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0, 2020

2020년 라이딩 마감 그리고 정비 시작. 첫번째 정비, 캬브레터 리빌드 #1


ODO 158,027km


가을이다.

10월까지는 어떻게든 라이딩이 가능하지만, 추울 때 라이딩은 즐겁지 않다.

이 동네 퇴촌은, 강원도로 놀러 가는 서울 사람들이 거치는 곳이라서 주말에는 매우 붐빈다.

그 행락 행렬을 피하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지만, 요즘 아침 6시 온도는 7~8도 정도라서 나 같이 추위를 타는 사람에게는 라이딩하기에 어려운 온도이다.

어제가 한글날 휴일이라서 아침에 일어나 가까운 곳이라도 가보려고 교통 상황을 조회해 봤더니, 양평까지는 꽉 막힌다.

팔당댐 쪽으로 가는 길도 막힌다.

하남 쪽으로 넘어가는 길도 막힌다.

남쪽으로 곤지암을 지나 이천 쪽으로 가는 길도 당연 막힌다.

간단하게 이포보까지만 가보려고 하루 종일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했지만, 저녁 늦게까지 이 모양이었다.

고민을 해봤다.

지금 내 바이크 상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엔진이 아이들링에서는 좋은 모습이지만, 최고 출력이 떨어졌다.

가속도 더디고 최고속도, 최근 x75km/h까지 쥐어 짜 본 것이 한계였다.

계기판 리밋인 x90km/h까지는 문제없었는데.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VTEC 동작하기 시작하면 훅 늘어나던 출력도 줄어들었고, 좀 밋밋했다.

왜 일까.

게다가 작년부터 머플러 안에서 금속 소리가 나서 신경쓰였고 드디어 원인을 찾았는데, 이것도 수리를 해야한다.

머플러 안 쪽의 타공 파이프가 삭아서 끊어져 있어, 이것이 엔진 진동으로  머플러 안에서 여기 저기 부딪히는 소리다.

지난 주인가? 원인을 발견했는데 일주일만에 이제는 충진해 놓은 단열솜까지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이것 말고도 몇가지를 더 해결해야할 것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니까, 무리해서 다니지 말고 시즌 오프 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금요일 밤에 올해 마지막 주행을 하기로 했다.

밤 기온도 12도 정도 였으므로 멀리는 가지 않고, 양만장이나 다녀 오기로했다.

든든하게 챙겨 입고 나왔지만, 역시나 춥다.

게다가 이곳 퇴촌 기온은 서울보다 2~3도 낮다.

희한하게 팔당댐을 넘어서 퇴촌 쪽으로 접어들면 기온이 팍 떨어진다.

반대로 어제 밤에 양만장 가려고 팔당댐 쪽으로 가서, 팔당댐을 지나자마자 온도가 훅 올라가서 달릴만 했다.


요즘 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왜 그럴까?

혹시 다이아프램 고무가 찢어졌나?

지난 번에 확인했을 때는 상태가 좋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차량이 뜸한 곳에서 감아봤지만, 역시 x70을 넘지 못했다.

흠~


양만장에 도착했다.

우리 집에서는 참 가까운 곳이다.

길 맞은편에 뭔가 밝은 조명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emart24와 카페가 있었다.

전에도 있었나? 기억에 생소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시켜서 바이크에 시동을 걸어 놓고 엔진음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냉각수를 토해냈다.

냉각팬이 안 도는 건이었다.

이상하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잘 돌았는데.

이모 저모 이제 시즌 오프할 때가 되었었나 보다.


미련을 가지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맞은 편에 보이던 이마트24를 잠깐 살펴봤다.

전에도 있었나? 나만 몰랐나?

주차 구획선이 오래된 느낌이 나더라.


다시 팔당댐으로 돌아가서 집으로 돌아왔다.

158,027km


올 초 바이크를 완전 분해해서 프레임 도장을 마치고, 다시 전체 조립을 해서 주행을 시작한 것이 ODO 151,348km이었으므로, 올해는 7,000km도 타지 못했다.

작년에는 엔진 헤드와 캬브 오버홀이 늦어져서 얼마 못 탔고, 올해는 그 놈의 긴긴 장마 덕에, 주말마다 오는 비 덕에, 라이딩을 못했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이럴 때도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지 않기 바란다.

내년엔 적당히 내려 주렴, 비야~


이렇게 올해 라이딩을 마감했다.

시험 주행이 있을 수 있지만, 바이크 여행은 이제 끝이다.

올해 가기 전에 구룡령을 한 번 더 가고 싶었지만, 곧 시작될 단풍 시즌과 겹치면 향락 인파들로 인하여 어차피 가기 힘들다.

작년 말에는 작은 사고가 나서 강제 시즌 오프했었다.

올해는 무사히 라이딩을 마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 이제 정비를 시작하자.

올해 겨울 정비 기간에는 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캬브라고 보여서 캬브를 중점적으로 수리할 예정이다.

메인 젯과 슬로우젯을 새 것으로 교환하고, 캬브 바디의 각 구멍들을 철저히 청소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내 엔진보다 주행거리가 짧은 엔진을 리빌드해서 올릴 예정이다.

즉, 엔진 교체이다.

현재 내 엔진의 크랭크 케이스 탭 하나가 나가서 헤드 고정 볼트 하나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서 영 불안해서, 새 엔진을 구해서 장착하기로 했고, 다행히 회원 분에게 주행 거리가 얼마 안된 엔진을 분양을 받기로 했다.

수리할 엔진의 헤드는 물론 밸브 랩핑을 할 것이고, 밸브 스템씰을 새 것으로 교체할 것이며, 크랭크 샤프트의 메탈 베어링을 교체할 것이다.

그 외에 워터펌프나 중립센서, 펄스코일 등 중요 부품도 교체하고, 엔진 전체를 도장할 계획이다.

그 동안 귀차니즘에 사 놓고 3년을 설치하지 않은 블랙박스도 설치하고 시거 전원잭도 몇 개 뽑아 놔야지.


이것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번 겨울동안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우선 캬브 젯류를 사자.

이것은 정품이 필요 없다.

황동 재질의 메이커 편차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즉, 국산이나 중국산의 황동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젯류에서 중요한 것은 구멍의 크기이다.

중국산도 각 부 수치 차이가 난다고 해도 크지 않은데다가 어차피 캬브 동조 조정을 할 것이기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구멍 크기는 케이힌이나 미쿠미 등 각 캬브 종류 별로 1/100mm 단위로 구할 수 있으므로 내 캬브에 맞는 젯류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CB400 캬브는 Keihin VP 캬브이다.


메인 젯 구멍 크기는 1,4번은 #102, 2,3번은 #105이다.

슬로우 젯 구멍 크기는 네개 모두 #38로 동일하다.


자, 찾아보자.

호환 부품 파는 업체의 제품명에, 이상하게도 VP 캬브 모델이 언급이 되어 있지는 않았다.

찾아보니 

"Keihin carburetorPE CVK FCR PWK PWM PJ CBR CR N424-21 Pilot/Slow Jet"

이렇게 표시되어 있는 제품을 찾았고, VP 모델 명이 적혀 있지 않으나, 젯의 각 부 사이즈를 업자가 측정해서 올려 놓은 사진을 보니 내 캬브의 젯과 같았다.


이것은 실제 내 캬브의 슬로우젯을 측정한 것 중 일부이다.





각 부 사이즈가 0.1~0.3mm 정도 차이가 나는 부위도 있지만 저 부위에 저 정도 오차가 나는 것은 문제 없다.


이렇게 슬로우젯을 구하고, 메인 젯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구한다.

이것이다.


이것 역시 실제 내 것을 측정한 결과이다.





그리고, 카페 회원에게서 양호한 캬브를 분양 받아서 현재 사용 중이고, 원래 내 캬브는 보관 중인데, 다이어프램만 구하면 이 것도 살릴 수 있다.


다이어프램은 설왕 설래가 많은 부품이다.

그런데 가만히 조사해보니까, 전에 사용해보고 안 좋았던 경험들이었다.

나에게 캬브를 분양해준 회원분도 경험이 있었다고 했고, 다이어프램 고무가 정품에 비해 뻣뻣해서 최고 출력이 떨어졌기때문에 빼서 버렸다고 했다.

다이어 프램 고무가 뻣뻣하면, 진공이 걸렸을 때 니들이 충분히 빠지지 않기때문에 메인 젯에서 연료가 원하는 만큼 흘러나오지 않아 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른 의견도 비슷한 의견을 찾았다.

하지만 잘 사용하고 있는 분도 있었다.


사실 다이어프램 고무는, 내 CB400을 처음에 데려올 때 캬브 수리한다고 중국산으로 미리 사 놓은 것이 있었다.

막상 캬브를 까 보니 다이어프램 고무가 멀쩡해서 그냥 놔 두었었는데, 이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 지 알았으니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정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무 두께도 0.4mm로 똑 같고, 고무의 경도도 느낌 상으로는 차이가 없었다.

당연히 부드러운 정도도 같은 느낌이다.



음, 내가 보기에는 초기의 중국 제품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요즘에는 제품이 바뀐 것 같다.

중국도 제품 품질이 개선되면서 점점 비싸지는 느낌이다.

중국 제품 중 이해 안 가게 싼 제품은 역시 품질에 문제가 있다.


이 고무만 구해서 교체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플런저까지 필요하므로 플런저까지 같이 구입하기로 하고 제품을 찾아보았다.

이것이다.



빨간 글씨가 실제 정품 플런저를 측정한 결과이고, 정품과 약간 차이가 있다.
이 정도 차이를 가지고, 캬브는 정밀한 부품이라서 이 정도 공차도 문제가 있고, 이것을 쓰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이 부위에 이 정도 공차면 문제 없다.


이런 주장은, 내가 산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던 주장이다.

일본 업체는, 자기가 공급한 제품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운영하던 사람의 아주 작은 실책을 잡아서 그것이 문제라고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밀면서 책임을 떠 넘기며 변명을한다.

나도 처음에는 속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보니, 그 숫자라는 것이 자기가 필요한 내용만 취사 선택한 진실 호도성 자료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숫자를 들이밀면 그 내용을 보지 않고 객관적이라고 그 자료를 믿어버리는 것을 악용한 행태였던 것이었다.

나중에 나도 경력이 된 다음에는, 그런 자료를 들이밀면 그 계산 근거까지 따져가며 밀어 붙였더니, 이것들이 결국엔 해명을 못하고 무조건 우기기에 들어가더라.

나는 이런 일본인들의 속성이 너무도 싫다.

이런 문제로 일본인들과 부딪힐때마다 화가 폭발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말도 안되는 가짜 자료까지 들이밀면서 변명을 하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제품에 대한 환상, 도시괴담 같은 전설을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이런 분들은 환상을 깨기 바란다.

일본 제품은 기본적인 기계 가공의 규칙을 잘 지키기 때문에 우수한 것이다.

이런 가공 기술들은 이제 규격화가 잘 되어 있고, CNC 기계들이 많이 사용되는 요즘에는 가공 정밀도도 국가별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보면된다.

그리고 일본 바이크가 우수한 것은, 그들이 우리나라보다 일찍 시장에 진출해서 선점을 했기때문에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하고 그 결과 축적된 노하우와 시스템때문이다.

같은 부품도 미세한 차이때문에 성능과 품질 차이가 나며, 그 차이는 이론적인 계산이 아니고 경험에 의한다.

일본 바이크 산업은 그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것 뿐이다.

나도 CB400을 몰아보면, 변속기가 딱딱 잘 들어가는 느낌이 미라쥬650 타고 다닐 때와는 많이 달랐다.

여기에 관계되는 부품이 메이커 별 큰 모양 차이가 없다.

구조는 같다. 6단 리턴 식 변속기이다.

그러나 부품 각 부위의 미세한 수치 차이가 이러한 절도 있는 변속 느낌에 영향을 미치며, 일본은 그 수치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알아낸 것이다.

그들이 기계 제작에 월등히 뛰어나서가 아니다.

일본 업체도 해보지 않은 것은 어려워하고 잘 못한다.

살면서 이런 일들을 많이 겪어봤다.

이제 일본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그러면서도 바이크를 현실적으로 일제 밖에는 만질 수 없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국산 바이크?

안된다.

우리나라는 바이크에 대한 규제가 많아서 시장이 작고, 이미 일제 바이크가 선점한 시장에서 가격, 품질 경쟁을 하기에는 설계 노하우 축적이 되어 있지 않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제품을 팔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하므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것도 힘들다.

또한 부품 수급이 어려워서 국산 화석 살리는 것은 이태리 바이크 살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

독일이나 이태리 바이크?

그 비싼 부품과 수급 기간은 어쩔... ㅋ


정비 취미를 하기에는 일제 바이크 밖에는 답이 없다.

안타깝다 ㅠㅠ


주제가 멀리 돌아갔다.

하여간 저 플런저는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정품보다 각 부 수치가 컸다면 조금 주저할 수도 있었다.

왜냐면 캬브의 플런저 슬라이딩 구멍에 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품보다 약간씩 작은 수치라서 저 정도면 문제가 없는 공차라고 보인다.


4개를 구매했다.

이제 내 캬브를 모두 분해해서 깨끗이 청소한 후에 젯을 모두 바꾸고, 다이아프램을 장착한 후 새로 조립해서 살릴 예정이다.


이번 정비 시즌에는 CB400말고도 VTR1000F도 살려야하니, 올 겨울 정비도 흥미 진진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Leonard.



No comments:

Post a Comment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