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9, 2018

Riding - 울진을 지나 동해 바닷가 옛길따라 추억 여행.


90년 대.
직장인으로 첫 발을 내딛고 첫 차를 사서 현재 와잎과 첫번째 여름 휴가를 갔다.
서울에서 오산을 거쳐 동쪽으로 동쪽으로 갔고 불영계곡을 넘어 울진에 다다랐다.
당시에는 네비가 없어서 모두 지도를 들고 여행을 다니던 시절.
교차로 마다 헤메면서 다니던 그 길은, 길 마저도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포장도 안 좋고, 도로망도 안 좋았기 때문에 강원도 쪽으로 다니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여름 휴가는 지금 껏 남아 있는 좋은 추억이다.

장마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주말에 비가 그친다는 소식이었다.
어디를 갈까.
일년에 몇 번은 장거리를 가야 직성이 풀린다.
600킬로 이상을 가자.
새벽 5시 출발 7시쯤 복귀.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울진을 지나 동해 옛길을 가보기로했다.
동네 친구가 있지만, 장거리를 부담스러워해서 말 않고 가려했지만 토욜에 라이딩 가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
그잖아도 장거리 가려했는데 괜찮냐고 했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가자고 하더라.
ok 하고 금요일 일찌감치 희동이 에어필터 교체하고 기름 가득 채운 후 커버를 벗겨서 대기시켜 놓고 자려하는데 톡이 왔다.
바이크 정비를 실수해서 구동계가 돌아가지 않아 내일 가지 못한다는 급한 연락이었다.
어허~
할수없지.
혼자 가기로 하고 자리에 누웠다.
새벽 5시.
일어나서 후딱 갈아 입고 나왔다.
지난 번에 여름이라고 가볍게 옷 입고 갔다가 추워서 한참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방풍 점퍼를 챙겨 입고 출발.
역시~
여름에도 아침엔 춥다. ㅋ

희동이 살펴보고 시동을 건다. 동이 트는구나.

3번 국도타고 이천을 지나 제천을 거쳐 불영계곡 쪽으로 가기로 했다.
이천 장호원까지는 차가 많다.
아침 일찍 빨리 지나가는게 상책이다.
아침도 안 먹고 부지런히 달려서 금방 이천 시내 조금 지나서 응암휴게소 도착.
GS편의점이 들어와서 깔끔해졌고, 이모 저모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아침 햇살의 사광이 이천 들녘을 물들이고 있었다.
응암휴게소에서 삼각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웠다.






장호원을 지나면 곧게 뻗은 길이 나오고 별 감흥없이 쭉 가다보면 박달재가 나온다.
박달재 정상은 예전엔 제법 붐비는 곳이었다.
제천으로 가는 차들이 모두 들르던 곳.
천둥산~ 바~악 다~알재를~ 울고 넘는 우~리이 니임아~
노래가 버전 별로, 가수별로 하루 죙일 나오던 곳.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달재 밑으로 터널이 뚫리면서 차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휴게소는 폐업하여 제천시에서 인수, 관광안내소로 만들었다.
나는 여행가는 길이니 터널로 갈 이유가 없다.
박달재로 올라갔다.






잠시 추억에 젖어 박달재 정상에서 머무른 후에 제천시내로 출발했다.
제천시를 지나면 마땅한 큰 도시가 없어서 여기 편의점 들러서 커피 한 잔 하고 가기로 했다.
달려서 잠시 후에 제천 시내에서 적당한 편의점을 찾았다.
따끈한 모닝 원두커피 한 잔.
요즘 편의점 원두커피가 12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입을 즐겁게 해준다.
좋아~ ^^

오호!
제천 시내에서 출발하여 달리다보니 이런 곳이 나온다.
예전에 TV에서 봤다.
대학로에서 연극하던 사람들이 이 시골 야외에 극장을 만들어 놓고 연극을 올린다고.
만종리대학로극장.
우연히 이런 곳을 보게되다니!
재밌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길도 좋고 공기도 좋다.
참으로 쾌적하다. 상쾌하다.
온 맘과 몸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이게 라이딩이구나.
차 타면 느끼지 못할 이 온 몸의 감각들.
멋진 경치가 자꾸 발걸음을 잡는다.


지도로 경로잡다가 자꾸 보이던 지명이 눈에 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날씨와 이 안의 조경이 어우러져서 캘리포니아에 와 있는 줄 알았다.
언제 와 봐야지.
근데 저 억지춘양은 뭥미?

조금 더 가다가 알았다.
춘양이라는 마을이 있더라. ㅋ
여기 춘양 농협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화장실을 들렀다.
보수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깨끗해서 좋았고, 내가 선호하는 셀프 주유소다.
음.
다음에도 들러야지.

가다보니 역시 경치 좋은 곳이 많구만.
여기는 봉화 어느 곳이다.


여기서부터 불영계곡까지는 36번 도로가 아주 잘 뚫려 있다.
난 여지껏 왕복 2차선짜리 시골길을 터널과 다리로 뻥뻥 뚫어놓은 것 처음본다.
열심히 연장 공사 중인 울진-봉화간 도로 끝.

예전엔 봉화가 참으로 낙후된 곳이었지만, 이 오지에도 이렇게 도로가 잘 뚫리는구나.
우리나라 잘 사는 나라 맞나보다.
게다가 여기가 끝이 아니고, 지금도 공사하고 있고, 그 쭉 뻗은 길 끝을 더 연장하고 있었다.
울진 시내까지 불영계곡을 우회하여 가는 길이더라.
난 불영계곡을 보려하므로 어차피 나중에도 이 길을 끝까지 가서 울진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여담인데,
이 멋진 길은 말이 제한속도 60킬로 도로지 고속도로 급이다.
꼬부랑거리는 강원도 산길? 노노~
그래서 나도 속도를 많이 높여 가고 있었다.
그런데 터널 안에서 뒤에 어떤 놈이 확 붙더라.
아슬아슬하게 위협운전하며 바짝 붙어오는데 백미러로 보니 골프.
이 놈 쉐리가 어디서 골프가 바이크한테 덤비냐.
내가 적지 않은 속도로 가고 있는데 나를 위협운전하면 난 어쩌라구.
그래, 너 한 번 따라와 봐라.
기어 한 단 낮추고 드로틀을 확 감았다.
과과과과과~
Vtec 터뜨리며 광속으로 빽점을 만들어 버렸다.
터널 빠져 나가고 조금 가다보니 신호가 있길래 정지했더니 지도 x팔리는지 슬금 슬금 기어오더니 좀 떨어져서 서더군.
초록신호 떨어지고 이번엔 제로백으로 빽점을 만들어 버렸다.
CB400 제로백이 5.1초다.
슈퍼카급은 아니지만 스포츠카급은 되지.
어디서 골프가 x랄이야.

그렇게 지나가, 그 길을 빠져나가면 이제 불영계곡이다.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병풍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오늘의 하늘은 그냥 우주 그 자체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디 맑은 푸르른 하늘.
구름 사이로 간간히 나오는 그 푸른색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하늘과 어울린 불영계곡.








촉촉히 비가 살짝 내린 불영계곡에서 풍겨나오는 신선한 산 냄새를 헬멧 스크린을 살짝 열고 달리며 마음껏 맡았다.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상쾌한 라이딩 끝에 울진에 다다랐다.

울진에서 삼척까지는 예전 동해안 마을들을 이어주던 해안도로를 우회해서 7번 국도가 나면서 자동차전용으로 지정되었다.

나야 굳이 예전 길로 가기로 했기때문에 7번도로는 패스.
문제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 어디도 울진에서 삼척까지 자동차전용회피로 경로를 찾으면 이상하게 태백산맥 쪽으로 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코스로 잡는다.
그래서 중간 중간 경로를 짧게 잡아서 동해안 옛길로 가는 코스를 소개한 인터넷 글을 보고 열심히 기록해서 갔는데...
울진에서 Tx 으로 자동차전용제외로 검색했더니 동해안 옛길로 잡네... ㅋ
헛 고생했네. ㅋ
네이x 지도는 다음과 같이 안내한다.

이게 말이되나.
근데.
다음지도도 여행가기 전에는 위처럼 안내했었는데, 조금 전에 다시 검색해보니 이렇게 안내한다.

헐~~~
그새 경로 찾기 로직이 바뀌었나보다.
이럴수가.
하여간 Tx의 안내를 받으며 울진부터 삼척까지 동해안 옛길을 따라 갔다.

일단 불영계곡 지나 울진 시내로 들어가서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맛있었으면 소개하려 했지만 패스. ㅋ

울진에서 잠깐은 길이 영 안 좋다.
들락 날락 길을 자꾸 바꿔탄다.
게다가 한울원자력 발전소 앞도 지나간다.
경치도 영 파이다. ㅋ

그러나 조금만 더 지나가면 간간히 공원들이 나온다.
거기서 본 경치가 이렇지. ㅎㅎ



굽이 굽이 동해안 길을 가다가 외국에서 볼 법한 마을의 경치도 보이고.

구글포토가 자동 보정한 사진이라 색감이 가짜틱하지만 하와이 해변 같은 이런 경치도 보이고.

해변 레일바이크도 있고, 해상 케이블카도 있더라.

이건 뭐, 경치들이 계속 발을 잡네. ㅋ

경치에 취해, 맑고 신선한 공기에 취해 가다보니 어느 덧 오늘 라이딩의 종착인 삼척 시내.
여기서 다시 편의점 원두커피 한 잔 하며 아침부터 지금까지 라이딩을 복기한다.

여기는 삼척시내다.

아쉽지만, 오늘의 반환점이다.
이제 집으로간다.
이제부터는 경치보다는 라이딩을 즐기며 복귀한다.
삼척 시내에서 두타산을 지나 큰너그니재를 지나가는 코스가 참 재미있는 라이딩코스더라.
쒼~나게 코너링을 즐기며 감아나갔다.



근데...
삼척 시내에서 출발한게 3시 다 되어갔으므로 이제는 춥지 않겠다고 방풍점퍼 벗은게 문제였다.
두타산 넘어가는데 구름 속을 뚫고 가느라 축축해진데다가 주행바람에 무지 엄청 추웠다 ㅠㅠ
결국 두타산 넘어서 길 가에 잠깐 세워 놓고 다시 옷을 입었다.
세상에 7월에 추워서 방품 점퍼를 입다니.
그만큼 오늘 날씨가 쾌적하고 선선했다.
좋쿠나! ^^

올 때는 라이딩 위주라서 자주 서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한참 오다가 정선 아우라지에서 한 장.

다시 달려 달려서 횡성 농협 주유소에서 주유.
여기도 셀프 주유소.
연비 측정해보니 20킬로가 넘었다.
에어필터 교체 하고 출발했더니 18킬로 언더를 찍던 연비가 바로 올라오는구나. ㅎ
여기서 멋진 라이딩 팬츠입고 할리 타고 온 여성 라이더도 봤다.
연세는 좀 있어보이셨고.
좋은 취미를 가지셨구나.


횡성부터 집까지는 늘 다니던 코스다.
쭉 뻗은 6번길을 따라 오다보면 금방 양평이다.

이 즈음에서 바이크 앞에서 철렁 철렁 쇳소리가 난다.
살펴보니 앞 브레이크 패드가 다 되었다.
지난 번에 2.5mm 정도 남은 것 같더니 불과 천 킬로도 안 되서 다 쓴 것 같다.
이런...
지우개인가...

집에 가서 부품 주문해 놓고 오면 갈아야겠다.
조심 조심 오는데 오늘 같이 오려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여~~~
좀 있으면 양평~~~
마중 나갈게~~~
다 고쳤어???
응~~~
알따~~~

양평의 양근대교는 무지 혼잡하다.
양평대교로 우회해서 조금 더 가서 남종면 동네 슈퍼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 만났다.
이 친구는 하루 600킬로 주행한게 넘 신기했다보다.
하루 천킬로 넘게 주행하는 분들도 있는데. ㅋㅋ
암튼 그 슈퍼에서 오늘 하루 너무도 멋진 경치와 상쾌한 공기 얘기를 해주며 약 올렸다. ㅋㅋㅋ


그렇게 그 친구와 삼겹살 한 근을 사서 집으로 복귀해 막걸리 한 잔에 다시 오늘 라이딩을 돌아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살다가 오늘 같은 라이딩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라이딩이었다.

즐거운 젊은 날의 하루였다.
나이가 들어 좋은 추억이 되겠지.

600킬로, 14시간.


하지만 그럴까?
내일은 더 멋진 날이 될것이다! ^^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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