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0, 2019

라이딩 - 양평, 원주 문막까지 솔투.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 그리고 들깨 내음 가득한 가을 들판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는 아들 치과를 데려가는 일정이 있어서 먼 길을 갈 수 없었다.
갔다 와서 오후에 간단하게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이 동네가 워낙 시골이라서 조금만 벗어나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많이 있다.

토요일이라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이 시간에는 막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라이딩을 가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인데, 오늘은 할 수 없다.

팔당 호를 왼쪽으로 끼고 퇴촌에서 양평으로 달렸다.
역시 차가 많았지만, 저속으로라도 꾸준히 달려주어서 고마웠다.
지난 번에 설치한 핸드 가드가 이런 날씨에서는 딱 이었다.
17~19도 정도의 온도에서 맨 손으로 바람을 맞았으면 손이 시려운데, 핸드가드가 있으니 여름 장갑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이 좋아라~ ^^

그렇게 가다가 결국 꽉 막히는 구간이 나왔다.
다행히 나는 막히는 구간이 시작하자마자 이포 쪽으로 빠질 수 있었다.
그 길은 막히지 않았고 이포보까지 여유롭게 라이딩을 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다.
좋다.

이포보에 편의점이 있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먹고 가기로 했다.
난 커피 중독자~ ㅋㅋ

하늘이 워낙 파랗고 이뻐서 커피 먹으면서 눈이 참으로 즐거웠다.



눈이 즐거운 커피를 마시고 어디로 갈까 진짜 목적지를 골랐다.
지도를 가만 보다가 여주 부론면에 아래 강가 코스를 가기로 했다.
전에 몇 번 지나갔던 곳이고, 여기 경치가 특별하고 나는 이런 경치를 좋아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길을 가지 못한 셈이다.
다 가서 경로를 잘 못 찍어서 저 지도의 산 길을 관통하는 질러오는 길로 빠져 버렸던 것이다.
조금 더 내려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결국 목적의 반만 이룬 셈이 되었다. ㅋ

암튼 출발.

아, 그런데 하늘과 구름이 발길을 자꾸 잡는다.

가는 내내 이런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 가운데서 나를 따라다닌 기분 좋은 라이딩이었다.
목적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주행도 여유로웠다.

천천히 가다보니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원주에 벌써 도착해서 이런 곳을 발견했다.
반계저수지이다.

가족들이랑 오면 데크를 살살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원도가 예나 지금이나 땅이 비옥한 곳은 아니고 논 농사를 지을 넓은 곳이 드물다.
그러나 이 원주 문막은 그나마 너른 평야갸 펼쳐져 있어서 예전엔, 강원도 지역의 곡창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라이더들도 몇 몇이 손을 흔들고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라이딩하기 좋은 날이니 라이더가 없을 수가 없다.

깨끗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세우고 보니 경동대학교였다.
얼마 안 된 학교같다.
앞으로 잘 되어서 좋은 학생 많이 배출하기 바라면서 다시 출발.

여기를 지나면 곧 부론면이다.
강 줄기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강변길이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의 초입에 도착했다.
자전거 길로도 유명한지, 많은 바이크 라이딩 족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출발해서 아까말한 대로 쭉 직진했어야 했지만, 오늘의 목적을 착각하고 중간에 좌회전을 해서 산 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강변 길을 많이 달리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이 길이 참 예쁜데. ㅋ

그렇게 복귀 길에 올랐다.
강변 길을 놓쳤지만, 그래도 복귀 길도 이뻤다.
여전히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간간히 강가도 지나가면서 느긋하게 주행했다.



이 길을 지나가면서 느낀 점은, 이제 가을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들깨.
들깨 추수철이 되었던 것이다.
온 동네에서 들깨를 베어 놓고 도리깨질을 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들깨 특유의 냄새.
그 냄새가 향긋하게 감돌고 있었고, 라이딩 하는 내 콧 속으로도 들어와 주었다.
고소한 들깨 냄새?
안 그렇다.
들깨던 참깨던 볶아야 고소한 냄새가 난다.
볶기 전의 타작하는 들깨 냄새는 깻잎 향 + 알파이다.
향기롭다.

그렇게 들깨 냄새를 맡아가면서 6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이것은 오늘의 라이딩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6번에 접어들면 서울 복귀 차량이랑 섞여서 고속으로 달려야 한다.

재미없게 달리는 나를 다른 라이더가 휭휭 스쳐 지나간다.
난 고속으로 복귀해봤자 x00 정도인데 다들 상당한 고속으로, 그것도 차 사이를 무리하게 추월해 지나간다.
보기가 좋지 않았다.
이러면 바이크 전용도로 진입이 늦어질텐데... 하는 걱정을 하며 양평으로 빠져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늘 들르는 편의점에서 달달한 커피 한 잔하며 헬멧의 벌레를 닦았다.
벌레들아, 이제는 들어가라~ 춥다~

복귀.
퇴촌으로 직접 가는 길이 아쉬워서 남종 방향으로 꺽어서 팔당호 주변길로 돌아왔는데, 잘못 판단했다.
느리게 가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추월도 힘들었고, 시속 40킬로로 따라가려니 힘만 들었다.
역시 막히는 길은 피곤하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오늘 라이딩을 복기해보니, 역시 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좋았고, 구름이 좋았고, 그리고 들깨 향기 가득한 라이딩이었다.
4시간 50분. 214km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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