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 2018

RIDING - 재인폭포, 철원 노동당사, 고석정


지난 주에 아들 치과 치료 문제로 오후 늦게 출발했다가 남양주 화도읍 근처에서 정체된 길을 한참 가다가 결국 냉각수가 끓어 넘치는 바람에 중도 포기했던 경기 북부 투어.
가던 길도 별로 이쁘지 않아서 심지어 다시는 경기 북부로는 라이딩 가지 않기로 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이번 주에 가을 장마라 불리우는 현상이 일어나서 주 중 내내 경기도에 비가 내리다가 주말에 충청도와 그 이 남으로 내려간다하여 남쪽 지역으로는 여행 계획을 잡지 못했다.

대안 경로를 생각하다가 지난 주에 실패했던 경기 북부를 다시 가보자고 계획하고는, 지난 번 남양주를 통과하는 경로 대신 카페 회원 분이 추천한 코스로 가기로 했다.

북한강 길 따라서 청평까지 간 다음 37번 국도를 이용하는 경로이다.

역시 늘 같이 다니는 동네 라이딩 친구와 아침 6시에 만나서 경로를 설명하고 출발했다.

팔당호를 돌아가서 6번 도로로 가다가 남양주 조안면 쪽의 북한강변 길은 늘 가던 길이다.
하지만 매 번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특히나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날의 아침 경치는 환상이다.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북한강변 길로 올라갔고, 곧 경춘가도로 들어갔다.
의외로 그 이른 아침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친구와 이 쪽 길로 가려면 앞으로는 좀 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며 가다 서다하며 가평을 지나 청평까지 가서 드디어 37번 국도로 꺽어졌다.

와~
이 길은 처음 가보는 길이다.
꺽어져서 진입하자 마자 터널을 통과하고 가는 내내 차량이 별로 없는 왕복 4차선 대로였다.
도로 포장 상태도 좋고 신호도 별로 없다.
가면서 좌우로 펼쳐진 높고 낮은 산 사이로 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 오르고 있었고, 비스듬한  아침 햇살에 모든 것이 이뻐 보이는 길이었다.

지난 번 남양주 화도읍에서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경기 북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싹 털어버렸다.

기분 좋은 라이딩을 이어가다가 포천 조금 전에서 우측으로 빠져서 가다보니 얼마 후 재인폭포에 도착했다.

재인폭포 도착 전에 거대한 댐이 있었다.
물은 차 있지 않아 이게 뭐지? 하고 궁금해하며 조금 더 가니까 재인폭포 주차장에 닿을 수 있었다.
이 댐의 비밀은 곧 알게되었다.

이 날 처음 알게된 사실이, 우리나라에서 현무암이 발견되는 곳이 제주도나 울릉도 뿐 아니라 내륙의 이 철원 지역에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현재 북한의 평강 지역에서 화산이 분출하여 덮은 지역에 강이 침식하여 만들어낸 지형이 현재의 철원평야와 임진 한탄강 지질 구역이라고 한다.
신기했다.

주차장에서 둘러보아도 근처에 폭포가 없길래, 또 뭐 자그마하게 물 떨어지는 걸 폭포라고 했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까 주차장 바로 옆에 폭포가 있었다.
주차장에 이렇게 가까이 폭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차장에서 몇 십미터 걸어가지 않았고 바로 전망데크가 두개 나왔으며 그 중 하나에서 바로 이런 경치가 펼쳐진다.

바로 얼마 전까지 비가 많이 온 터라, 수량도 풍부한 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던 제대로 된 폭포였다.
전망대 조성도 잘 해 놓았고 협곡 사이로 떨어지고 있는 폭포가 주변 경치와 함께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여기는 폭포의 반대 쪽 협곡.

그런데 저 높은 곳까지 물이 찬 흔적이 있었다.
폭포가 완전히 잠겼다는 건데 설마???

인터넷 검색해보고 답을 찾았다.
아까 보면서 올라온 댐이 한탄강댐이고 홍수 조절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올해의 큰 비로 얼마 전까지 댐에 물을 가둬서 그 물이 재인 폭포를 잠기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다.
저 높이까지 물이 올라오다니.
헐~

그렇게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재인폭포 올라오다가 발견한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하며 잠깐 쉬었다가 철원 노동당사로 출발했다.

가면서 백마고지역을 지나 3번 국도에 설치된 검문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꺽어져서 노동당사로 향했다.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며 향이 좋은 공기에 쌓여서 라이딩하는데 왼쪽 방향에 이 경기 북부의 산중에서 보기 힘든 평야가 저 멀리까지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눈이 시원한 경치였다.
아득히 멀리 고원지대도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가 용암으로 덮인 철원 평야였다.
처음보는 생경한 경치였다.


잠시 후 노동당사 도착.
벌써 많은 라이더가 와 있었고, 그 중 몇 분하고는 인사를 나누며 노동당사 구경을 했다.
주변에 집이 없어서 이런 곳에 왜 당사를 지었나 궁금했지만, 예전에는 철원읍이 여기에 있었지만 전쟁 중에 폭격으로 인해 마을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건물을 부숴버리지 않고 지금도 관리하고 있는 것은 나쁜 역사를 남겨서 후손에게 보여주고 이런 나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계도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아픈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에 가족과 다시 한 번 더 오자고 생각하고는 고석정으로 향했다.
불과 이십여분 정도 거리에 있었으므로 금방 도착했다.

처음 와봤다.
이렇게 유원지로 개발되어 있을만큼 유명한 곳인지는 몰랐었다.


고석정이라고 해서 무슨 정자가 있는 곳인 줄 알았다.
역시 그래서 직접 와 봐야 한다.
이 지역은 원래 화강암 지역이었으나, 몇 만년 전에 분화로 인해서 현무암으로 덮였고, 한탄강이 흐르면서 용암층을 깍아내, 원래의 화강암이 노출된 것이 고석이며, 그 고석과 주변 협곡을 포함하여 흔히 고석정이라고 한다는 안내판을 보고 아~ 하고 알게되었다.
어딜 가든 안내판은 꼭 본다. ^^

전망대에서 보이는 고석과 협곡, 그리고 그 밑으로 감아 돌아가며 흘러가는 한탄강의 경치가 절경이다.


고석으로 직접 내려가는 길도 있다.
이 길로 내려가서 고석을 근처에서 볼 수 있었다.
요즘의 트렌드로 보면, 언젠간 이 길을 폐쇄하고 고석으로 못 올라가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기 온 김에 내려가서 고석에 올라가 보았다.





친구와 오늘 본 경치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고 만족스러워하며 이제 복귀 길에 올랐다.
가면서 식당을 찾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석정을 출발해서 얼마가지 않아 철원시내를 지나서 길가에 있던 식당 중 청국장을 하는 집을 발견하여 들어갔다.

점심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없었다.
우리만 들어가서 청국장 2인분을 주문했다.
그런데,
주인 할머님(본인 주장으로 69세라 하셨지만 열살은 젊어 보이시더라.)이 모두부도 추천해주시면서 같이 먹으라고 이것 저것 가져다 주신다.

고추 절임, 생 파, 머루, 심지어 젤리까지. ㅎㅎ
그러더니 참깨 잎이라면서 가져다 주신다.
보통 깻잎이면 들깨잎인데, 참깨잎도 먹나?
이 분이 우리가 먹는 내내 옆에 붙어서 쉴 새없이 설명을 하신다.
참깨 잎은 이 철에만 먹을 수 있고, 새 순만 먹을 수 있단다.
거기에 모두부를 얹고 된장을 올려 놓은 후에 고추절임도 하나 올려서 쌈으로 먹으란다.

오~~~ 굿!
처음 먹어보는 향에 질감에 고소한 두부가 조화를 잘 이뤄서 입안에 감돈다.
두부는 거칠게 갈아서 만들어야 고소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데 이 집 모두부도 그러한 맛이었다.

국산 콩으로만 만들고, 다른 모든 반찬도 직접 키워서 만든거라고 자랑이 대단하시다.
암튼 그렇게 할머님이 내내 옆에서 말씀해주시고 우리는 밥 먹고~
예전에 주막에서 주모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이 집에서 제대로 알게되었다. ㅎㅎ

모든 반찬이 맛있었고, 주력인 청국장도 제대로 청국장이었다.
모두부 역시 최고였고.

그런데 왜 손님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까, 요즘 사람들이 처음보는 사람이 옆에서 참견하면 불편해 할 것이고 이것때문에 사람들이 안 오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것 아니고는 음식 맛으로는 괜찮았기때문이다.

둘이서 배 터지게 먹고 나왔다.
다음에 근처 지날 일이 있으면 또 들르리.

이제 본격적으로 복귀다.
토요일이었지만 2시 전이라서 크게 막히지는 않았다.
남양주 북한강변 길 지나 6번 도로를 통과하여 집으로 복귀.

집 근처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을 하며 오늘을 마무리 했다.

281km 정도로 짧았지만 청명한 날씨와 처음 겪어보는 일과 처음 보는 경치가 마음에 들었던 즐거운 투어였다.

경기 북부 지역에 대한 지난 번의 편견도 오늘 투어로 쓸어버렸기때문에 다음에 또 경기 북부 지역을 가볼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멋진 곳이 참 많다.



Leonard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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