은 당분간 큰 문제를 썩이지 않을 제품.

이런 기준으로 보다보니, 퀵바이크로 유명한 CB400으로 압축되었고, 한참 중고 매매 사이트에서 기다리다가 99년식으로 데려왔다.

가져오던 날은 12월의 끝 무렵이었고, 다행히 그다지 춥지는 않던 날이었지만, 배터리가 완방된 상태여서 토요일날 교통 체증 작살이던 서울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여 통과하며 엔진 꺼뜨릴까봐 조마 조마하며 타고 왔다.

바이크도 익지 않고 4년만에 타는 터이라 변속도 익숙하지 않아, 매우 불편하게 타고 왔었다.

간신히 가져와서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수리만 했다.
경험 상, 최소 전기 계통은 완벽하게 수리하고 타야지, 워낙 오랜 세월동안 많은 주인과 기술없는 센터를 거치면서 전기 배선을 아작 내놓은 바이크가 많기때문에, 그냥 타다가 언제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배선을 까보니 걸레 수준으로 누더기가 되어 있어서 이것을 원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동안 배선 정리, 그립 히터 등 잘못된 배선으로 연결된 사외품 제거, 노후 배선과 부품 교체(스타터 릴레이 커넥터 등), 계기판 케이스 교체, 하나도 들어오지 않던 브레이크 스위치 교체, 어두침침한 램프를 LED로 교체 등등 조금씩 조금씩 탈 수 있는 상태로 고쳐 놓았다.

드디어 지난 주 금요일.
몇가지 추가적으로 손을 보고 엔진 시동을 걸었다.


우측 1번 엔진에서 밸브가 태핏을 때리는 소리가 조금 나지만, 크게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니고 아이들은 캬브 청소하면 일정해 질 것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아주 훌륭하게 내 바이크에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다.
이 정도면 당분간 문제없이 탈 수 있는 정도라고 보인다.


달릴 수 있는 상태로 엔진 시동을 건지가 무려 4개월 만이다.
겨울에 가져와서 이제 봄이 되었다.
원래는 시동만 걸어보려했지만, 주행을 하고 싶다.
모두 수리하기 전에는 등록을 하지 않으려 했기때문에 아직 등록 전이라서 도로 주행은 불가했지만, 동네 앞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해보았다.
짧은 도로를 두어번 돌아보고 동네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커버를 덮지 않고 두었다.

저녁.
시간 문제로 동네 친구에게 보여주지는 못했고, 밤에 비가 온다하여서 커버를 덮으려고 내려갔다.
이 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라이딩의 욕구를 참기 힘들었다.

집으로 들어가서 헬멧과 장갑만 챙겨 내려왔다.
보호구도 착용않고 츄리닝 입은 상태로 타고 나갔다.
팔당댐까지 왕복 약 20킬로 구간을 드라이브 했는데...
아! 좋다.
난 내가 제대로 된 라이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이크는 타면 좋고 안 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다지 라이딩 욕구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그 추운 날에도 일년 내내 타고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난 그런 정성까지는 없는, 그래서 매니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
엄연히 나도 라이더 이고, 라이딩에 대한 욕구가 주체할 수 없는 열혈 라이더인 것 같다는 생각을 그날, 그 라이딩을 하면서 했다.
왜냐면, 그 날 그 라이딩이 내가 출발하기 전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기때문이다.
비록 짧은 길이었지만, 가슴이 쩌릿 쩌릿하게 좋았다.

원래는 캬브레터 청소와 포크 오일 교환까지는 하고 등록하려 했지만, 일단 등록하고 올 한 시즌은 저 상태로 타고 나서 올 겨울에 다시 하나 하나 정비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번 주에 등록해야겠다.

그리고 잠깐 주행하면서 육반이와 비교를 안할 수가 없었다.
육반이는 기어 전환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던 반면, 스무스하고 절도있게 슥슥 들어가는 변속 느낌에, 자꾸 변속하고 싶어지는 CB400의 변속기.
무슨 차이일까? 기술이라고 보기엔 참으로 미묘한 차이인 것 같은데 이런 변속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국산 바이크가 안타깝다.


또한 달리는 내내 편했다.
클러치도 부드러웠고, 핸들링이 오버나 언더가 나지 않는 편안한 코너링이 가능했으며, 급하지 않고 적당히만 눕혀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갔다.
같은 코스를 육반이로 돌아나갈 때는 조금만 숙여도 스텝이 닿아서 깜짝 깜짝 놀라서 마음이 불편했다.
코너링에 겁이 나더라.
물론 이 차이는 아메리칸 스타일과 네이키드의 차이점도 있으니 육반이에게 뭐라 할 말은 아니고, 내가 내 주행 스타일과 다른 바이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CB400이 딱 내 주행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제법 깊은 뱅킹각도도 소화 가능하며 너무 숙이지 않는 편안한 주행 자세.
우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하여 7000rpm을 넘기면 뿌오오옹~ 하면서 바뀌는 VTEC 4기통의 배기음.

그 짧은 길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주행이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국산 바이크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재밌구나.
인생까지 생각하게 하는 바이크여.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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