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2, 2020

라이딩-구룡령 360km. 동해는 보지 못했지만 멋진 길을 볼 수 있었던.

 

추석이다.

애들은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시기다.

나 역시 90을 바라보는 부모님 대신 내가 이번 추석부터 차례를 모시기로 했다.

내가 종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부모님과 작은 집들 식구들은 전혀 오지 않고, 와이프와 아들과 차례를 준비했다.


전 주에 부모님 집에 가서 제기 용품들을 한 차 가득 가져왔다.

추석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는데도 거의 세 시간이 지나서야 차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제주인 아버지 대신 상차림을 했고, 제사를 주관했기때문에 차례를 혼자 지내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들과 차례주를 번갈아가며 차례 상에 올리고 퇴주하고, 그렇게 첫 차례를 지냈다.

별 거 한 것 없는데도 피곤했는지, 그날 저녁에 서울로 야간 라이딩 가려 마음만 앞섰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추석 당일은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 일찍은 추워서 느즈막히 출발했다.

목적지는?

올해 못 가 봤던 동해안을 가려했지만 윈디서보니 비가 온 단다. ㅋ

아~

올해는 정말 비, 비, 비다!


고민하면서 일기예보를 보니까, 중부 지방에 수평으로 비구름이 서서히 남하하는데, 비 양이 많지 않았다.

그래, 조금은 맞으며 다니자. ㅋ

그렇게 정한 목적지가 구룡령이다.

구룡령은 미라쥬650을 타고 다닐 때 한 번 가 봤던 곳이었다.

미라쥬650은 프레임이 아메리칸 스탈이라서, 조금만 눕히면 스텝이 긁혀서 그 유명한 구룡령을 맘 놓고 타지 못한 기억이 있었다.

이번엔 CB400이니까 그때보다는 낫겠지.


느지막히 출발한 덕에,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11시 였다.

출발하면서 GPS 트랙커를 켜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10km 정도 가다가 편의점에 세워서 트랙커를 켜고 다시 출발했다.

추울 줄 알고 방품점퍼와 목칼라를 입고 출발했지만,

더.웠.다.


차가 많아서 서행을하니까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더욱 더웠다.

안되겠다.

양평을 지나서 6번 도로로 올린 다음 처음 나온 편의점에서 커피도 먹을 겸 세웠다.

보통은 조금 더 가면 있는 여기가좋겠네 휴게소에서 기름도 보충하고 커피 한잔하고 출발하지만, 난 편의점 커피가 좋다.

커피 한 잔하면서 옷하고 목 칼라를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급할 것이 없었다.

설렁 설렁 가면서 횡성 쪽으로 빠져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양평에서 타고 간 6번도로가, 쭉 가는 것이 6번인 줄 알지만, 실은 횡성 쪽으로 빠지는 길이 6번이고 쭉 가면 44번으로 슬쩍 바뀐다.

길 구조가 희한하다.

어쨌든 횡성으로 가는 이 6번도로도 길에서 보는 경치가 멋있다.

오랜만에 이 길을 가 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횡성쪽으로 빠지자마자 전화가 연속적으로 계속 왔다.

운전 중에 전화 받기가 어려워서 잘 안 받는데, 워낙 여러 번 울리니까 멈춰서 확인을 해 봤다.

횡성시내를 우회하는 길 가이다.


아, 씨.

역시 회사다.

현장에서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급한 것은 알겠지만, 지난 번 사건 이후에, 나에게 직접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 놨었는데.

게다가 난 장비를 개발한 것이지, 제어 쪽은 제어 담당이 해결해야 하는데, 왜 제어반 관련 문제를 나에게 묻냐 말이다.

휴~ 짜증나.

어쨌든 추정되는 원인을 말해주고, 마음이 복잡하여 천천히 가고 있었다.

한참을 더 가다가 전화가 와서 다시 길 가에 대고 받아보니, 추정되는 원인을 추적하다가 원인을 발견했단다.

인버터가 과열 에러를 낸다고 해서 릴레이 등 냉각팬쪽 전원 공급을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제어반 안에 냉각팬 용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단다.

이것들을...

급하니까 나에게 먼저 전화질 해대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하나.ㅋ

조금만 생각하면 지네끼리도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을 맨날 전화질이야.


열 받을 때는 라이딩이 제일이다.

게다가 가을 바람은 너무도 상쾌하고 시원하다.

달리자. ㅋ


지난 2012년이면 불과 8년 전이지만, 우리나라가 그동안 발전한 티가 도로에서, 지방에 있는 시골 동네에서 다 난다.

가는 곳마다 길이 깨끗하고 동네가 깨끗하다.

보기 좋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도 있다.

고속도로가 발달하면서 국도나 지방도 이용객이 감소하는 바람에, 문 닫은 국도변 휴게소가 참 많아졌다.

이곳도 문 닫았다.

구룡령 가는 길 목에 있었던 휴게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계곡을 끼고, 때로는 논과 밭을 옆에 두고 가다보니 이번 기름통으로 200km를 달렸다.

여기는 오지라서 미리 미리 기름을 넣어야 한다.

다행히 구룡령 조금 전에 휴게소가 있었다.

기름 값은 무척 비쌌지만 할 수 없었다.

쉬지는 않고 기름만 넣고 다시 출발했다.



이 휴게소를 지나고 나면 구룡령 시작이다.

오!

오르막 양보 차로까지 있는 도로다.

라이딩 하기 좋은 도로다.

열심히, 진지하게 올라가다보니 올해 처음으로 스텝...은 아니고 부츠를 긁었다.

아무 생각없이 평소처럼 발을 내리고 좌회전을 하는데, 갑자기 부츠가 긁혀서 깜짝 놀라서 발을 뺐다.

우측으로 강원도의 산 들이 점점이 작아지며 올라가는 길이 무척 재미있다.

도로 포장 상태도 좋고, 오늘따라 차들이 천천히 가기는 해도 양보를 잘 해주었는데다가, 양보 안해주더라도 추월할 수 있는 차선이 있어서 좋다.

워낙 라이딩하기 좋은 곳이다보니, 오늘 같은 라이딩 하기 좋은 날, 라이더가 없을 수 없다.

맞은 편 길에서 라이더가 여럿 내려오고 있었다.

와인딩할 때는, 미안하지만, 인사도 못할 정도로 집중해서 도로를 감아 올라갔다.

정상에 휴게소가 있으면 좋았으련만, 휴게소가 없어서 정상을 지나치면서 두리번 거리다보니 설 만한 곳이 있어서, 잠깐 멈춰 경치를 담았다.

오르막 양보 차로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구룡령은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좋은 공기를 폐 안 가득 담았다가 뱉어내고, 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이제는 복귀 길이다.

코 앞이 양양이라서,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명절 기간이라서 그 동네가 많이 막힐 것이다.

아깝지만 다음에 오기로 했다.

3시.

부지런히 가야지 7시 전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7시면 해가 진다.

왔던 길은 오래 걸릴 것 같고, 조침령을 지나서 인제 쪽으로 간 다음, 44번 도로로 올라가서 복귀하는 루트를 짰다.


내려가는 길.

내려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간다.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데다가 포장 상태가 좋아서 상쾌하게 라이딩 할 수 있다.

코너가 끝나는 길은 제법 직진이 길다.

시원 상쾌하게 길을 달려내려와서 잠깐 휴식이다.


이번이 오늘 마지막 휴식이다.

이곳을 지나서 조침령을 오른다.

조침령도 계곡을 끼고 내려간다.

역시 도로 상태는 좋다.

이 계곡은 유명한 진동 계곡이다.

전에는 자동차를 타고 왔었다.

그 때도 물이 많아서, 길 가에 차를 대고 물 놀이를 아들과 잠깐 하다가 갔었는데, 오늘도 물이 많다.

오늘은 시원하게 달려서 통과했다.

다만,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이 적어서 도로와 옷이 젖지는 않았다.

그러면 괜찮다.

전혀 문제 없이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계속 달리는 길은 계속 새롭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온 길이라서, 새로 온 것처럼 주변의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한참을 더 달렸다.

홍천 이정표가 나오면서 드디어 44번 국도가 나왔다.

익숙한 44번 국도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멋진 길이 이어졌다.

오늘 횡성을 통해서 구룡령으로 간 다음 홍천 근처의 44번 국도로 빠져나온 이 길.

올해 시즌 오프 전에 또 가보고 싶다.

너무도 멋진 길이었다.


여기부터는 늘 막히는 길이다.

오늘은 명절 연휴 기간이라서 특히 더 막혔다.

아주 피곤하고 힘들게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해지기 직전인 6시 40분.

오늘도 고생한 내 희동이를 집에 넣어주고 라이딩을 마무리 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라이딩이었지만, 올해 처음 가는 강원도의 길은 나에게 충분히 감동을 주었다.


다음 라이딩 가기 전까지, 주말에 나에게 직접 전화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해 놓아야겠다.

즐겁게 나온 길에서 받는 업무 전화로 인해서 즐거움이 반감된다.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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