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23, 2019

태풍을 피해 라이딩!


올해는 초반에 엔진 헤드와 캬브를 오버홀 하느라 라이딩을 못했고, 그렇게 여름을 맞았으나 비가 자주 와서, 정확히는 주말마다 비가 와서 라이딩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

추석도 지나고 이제 9월 하순을 향해 흘러가는 21일 토요일.
동네 라이딩 친구과 동해안 7번 국도를 아래서 위로 올라오는 일정을 잡았다.
이 친구가 최근 25년된 스티드600을 구매해서 그것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내 희동이로.

그런데... 그런데...
태풍이 올라온다. ㅠㅠ
하필이면 주말에 영향을 미친단다.
아이 씨x.

게다가, 21일 토요일 그 날,
아들이 과학전투훈련단 행사에 지원해서 실전 같은 서바이벌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부대가 인제에 있어서, 고등학생인 아들이 토요일 아침 8시까지 그 교통 불편한 곳에 갈 수는 없었기때문에 내가 데려다 주어야 했다.

불만이 차 있던 나에게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태풍 경로를 보니까 강원도 북부는 토요일 오후 늦게나 비가 올 것으로 보였다.
인제에 도착한 아침엔 비가 안 올 것이고, 그곳부터 북쪽으로 돌면 비 안 맞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을 바이크에 태워 가서 인제에 내려다주고 친구와 강원도 북부로 라이딩을 가자.
그러면 두마리 토끼를 잡는거다. ㅎㅎ

친구와 연락하여 경로를 수정했다.
이 친구도 남쪽으로는 비가 오는 걸 알았기때문에 실망하던 참에 잘 되었다고 경로를 수정했다.

그렇게 경로 수정하고 토요일 오전.
아침 5시에 일어났다.
늦잠꾸러기 아들도 자기가 좋아하던 실총 사격(이 녀석이 밀덕이다.)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잠을 못자고 뒤척이다가 내가 5시에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일어나 있었다.

라이딩 기어 챙겨 입고, 얼른 나왔다.
시동 걸고 아들 태워서 동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삼각김밥으로 아침 먹고 진짜 출발!

이제 아침엔 무척 쌀쌀하다.
그래도 동네를 벗어나니까 어둠이 걷히고 하늘이 밝아졌다.
싸아~한 새벽 공기를 깊게 맏으며 아들의 따뜻한 온기를 등 뒤로 느끼며 양평으로 남한강 물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이 길은 늘 다니던 길이지만, 8시 도착을 목표로 출발했는데 아들을 태우고 가는 길이라서 더욱 조심히 가느라, 시간을 평소보다 넉넉히 잡고 쭉 갔다.

늘 들르던 양평의 휴게소들을 스쳐 지나서 점점 밝아오는 아침 하늘에 비친 산, 강, 들, 논, 논에 익고 있는 누런 벼를 보며 시원하게 달렸다.

특별히 쉬지는 않고, 과훈단 조금 못 미쳐서 화양강휴게소까지 왔다.
아침이라서 전혀 막히지도 않고, 6번과 44번 길로 이어진 이 길은 너무도 편하고 멋진 길이다.
아들도 신호 대기 중에 물어보니 아빠와 수 년 만의 라이딩이 무척 좋은 것 같다.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하단다.

그렇게 화양강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음료수로 몸을 녹였다.


몸을 녹이며 계산해 보니까 늦었다... ㅋ
예겸이를 내려주고 과훈단에서 조금 더 가서 신남버스터미널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과훈단 도착이 7시50분이나 되게 생겼다.

서둘러서 다시 출발해서 달렸다.
불과 십여분 후에 과훈단 교차로에 도착하여 헌병의 인도 하에 우회전하여 과훈단 길로 접어들었다.
제법 많이 들어갔더니 위병소가 나오고 안내하는 군인들이 있더라.
그런데 나 말고 바이크 타고 온 사람이 또 있었다.
차들이 서 있어서 보니까 저 앞에서 군인이 그 사람에게 뭐라 뭐라 안내를 하는데, 어쩐지 뒷 모습이 익숙하다???

친구다. 신남터미널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과훈단으로 직접 온 것이었다. ㅋㅋ
간단하게 헬멧 열고 웃으며 인사하고는 같이 아들을 훈련장으로 데려다 주러 갔다.
이 친구가 이 곳으로 안 왔으면 신남터미널에서 한참 기다릴 뻔 했다.
산 길을 꼬불 꼬불 넘어서 한참을 더 가야했다.
과훈단 훈련장 면적이 여의도  넓이의 22배라는게 실감났다.

그렇게 아들을 훈련장에 내려 주었다.
난생 처음 모르는 사람들과 팀을 이뤄서 1박2일로 혼자서 훈련을 해야해서 조금은 긴장되고 떨리는 눈치였지만,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모른 척하고 내려 놓고 인사하고 왔다.
아들아~
너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란다.

아들 내려주고 친구와 경로를 상의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고 동해안 쪽은 일찍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기때문에 동해안을 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강릉이 12시 정도부터 비가 온다고 하길래 그 위, 위 쪽인 속초 위 고성으로 가기로 했다.

인제에서 고성까지 가는 길도 단순해서 아무 생각없이 라이딩하기 좋다.
쭉쭉 달려갔다.
요즘 느끼는게, 우리나라가 많이 부유해졌다는 것.
지방 국도도 포장 상태가 어찌나 좋은지. ㅎ

암 생각없이 달려간 결과, 고성 시내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5분이었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 꽤 괜찮은 맛이었다.
친구는 소머리국밥, 나는 우거지국밥.
가마솥 소머리&순대국.
추천.


웃긴 건, 고성에서는 서북쪽 방향으로 길이 없다.
그냥 식사하러 고성을 온 셈이었다.
다시 길을 되 짚어 나왔다.
생각해보니 웃긴다.
밥 먹으로 인제에서 고성까지 갔다. ㅎㅎ

진부령은 굽이가 그렇게 심하지 않고 경사도 낮은 편안한 고개이다.
금방 정상을 올라가서 뒤에 오는 친구를 기다렸다.
진부령 광장에 못보던 휴게소가 생겼더라.

친구가 오자 다시 출발.
오늘은 어디 목적지 없이 길따라 라이딩을 즐기기로 했다.
최대한 북쪽 길을 골라서 갔다.
그렇게 가면 양구다.
양구 시내를 네비에 찍고가다보니 이런 곳이 나왔다.

양구통일관.
바이크를 세우고 커피 한 잔 하고 가기로 했다.
작년에 이 맘 때 왔었는데, 일년 만에 태풍 덕에 또 오게되는군.
안보관광이 있었는지 외국인들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와 있었다.

커피와 옥수수까지 한 개 씩 사 먹고 정처없이 다시 출발.
정확히 말하면 화천에 붕어섬을 목표로 하고 출발했다.
방향이 없을 순 없으니.

중간에 평화의댐을 거쳤으나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근데, 이 길이 또 가고 싶은 멋진 길이었다.
두타연을 지나오는 길인데, 작년에 지나온 길이었지만, 새삼스러웠다.

이 동네가 북쪽은 북쪽이다.
벼들이 벌써 다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화천 시내를 조금 지나면 붕어섬이 나온다.
붕어를 닮은 섬이라 하여 붕어섬.

기차 레일도 섬을 둘러 깔려 있고, 짚라인도 있고, 배도 있고 뭔가가 많은데 활성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여름을 갓 지난 지금, 벌써 모든 시설이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아니, 여름에도 돌아가고 있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인구가 많지 않은 화천은 관광산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복귀 길이다.
네비를 찍으면 춘천, 가평, 청평을 지나는 길로 안내한다.
그러나 막히는 길을 가고 싶진 않아서 둘러 가는 길을 찍고 출발했다.

이 길을 따라오다가 금강유원지를 통과하는 파란색 경로가 또 멋진 경치를 선사했다.
이 계곡에는 캠핑장과 펜션이 많은 것을 보면 남들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평 시내를 통과할 때 잠깐 막히고 곧 양평 유명산 쪽으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좀 뚫리다가 설악면이 나오면 잠깐 또 정체.
그러고 나서는 유명산 코너길을 즐겁게 라이딩 해 나간다.
어느 새 정상이다.

유명산을 내려와서 양평대교를 지나 편의점에서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한 잔 했다.

양평에서 우리 동네까지 왔다가, 송파에 사는 친구를 배웅하러 팔당댐까지 같이 라이딩 갔다가 세이 굿바이를 하고 돌려 왔다.

그렇게 태풍을 피해 비 한 방울 안 맞고 집에 왔다.
오후 5시 반 쯤 도착했는데, 밤이 되니까 비가 오더라.

자칫하면 무료하게 보냈을 주말을, 아들과 수 년 만에 즐겁고 상쾌하게 라이딩했고, 태풍을 요리 조리 잘 피하며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아들을 또 언제 태워볼 수 있을까.
언젠가 바이크를 큰 놈으로 바꾸던, 아들에게 바이크를 사주고 같이 라이딩 하던 해야겠다. ㅎㅎ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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