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3, 2018

CB400 - 문경 뿅뿅다리, 태백, 만항재, 영월 라이딩


동네에 저속 라이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125 스쿠터로 퇴촌부터 수원까지 하루 왕복 거의 백키로를 출퇴근하고 있고, 취미가 싸이클 라이딩이라 몇 년 전에 바이크 라이딩 같이 다녀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었지만,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에 내가 CB400을 사고 겨우 내 수리를 거쳐 봄에 속초를 다녀 왔고 그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에 자기랑 같이 속초 또 가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 주인가에 그 친구를 데리고 속초를 갔다.

다녀와서 그 라이딩이 좋았었던 것 같다.
의지를 불태우며 2종소형에 응시하더니 3번 만에 면허를 따고는 전광석화와 같이 바이크를 골라서 데려왔다.

문제는 산악 용 바이크인 야마하 TW225를 데려 왔다는 것인데, 타이어가 깍두기라 주행할 때 진동이 심하고, 시트고가 높아서 불편하며 주행 자세도 팔쩍벌이 나오는 등 영 투어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종이었지만, 제일 경악스러웠던 점은 연료통이 6.8리터. ㅋ
연비 30km/L라고 해도 예비를 조금 남겨 놓고 넣는다면 대략 150킬로 정도마다 주유를 해줘야 한다.
내 CB400은 연비가 거의 20 정도는 나와주고 탱크 용량이 18리터 이므로 300킬로마다 주유를 한다.

같이 라이딩 다니기가 거시기한 기종이었다.
저 배기량을 선호하는 이유가 나랑 똑같이, 과속할까봐 이기때문에 225cc를 선택한 것은 잘한 것 같고, 내가 이 친구 속도에 맞춰 다니면 되니까 배기량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연료통은 너무했다. ㅎ

그래서 같이 다니려면 보조 연료통 가지고 다니라고 으름짱을 놓았더니, 탑박스 달고 펫병 두개 넣은 인증샷을 보냈다.
같이 안 갈 수가 없겠군. ㅎㅎ

새 바이크 사고 첫 라이딩을 가기로 약속하고 어디로 갈까 하다가, 처음이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자해서 물색한 곳이 문경 회룡포의 뿅뿅다리.
왕복 약 4백킬로미터 정도 였으므로 적당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드디어 토요일 5시에 우리 집 앞에서 만나서 출발.
3번 국도는 장호원까지는 차가 많다.
일찍 출발했으니 가능한 빠른 시간에 장호원을 지나는 것이 좋다.

둘이 퇴촌을 지나 3번 국도로 합류한 후 부지런히 가서 바로 이천 응암휴게소에 도착.
3번 국도로 갈 때는 여기에 들러서 아침을 먹고 간다.

헬멧 닦을 휴지 등을 사고, 삼각김밥과 음료수로 아침을 해결했다.
따끈한 커피도 한 잔~

다시 출발.
장호원에서 꺽어져서 음성과 괴산을 거쳐 내려가는 37번 길은 주위 경치도 좋고 쭉 뻗은 4차선 대로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락한 길이다.

연풍IC 근처를 통과하는데 뒤에 친구가 따라오지 않는다.
이 친구 기름 다 되어서 RES로 돌리고 있군.
안 봐도 알 것 같다. ㅋㅋ
난 조금 전에 기름 경고가 들어왔지만 보통 360킬로까지는 가고 현재 315킬로 정도라서 좀 더 가다가 넣기로 하고 천천히 가다보니 뒤에서 열심히 쫒아오더라.
다시 속도를 내서 달리는데...
드로틀을 감아도 반응이 없다.
줸장~ 나도 기름이 떨어졌다. ㅠㅠ
아직 예상 엠티까지는 많이 남았는데 왜 이러지?????
암튼 갓길로 세우니 따라오던 친구가 옆에 같이 세웠다.
기름 좀 빌려야 겠소~
기름 자주 넣어야 되니까 비상 기름통 준비하라고 내가 으름짱 놓고는 내가 그 친구 덕에 위기를 모면하다니. ㅋ
그렇지만 아직도 왜 그렇게 기름이 일찍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기름 넣은 주유소에서 끝까지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ㅎ

기름 넣고 시동 걸고는 조금 더 달리니까 벌써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8시 10분 쯤 예천 용궁면사무소를 통과하다가 면사무소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메시 라이딩복 안에 입은 바람막이 속옷도 벗었다.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다.


잠시 더 가니까 목적지가 나왔다.
회룡포 뿅뿅다리.


뿅뿅다리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다리를 건너서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본다.
회룡포 물길이 참으로 맑다.
상류도 아닌 이렇게 넓은 하천이 맑은 것은 처음 본다.
4대강 손 길에서 벗어나, 모래를 정리하지 않은 덕인 것인가.
물 비린내도 별로 나지 않고 오히려 근처에 소나무 많은 산이 있는지 향기로운 냄새가 주변에 맴돈다.




다리를 건너자 보이는 마을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았기때문에 회룡포 마을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전기 스쿠터를 대여하는 곳이 문도 안 열고 있어서, 그 곳 자판기에서 음료수나 한 캔 뽑아 먹으며 친구와 다음 여정을 이야기했다.



올 때 길이 바이크에게는 과하게 편했다.
이 친구가 새로 산 TW225는 원래 산악 용인데다가 전에 타던 125cc 스쿠터를 넘어서는 성능을 아직 이 친구가 경험하지 못했다.
125 스쿠터는 평지는 잘 달리지만 언덕만 만나면 40킬로를 넘지 못해서 이 친구가 지난 번 속초 여행 때 태백 산맥 넘어가느라 아주 고생했었다.

그래서 시간도 널널하니 빙빙 돌아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특별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일단 돌아가기로.
지도를 좀 보다가 태백에 하이원리조트로 방향을 잡았다.
네비가 안동 시내를 통과하는 루트로 잡길래, 중간에 경유지 몇 개를 잡아서 빙 돌아가는 코스로 선택했다.

이렇게.

안동 찜닭을 먹고 갈까 하다가 9시 쯤이라 점심은 이른데다가, 내 희동이가 현재 냉각팬 파손 상태라, 오늘 같이 더운 날 시내에서 가다 서다 반복하면 국물을 쏟아낼 것이다.

1시간 좀 넘게 달리다보니 도산서원 이정표가 보였다.
마침 쉴 때 쯤 된 거 같아서 쉬어 가기로 했다.
오호.
그런데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이 장난 아니게 와인딩이 심했다.
무슨 재나 령을 넘는 줄 알았다. ㅋ
나중에 친구랑, 들어와서 딴 생각하지말고 공부나 하라고 여기다 지어놨구나 하고 추측해보았다. ㅎㅎ


너무 더웠다.
틈날 때 마다 물을 마셔주어야 했다.
난 커피는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이지만, 오늘은 계속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여기서도 얼음 둥둥 뜬 아이스커피 하나 씩 마시며 주차장 근처 그늘 밑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도산서원은 다음 기회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 때 11시 쯤이었고, 같이 간 친구가 배가 많이 고프다 했다.
가다가 청량산 근처에 식당이 많다는 가겟집 아주머님 말을 참고로 지도를 보니, 마침 우리가 가는 길이었다.

다시 바이크에 올라타고 달려 나갔다.
이제 바이크 탈만한 길들이 나온다.
지금까지 온 길들은 바이크에게는 너무 얌전한 길이었어.

재미있게 달려가다가 기암 괴석, 절벽, 계곡이 멋지게 어우러진 산이 나타났다.
오~ 하며 경치 구경하며 달리다보니 그곳이 청량산이었다.
입구에 식당들이 몇 있어서 바이크를 대고 먹을 곳을 찾아 들어갔다.

비슷한 메뉴들이 있었고, 우리는 안동 간고등어 정식을 시켰다.
나는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기에 내 고등어 반을 그 친구에게 양보했고, 둘 다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이 친구, 배가 진짜 많이 고팠나 보다.
내가 양보한 고등어도 뚝딱 해치우더라. ㅎㅎ

바이크 여행이 의외로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이렇게 배 고플 때 밥을 먹게되고, 이로 인해 살아 있음을 알게 해주며, 밥이 맛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취미 생활이 바로 바이크 라이딩이다. ^^

밥 먹고 힘 내서 청량산을 뒤로 하고 태백을 향해 달렸다.
좋은 경치들이 발을 잡았으나 코너를 감아 올라가는 맛에 신나게 올라갔다.
하지만 계속 전망대가 몇 개씩 나오는 것을 보고 바이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범바위 전망대이다.
뭐라 뭐라 하는 이유로 범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며, 바위 위에 호랑이 인형을 세워 놓았더라.
재밌네. ^^

다시 출발하여 태백 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엄청 와인딩이 심한 코스가 죽 이어졌고, 뾰족한 헤어핀도 두 세개가 나오는 등 꽤 심한 코너링 코스였다.
나는 CB400으로, 내 친구도 새로 가져온 TW225로 신나게 올라갔다.
한참 재미지게 올라가다보니 만항재 정상이라는 표시가 나오더라.
아~~~
여기가 그 유명한 만항재이구나~~~
여러번 들어보기는 했지만 실제 올라가본 건 처음이었다.
만항재 휴게소에서 냉커피 한 잔 사서 바로 앞에 숲길로 들어갔는데, 이미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중요한 건 그 높은 곳에서도 시원하지가 않았다는 거. ㅋ
아따, 정말 더운 날이구나.



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이지만 태백 쪽으로 가면 낫겠지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젠장이었다. ㅠㅠ
어디도 시원한 곳이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엔진에서 올라오는 더운 바람이 식지 않고 몸으로 덮쳤다.
어쩜 이럴 수가.
강원도에 많은 터널 구간을 통과할 때 잠깐 시원했을 뿐, 주행 내내 더웠다.

그래서, 내내 달리기만 했다.
태백으로 영월로 달리기만 했더니, 같이 가던 내 친구가 힘들었는지 사인을 보냈다.
영월 주천면 조금 지나서 마을이 나오길래 편의점에서 세웠다.
역시 찬 원두커피 한 잔을 들고 편의점 뒤로 갔더니 그늘 정자가 있었다.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바람도 조금 불고 그늘이 있어서 좀 나았다.
땀 식히며 찬 커피 먹고 있는데, 저 앞에 멍멍이가 이 더위에 털옷을 입은 덕에 혀를 빼고 다 죽어간다.

불쌍하여라 녀석.
이 친구가 50킬로 정도 마다 쉬어가자고 부탁한다.

알겠다하고 다시 출발.
조금 후에 제천을 스치며 장호원으로 가는 길이 역시 매우 쭉 뻗은 왕복 4차로 편한 길이다.
50킬로는 안되겠고 한 80킬로 쯤 가다가 전에 몇 번 들렀던 휴게소에 안착.
당 보충하라고 단팥빵 하나 씩을 사서 가지고 있던 음료수와 먹고 다시 출발.
이거 고난의 행군이군.
빵 먹으면서 라이딩 스킬에 대해 전에 들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바이크를 눕히는 건 최소화하고, 코너 진입 시기를 잘 조절해서 충분히 감속 후 진입하며 체중을 이동한 다음 꾸준한 가속.
이래야 뒷 바퀴에 하중이 걸리며 트랙션이 생긴다는 둥, 설명을 해주었다.

이포 쯤 와서 기름 넣고 여주 지나 남종을 거쳐 집으로 오는데 이 친구가 자주 다니던 길이라서 먼저 가라고 앞으로 보냈다.
그런데 제법 과격하게 코너를 감아나가더라.
왠일이지???
하며 따라가서 드디어 남종의 그 친구 집에 도착했다.

집 마당에서 음료수 한 잔 하는데 그 친구 하는 말이, 잠깐 알려준 라이딩 테크닉으로 여주 지나면서 와인딩을 해보았더니 진짜 효과 있더란다.
코너 타기는 것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ㅎㅎ.
내가 본 그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알려주고 카운터 스티어링, 체중 이동 등등을 다시 이야기 하며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 하였다.


총 602km.
한 400km 정도로 간단하게 다녀오자던 투어가 14시간(순 주행시간 12시간) 600킬로 짜리로 변해버렸다.


이 친구도 새로 산 바이크로 많이 타고 싶었을 것이고, 오늘 원한만큼 탔을 것이다.
내 덕에 장거리도 다니게 되었다고 고마워하고, 나도 보람지다.
그 친구 덕에 나는 또, 과속을 안하고 살랑 살랑 다니게 되어 안전하니 서로 좋은 라이딩 파트너가 생긴 것 같다.

이제 다음 주에는 내 희동이 라디에이터 팬을 수리해야 하고, 뒷 타이어도 다 되었으니 교체해야하며, 엔진오일도 교체해야 한다.

이것 교체하면 더위가 좀 가시려나.

가을 되면 이 친구와 남해 한 번 가야하겠다.

젊은 날의 재미진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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