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2, 2018

RIDING - 충주, 제천 코스. 작은 사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동네 라이딩 친구의 카톡.
바로 바로~
라이딩 가자고. ㅎㅎ

나야 좋지.
며칠 전에 14만킬로에서 점화플러그와 리어 타이어를 교체했으니 내 희동이도 라이딩 준비가 되었다.

문제는 아들 학원을 데려다 줘야 했다는 점.
양평에 있는 학원이었고 오전 10시까지 데려다 줘야해서 시간이 애매했다.
그래서 아들을 희동이 뒤에 태워 이곳 퇴촌에서 양평까지 데려다 주고 거기서부터 라이딩을 가기로 친구와 합의했다.

9시에 집 앞에서 만나서 아들을 뒤에 태우고 출발.

125cc 그랜드딩크에 저 녀석을 태워서 지리산을 당일 치기로 다녀 왔었던 것이 벌써 10년 쯤 전이라 어느 새 커 버린 아들이다.
이제 CB400도 저 녀석을 태우기에는 작아보인다. ㅋ

그러나...
출발하자 마자 동네부터 막힌다.
아뿔싸!
이 퇴촌은 주말이면 양평가는 길이 주차장이 되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런 이런.
뒤 따라오던 동네 라이딩 친구와 어떻게 할 까 고민하다가 팔당대교를 건너서 6번 도로로 가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합의하고 바로 바이크를 돌렸다.

퇴촌 시내를 벗어나서 팔당호반 도로를 돌아갈 때 푸르르고 멋진 하늘에 종종 떠 있던 뭉게구름이 너무도 멋져서 뒤에 타고 있던 아들도 감탄을 하더라.
아들에게 그랬다.
차 안에서 하늘 볼 때랑 틀리지? 그게 아빠가 바이크를 타는 이유야.
아들은 '네~' ^^;;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흘러서 10시까지 양평 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팔댕댐위의 공도교는 주말에만 열리며 그것도 바이크로는 통행이 불가하다.
거기를 못 넘어가면 훨씬 더 가서 팔당대교를 건너서 막히는 6번을 타고 다시 양평쪽으로 한참을 더 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팔당댐 공도교로 접어들었다.
입구에 관리하던 사람이 뛰어 나와서 뭐라 뭐라 소리쳤다.
내 뒤를 따라오던 라이딩 친구는 그 사람에게 가로 막혀서 공도교를 넘지 못했다.
나 역시 막히던 공도교를 겨우 넘어가서는 반대쪽 다리 지키던 사람에게 제지 당해서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ㅠㅠ

그러고 나서 정체가 풀리기만 했어도 되었지만, 이 길도 역시 막혔다.
차라리 갓길을 이용할 수 있었던 6번 도로가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았다.
정체가 되던 길을 뒤에 60킬로가 넘는 추를 달고 가뜩이나 서행 운전 못하는 내가 기어가느라고 겁나 고생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서행이 넘나 싫다. ㅠㅠ

간신히 6번 도로 합류 지역에 왔지만 역시나 막히고 있는 6번 도로.
도저히 안되겠어서 갓길로 살살 추월해서 지나갔다.
그렇게 땀 삐질거리며 조심 조심 운전하기를 얼마가 되었는가.
드디어 양평 입구에 도착해서 빠져 나갔다.
시내를 조금 지나서 학원 앞에 내려 준 시간이 10시 25분쯤.
결국 25분 지각을 하고 말았다.



아들을 내려주고 아들에게 입혔던 보호장구는 내 가방에 넣고 헬멧은 희동이 뒤에 그물망으로 잘 엮어서 고정하고 있었더니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
양평시내~
나도 양평시내야~
양평읍사무소에서 만나자~
해서 양평읍사무소로 출발.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무리해서 공도교 건널 필요도 없었다.
팔당대교를 건너서 온 이 친구와 양평시내 도착시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양평읍사무소 근처 편의점에서 냉커피 한 잔 마시며 경로를 짰다.
오늘도 지난 번 태백 갔을 때처럼 덥겠지하고 각오하며 충주 쪽으로 출발했다.
지평역 거쳐 안 막힐만한 길을 중간 경로를 찍어가며 충주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 번 태백 갔을 때 하고는 틀렸다.
그 날은 너무도 강한 햇살에 모든게 퇴색한 듯한 경치였고 달려도 온풍 때문에 달려도 달려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엔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 있던 두꺼운 뭉게구름 덕에 그늘이 있었고, 달리면 제법 시원해졌다.
역시 8월 첫 주를 지나니까 더위가 꺽이는 것 같다.

충주 조금 못 미쳐서 박달재를 찍고 가고 있는데 친구가 배고프다며 SOS를 쳤다.
지도를 살펴보니 근처에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있었다.
대학교 근처에는 밥집이 많은 법.
그리로 경로를 설정하고 갔지만, 막상 가보니 대다수가 술집이었고 마땅한 밥집은 못 찾았다.
그래서 오면서 발견한 어죽집이 있어서 그리로 되돌아갔다.

동강어죽.
대한민국 최고라고 스스로 써 놓은 문구를 보고 웃으며 들어갔는데 실제 최고인지는 다른 분들도 인정해야 하는 영역이라 판단을 못하겠지만 맛있었다.


주인장에게 맛있었다고 덕담 나누고 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연세대 지나서 티맵이 안내한 경로로 들어가는데 그 길 입구에 자동차전용도로 시점이라는 안내판을 보았다.
할 수 없이 길을 지나쳐서 다시 지도 확인해 보니까 일단 들어가면 길이 갈라지며 빠지는 길이 있더라.
젠장 괜히 지나쳐 왔네. ㅋ
좀 돌아가니 다시 합류하는 길이 있길래 그 길로 재 설정하고 여유있게 라이딩 해나가며 재미있게 박달재를 향해갔다.

박달재 조금 못 미쳐서 고개를 하나 넘는데, 내 친구는 지난 번 샀던 TW225가 투어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알고 그 동안 처분한터라, 기존에 가지고 다니던 마제스티125를 끌고 온 탓에 이런 고개를 만나면 속도를 내지 못해서, 내가 먼저 앞서 고개를 넘어가서 이 친구 올때까지 기다려 주며 라이딩을 했기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내가 먼저 고개를 넘어갔다.
꽤 꼬불거리는 코스였고, 모닝 한 대가 반대편에서 내려오기까지 해서 더 조심 조심 올라갔다.

올라가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데 한참을 가도 이 친구가 오지 않았다.
안되겠어서 갓 길에 바이크를 세우고 기다렸다.
제법 기다렸더니 백 밀러에 친구 모습이 보이길래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빵빵 거리더니 나를 추월해서 달리면서 왼팔을 내 밀어 보이는데 팔꿈치가 잔뜩 까져 있었다.
뭔일이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는 다시 추월해서 앞장 서서 조금 더 가다가 나타난 마을 입구에 바이크를 세우고 말을 들어보니, 언덕 올라가다가 반대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모닝에 놀라서 넘어지고 말았단다.
내가 봤던 그 모닝에 이 친구가 다치고 말았구나.
모닝이야 잘못은 없었고, 이 친구가 중앙선을 넘나들며 코너링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모닝에 깜짝 놀라 엎어진 것이었다.

다행히 저속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까진 부분 부위가 제법 넓었다.
마을에서 편의점에 들어가 밴드가 있는지 물어 보았지만 없었고, 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길래 들어가서 응급 조치를 하려 했지만 출동을 했는지 문이 잠겨 있었다.

지도 앱에서 근처 약국을 조회해 보니까 다행히 바로 근처에 약국이 있어서 그리고 바로 직진.
상처에 바르는 넓은 패드인데 후시딘 같은 약을 안 발라도 상처에 붙지 않고 진물을 흡수하여 상처를 뽀송 뽀송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라 하더라.
상처에 맞게 잘라서 붙이고 약국 안 의자에서 잠시 친구 놀랜 맘을 가다듬으며 쉬다가 보니, 그 동네에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인 박달재더라.
어차피 돌아가도 같은 거리라서 일단 박달재에 가서 거기 휴게소에서 쉬기로 했다.
다시 출발하고 박달재 구 길로 올라가서 정상 휴게소에 도착해 음료수 하나씩 사서 밖의 평상에 앉아서 사고 상황을 자세히 들어 보았다.

이 친구 라이딩 스타일이, 도로 한 차선 끝에서 끝까지 왔다 갔다 코너링하는 것도 모자라서 가끔 중앙선을 넘기도 하고 차도 경계 선을 넘어서 갓길쪽까지 넘기도 한다.
이게 너무도 위험한 일이라서 그 동안 살짝 살짝 이야기해주었지만, 고집 센 이 친구,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안전장구라고는 헬멧 외에는 전혀 없다.
운동화에 얇다란 바지에 티 하나만 입고 라이딩을 해서 이 복장에 대해서도 뭐라 했지만 듣지 않았다.

때는 이 때다 싶어서 폭풍 잔소리를 했다.
코너링의 정석은 인앤아웃, 아웃앤인이 맞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도로는 나만 다니는 것이 아니고 중앙선 넘어서 코너링하는 상대 차도 분명 있다.
그래서 그런 차를 마주칠 대비를 하고 마진을 가지고 코너링을 해야하는데 심지어 중앙선을 넘어가면서까지 코너링을 하다니 그것은 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그리고 갓길엔 모래가 있다.
모래는 얼음과 같다.
절대 밟아서는 안되는데 너 주행 스타일로는 잘못하면 갓길 넘어 코너링하다가 모래 밟아서 슬립하기 딱 좋다.
게다가 안전장구는 왜 안하나.
오늘 너 다친 그 정도는 내가 입고 다니는 프로텍터 내장된 라이딩진과 메시 자켓만 입었어도 스크래치 하나 나지 않았을 상황이었는데, 걍 티 하나만 덜렁 입고 다니니까 그렇게 확 까지지!
이렇게. ㅋ

아무리 고집이 세도 어쩌랴.
결국 당했는 걸.
자기도 큰 일 날 뻔 한 걸 잘 알아서, 듣기만 하고는 쿨하게 인정했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가능하면 편한 길을 골라서 집 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그 아픈 와중에도 돌아오는 내내 감탄을 했던 그 날의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이 작은 사고만 아니었어도 훨씬 즐거웠을 날이었다.






하지만 작은 사고는 큰 사고를 막아주는 법.
이 친구는 이번의 작은 사고로 인해서 그 주행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발생할 수도 있었던 미래의 큰 사고를 막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이다.

돌아오는 내내 라퓨타가 몇 백개씩 떠 있는 듯한 흰 뭉게구름이 멋진 하늘에 감탄하며 라이딩을 하여 6번 도로를 지나 집으로 복귀했다.

우리 집에 같이 가서 지난 번 휴가 때 사 온 홍주를 나눠주며 다음 라이딩에 안전장구 안 입고 오면 같이 안 가겠다고 엄포를 놓고는 헤어졌다.

다음 날 톡을 했는데 다행히 크게 아픈 곳은 없다고 하더라.

이번 기회에 이 친구도 라이딩 스타일도 고치고 안전장구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으므로 이 친구에게는 어찌보면 황금 같은 오늘이었을 것이다.

라이딩에 겁을 가져야 한다.
라이딩에 겁이 없으면 사고를 낸다.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 오래 바이크 타다가 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하러 가야지.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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