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5, 2019

문경, 안동, 주산지를 거쳐서 7번 국도 라이딩 726km


올해 10월3일이 개천절이고 목요일이었다.
그래서 간만에 금요일 쉬기로 하고 라이딩 계획을 잡았다.
부산에 계시는 카페 회원분에게 올해 안에 가보려 했으나 주말마다 들이닥친 비로 인해서 벌써 10월이 되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가을이면 장거리 여행은 힘들다.
여기서 부산을 가려면 새벽 4시 쯤 출발해야 하지만, 이제 그 시간엔 춥다.
그래, 부산을 가서 횐님들을 만나자.

그런데 동네 라이딩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라이딩 가자고. 자기는 휴가를 냈다며.
이 친구가 얼마전에 데이스타250에서 스티드600으로 바꿨는데 아이들 중 시동이 꺼지고 시동모터가 돌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점화 플러그 캡에 연결된 전선 하나가 단선인 것을 발견하여 교체하였고, 시동 모터도 브러시를 교체하는 등 정도의 정비로 이제 탈만해졌기때문에 어디라도 가고 싶었을 것이다.

카페 회원분들에겐 미안하지만, 기변을 한 이 친구 마음을 알기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같이 가기로 하고 경로를 정한 건 동해안 7번 도로를 북상하는 것.

그렇게 약속하고서 목요일 저녁에 희동이 체인에 기름을 뿌리러 내려갔다.
사이드 스탠드로 바이크를 기울이며 뒷 타이어를 돌리며 기름을 뿌리는 작업을 혼자하다가!
바이크가 넘어졌다.
하필이면 그 옆에 벽이 있어서 좌측 사이드 미러가 벽에 부딪히며 박살나고 말았다. ㅠㅠ

사이드 미러 없이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 ㅋ
고민 고민하다가 조각 모음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실패. 나는 이런 일에 약하다. ㅠㅠ
와잎이 퇴근해서 왔다. 해보겠다고 하더니 얼마 안되어서 이렇게 맞춰놨다.

울 와잎 대단하다. ㅎㅎ
이것 뒷면에 테이프를 붙이고 순간접착제를 깨진 부위에 흘려 넣은 다음에 사이드 미러에 테이프로 붙였다.
음, 없는 것 보다는 낫겠다. ㅎㅎ

자, 퇴촌에서 새벽 4시 30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 기온이 많이 추울 것이라서, 라이딩 기어 안에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이 친구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친구와 경로 협의를 했다.
일단 이천까지 가서 기름을 넣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기로 했다.
이천, 음성, 문경을 지나는 코스인데, 이천을 지나면 그 흔한 편의점이나 주유소도 없는 코스이다.

출발.
그런데...
안개가 안개가...
거의 비다.
헬멧에 맞아서 주륵 주륵 흘러내리고 시야를 가린다.
미치겠다.
쉴드를 열면 안경에도 물이 맺힌다.
장호원까지 가서 3번 국도로 올라타서야 조금 약해졌다.

미란다 호텔 근처 국도 변의 셀프 주유소에서 연료 만충하고, 조금 더 가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삼각 김밥을 먹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장호원 접어들자마자 다시 안개 시작 ㅠㅠ
음성 정도를 가면 좀 나아지겠지하고 쉴드를 주행 중에 닦아가며 힘들게 가고 있었지만, 6시가 넘어서 하늘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데도 계속 안개가 괴롭혔다.

해는 다 올라온 것 같다.
그런데 안개때문에 주변이 어두울 정도다.
문경까지 가서야 해가 간간히 비친다.
안개도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안개는 시작되고, 어디서 쉬고 싶었지만 쉬는 곳도 나오지 않는다. ㅋ

문경에서 예천 쪽으로 빠져서 안동으로 가는 길.
장갑은 쉴드에서 흘러내리는 안개비를 닦느라 다 젖어버렸고 이로 인해서 손은 너무도 시려웠다.
휴게소라도 있으면 들러서 손을 녹이고 가려했지만 휴게소, 편의점 하나 나오지 않는 길이었다.
도저히 손이 시려워서, 좀 넓은 길가가 나오길래 세워서 엔진 열에 손을 녹이고 장갑을 바꿔끼고 출발했다.
사실 겨울 장갑을 하나 더 가져왔었다.
겨울 장갑은 둔해서 끼기 싫었지만 손이 너무 시려워서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다.

지도를 보니까 안동까지 삼십 분 정도 남았다.
장갑을 바꾸니 달릴만 했다.
곧 안동 시내가 나왔고 반가운 편의점도 나왔다.
따끈한 커피와 간단한 과자로 추운 몸을 녹였다.

다시 출발.
안동에서 기름을 다시 넣고 주왕산 기슭의 주산지로 향했다.
안동을 벗어나자 마자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안동 시내에 흐르는 강물도 전날까지 퍼부운 비로 인해 수량이 많이 늘어 있었고, 그 강을 따라 임하호를 스쳐지나가는 코스는 실로 그림이었다.
다음에 안동을 목적지로 해서 다시 한 번 라이딩을 와야겠다.
주변에 돌들도 적색을 넘어서 자색에 가까운 빛을 띄고 있어서 신비로운 경치를 보였다.
이 주변이 특별한 지층인 것 같았다.

얼마간 달려서 네비에서 주산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시골 길로 접어들어 잠시 달려가서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 즈음에 지긋 지긋한 안개가 걷혔다.
이제 시원하고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십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한다.
가면서 주산지에 대한 설명도 읽고,

살살 걸어올라가니 주산지가 보였다.

이것만 보면 평범한 저수지인데, 그 유명한 물에 잠긴 나무는 어디있지?
저 앞에 사진 촬영지라고 하는 곳 팻말이 있다.
가 보았다.
음~ 이곳이구나!
그 유명한 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런 나무가 수 십그루 물에 잠겨서 신비로운 늪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인 줄 알았지만, 달랑 한 그루였다.
저 멀리 다른 사진 촬영지에 몇 그루 더 있는 것 같긴한데,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에휴,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 같은 앵글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같이 간 친구는 나름 만족했단다.
하긴, 주차장에서 주산지 올라가는 길도 길지 않지만 숲 냄새 싱그럽고, 계곡 물소리도 시원해서 나도 괜찮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진을 찍고 호수 경치를 조금 더 구경하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나왔다.
강구항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그 길은 차마 혼자보기가 아까운 길이었다.
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협곡을 흐르는 맑고 푸른 물, 그리고 그 물이 흘러가며 만들어내는 포말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할 즈음에 청송 얼음골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옥계계곡이라는 지명이 나왔다.
아항~ 옥계계곡~~~
여기도 킵. 다음에 또 와야지!


특이하게도 전 날 태풍이 몰고온 많은 비로 인해 온 개천물, 강물이 모두 황토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옥계계곡의 물은 그다지 황토색이 아니고 푸른 색이었다.
바위가 많은 산을 끼고 도는 계곡이라 그런가 싶었다.

이렇게 그림같은 풍경을 끼고 가면 즐거워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많은 비로 인한 토사가 도로 곳곳을 덮고 있었기때문이다.
심지어 코너링하느라 바이크 눕혔다가 코너에 깔린 토사로 인해서 깜놀해서 세우는 등 위험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것만 아니면 경치를 더 즐겼을텐데...
다음에 또 와야겠다.
옥계계곡.

그렇게 옥계계곡을 넘어가서 드디어 7번 동해한 국도에 도착했다.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먼저 찾아서 밥을 먹기로 했다.
친구가 기사식당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지, 중간에 스쳐 지나간 기사식당으로 바이크를 돌려 갔다.
돌아가서 식당 근처에 바이크를 세운 그 앞에 있던 집에서 보이는 경치가 이렇다.


그러나 경상도 지역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환상은 전라도 지역의 기사식당에 대한 것이었다.
낙지볶음을 주문하고 나온 것을 보고 실망하는 친구에게, 생각하고 기대하던 그 기사식당은 전라도 지역의 기사식당 음식이라는 걸 낄낄대며 알려주고는 그냥 저냥 배고파서, 주문한 음식을 다 먹기는 했다.

전라도 지역 기사식당에서는 저 가격(8,000원 낙지볶음)이라면 수라상에 가까운 반찬들이 상다리 휘어지게 나온다.
반찬의 맛도 당연 훌륭하다.

이 친구의 환상을 실현해주려면 다음에는 전라도 지역으로 맛집 기사식당 투어를 가야겠다. ㅎㅎ

그렇게 밥을 먹고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얼마 올라가지 않고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이렇게 삼척까지 올라가다간 복귀가 너무 늦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한다.

사실 그 말도 맞다.
강구항에서 이미 12시 반이 넘었고, 잠깐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시간이 1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요즘 해가 7시 전에 지니까 너무 늦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또 문제가, 어제와 지난 주 들이닥친 태풍으로 인해서 동해안 지역 길들이 모두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토사가 도로로 흘러내려서 물과 황토, 모래가 뒤섞여, 주행하기가 어려웠고 바이크와 라이딩 기어도 온통 흙 투성이가 되었다.

할수없다. 돌아가자.
경로를 다시 설정했다.
울진에서 꺽어져서 불영계곡, 영월, 평창, 횡성을 거쳐 서울로 가는 6번 국도로 복귀하기로 했다.
7번 국도 상행은 다음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7번 국도 옆의 바닷길 우회로는 제끼고 7번 국도를 타고 고속으로 올라갔다.
울진에서 꺽어져 불영계곡으로 빨리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재미없게 라이딩을 하여 불영계곡으로 들어갔지만, 올때 옥계계곡과 마찬가지로 도로가 계속 토사와 황토물에 범벅으로 덮여 있었다.
슬립을 할까봐 신경을 극도로 쓰면서 한참을, 한참을 피곤하게 라이딩을 한 끝에 불영계곡을 빠져나가고 춘양 쯤에 이르러서야 토사가 덮인 길이 없어졌다.
이 즈음에는 바이크와 라이딩 기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 진짜 피곤한 라이딩이었다. ㅠㅠ

거의 167km를 둘이 아무 말 없이 조심 조심 산길을 넘어서 지나온 다음 영월의 어느 편의점에서 비로소 쉴 수 있었다.
음료수 먹고 잠깐 휴식을 즐겼다.


조금 더 가서 기름을 넣고, 양평에 가서 오늘의 마지막 휴식을 하기로 했다.
쭉쭉 달려갔다. 평창을 도착하면 거기서부터는 늘상 다니는 길이다.
평창에서 횡성까지 길에는 5시가 갓 넘은 그 시간에 벌써 차들이 한 가득이다.

드디어 6번 국도를 만났다.
많은 차들을 뚫고 6번을 따라 가다가, 양평 시내로 접어들기 전에 가끔 들르던 휴게소로 접어드는 순간!
휴게소가 망했다. 체인으로 주차장도 못 들어가게 막아놨다.
에이~
그 앞에서 어떻게할까 고민했다.
이 친구가 송파로 이사를 갔기때문에 6번을 타고 쭉 가면 좋기는 한데 교통정보를 보니 역시나 양평부터 서울까지 꽉 막히고 있었다.

그냥 나랑 같이 퇴촌 쪽으로 돌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김에 퇴촌에 유명한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퇴촌으로 우회하는 강변길에도 차들이 많았지만 서다가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꾸준히 달려서 퇴촌 순대국집에 도착했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오늘 라이딩에 대한 랩업 미팅을 했다.
늘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이 둘이 같이 축하한 것이 무사 안전 라이딩이었다.
너무 많은 복병이 있었고, 그것들을 무사하게 넘어가서 귀한한 것이 제일 축하할 일이었다.

또 하나의 복병은 이 친구.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을 해보지 않아서, 로드와 리어의 역할을 지키지 않아 위험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다음엔 좀 더 주의하기로 했다.

여튼 무사 귀환을 축하해야하는 오늘의 라이딩이었다.
다음엔 경치를 유유자적 즐기는 라이딩을 하고 싶다.

서울->문경->안동->동해 강구항->울진->영월->평창->횡성->양평->퇴촌.
726km

Leonard.


2 comments:

  1.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드셨을 텐데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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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lies
    1. 이 날 라이딩은 진짜 고생했어요.
      언제 모래가 나타날지 몰라서 정신적으로 더 고생했던 라이딩이었네요.
      그럼에도 같이 염려해주시는 payton_yu 님 같은 분들 덕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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