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18, 2022

CB400 라이딩- 서울, 청와대 야간 라이딩

지난 주에 회원의 도움을 받아 끊어진 클러치 케이블도 고치고, 추가로 발견된 배터리 고장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집에 희동이를 가져다 놓았다.

오늘, 혹시나 이번에 설치한 블랙박스나 핸들 그립 히터 등에서 누설 전류가 있어서 배터리가 문제가 생겼나 확인하기 위해서 바이크 전원 누설 전류 체크를 하였다.

결과는 배터리 연결 직후 약 45mA 쯤, 안정되고 나면 약 1.7mA.

이것이 계기판에서 순수하게 소모하는 전류이다.

1A 소모하는데 588시간이니까, 이번에 릴레이로 회로를 구분해서 보조전원 만들어 놓은 곳으로는 전류가 전혀 흐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나 내가 회로를 잘못 구성해서 블랙박스가 키 오프했는데도 배터리에 연결되었으면 이것보다 훨씬 많은 전류가 흘러야 한다.

https://youtu.be/CqimZYP9UsY


그렇게 확인하고, 전에 사용하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다시 연결했다.

이것은 배터리 박스 커버를 닫을 수 없어서 교체된 것인데, 할수없이 임시로 일단 써야 한다.

새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주문해 놨지만 한달 후에나 도착할 예정이기때문이다.

이렇게 배터리를 장착하고, 토요일 야간 라이딩을 가기로 했다.

양만장?

아니다.

머리 속에 떠오른 곳이 있었다.

청와대가 얼마 전에 공개되었다.

덕분에 이제 지도에서도 항공뷰가 공개된다.

전에는 여기에 숲으로 이미지 처리가 되어있었다.


전에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갔다가 청와대 진입도로 앞으로 통과해서 간 적이 있었는데, 살벌한 경비 초소때문에 청와대 정문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돌아갔었다.

그래, 이번엔 청화대 정문 구경하고 오자.

밤 10시가 넘어 출발했다.

서울 토요일 야간엔 택시 외에는 차가 별로 없어서 바이크 주행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

팔당호반 길 지나서 하남을 지나 천호대교 넘어 드디어 동대문이다.

정식 명칭은 흥인지문이다.


여기만 지나면 곧 경복궁이고, 그 옆 돌담 길을 따라가면 효자동, 그리고 거기에 청와대 입구가 있다.


호, 이제 지키는 사람이 아예 없다.

여기 오른 쪽이 청와대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바이크를 내려서 걸어가 봤다.

청와대 정문과 정문 바로 앞의 경복궁 문이다.

전에는 이 문은 폐쇄가 되어 있었을텐데, 지금은 열어 놓았을려나?



서울이지만, 바로 뒤에 북악산과 인왕산이 있고, 동네에 나무가 많아서 산 속 냄새가 향기로운 곳이다.

다시 청와대길 앞에 바이크 세워 놓은 쪽으로 걸어내려오면 그 앞에 공원이 있다.

무궁화동산이다.

이 동네 이름이 궁정동이다.

익숙한 이름 아닌가?

여기에 안가(안전가옥)가 있었고, 여기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유명한 지명 중 하나인 바로 그 "궁정동 안가"가 있던 곳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여기에 있던 안가를 밀어버리고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국민학교 5학년 때인가? 어느 날 군인들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학교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반마다 단체로 참배를 하러 갔다.

내가 살던 곳은 목동이었고, 당시에는 거기에 국군수도통합병원이 있었는데, 박정희의 시신이 그 곳으로 왔었고, 어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거기까지 걸어가서 참배를 했었다.

예전 생각에 잠시 잠겨서 코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비 오기 전의 산, 풀 냄새가 섞인 공기를 한 껏 맡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나, 좀 더 가보기로 했다.

팔각정이다.

차 타고 아들하고도 왔었고, 바이크 타고도 몇 번 왔었던 곳이었고, 여기서 얼마 안 떨어진 곳이었기때문이다.

거기서 보는 서울 야경이 멋지다.

가자~

구불 구불 길이 험하다.

그래도 짧으니 뭐, 금방 도착했는데...

세상에, 팔각정 주차장으로 들어가려고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몇 십미터를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바이크니까 차 사이로 쏙 들어갔지만, 이 사람들 새벽 1시에 여기에 이 장사진이라니~

헐.

전에 내가 왔을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

이것도 청와대가 개방된 후 현상인지? 팔각정은 전에도 있긴 있었는데 말이다.



바이크를 대고 팔각정으로 올라가보니 이유를 알겠다.

전엔 팔각정에 밤에 오면 자판기로 음료수 하나 겨우 먹을 수 있었고, 그나마도 품절일 때가 있었다.

이제는 이마트24가 생겼고, 여기서 컵과 라면을 사서 끓여 먹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 시간에도 커피 가게에서 두 명의 점원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그야말로 우글 우글이었다.






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다가 얼핏 셀카의 내 모습을 보았다.

쓸데없는 군살이 얼굴에 더덕 더덕 붙어 있고, 흰머리에 탈모까지 진행되어서 머리 숱도 많이 줄고.

한창 나이의 이 젊은 친구들은 이 때의 고마움을 얼마나 알려나.

나도, 울 와잎도 이 시절엔 멋지고 이뻤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 시절을 즐겁게 누려보지 못하고 힘들게 보낸 것이 지금에 와서는 너무도 허망하다.

서울 라이딩 와서 뜻밖에 여러가지 상념만 남기고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출발을 해서 집 쪽으로 가는 길엔 국민대가 있다.

거기 지나는데도 그 시간에 학생들이 장사진을 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그 시절엔 놀아야 한다.

누가 뭐라던 즐겁게 그 시절을 보내자, 학생들.

젊은 시절은 짧고 그 시간은 인생에 한 번 뿐이다.

국민대 앞을 지나서 정릉의 내부 순환로 고가 밑의 길은 매우 매우 매우 더.럽.다!!!

쓰레기로 더럽다는게 아니고, 교각때문에 차선이 계속 바뀌어서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여기 올 때마다 진절머리가 난다.

다신 오고 싶지 않다.

강을 건너 팔당을 지나 오면 공기가 맑아지고 시원하다.

서울 야간 라이딩 다니기에는 이 퇴촌만한 곳이 없다.

공기 좋고 서울과 가까워서 막히지 않는 시간 대에는 금방 서울 중심부로 진입 가능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 퇴촌을 떠나 용인으로 이사간다.

그래서 이사가기 전에는 장거리를 안 가고 가능하면 서울과 동쪽으로 자주 가보려 한다.

동해안 쪽으로 가는 6번과 44번 도로는 퇴촌에서 금방 탈 수 있으며, 라이더에게는 고속도로와 같은 곳인데, 용인으로 가면 이 도로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듀~ 퇴촌인 이 시점에서, 아쉬움과 시원함이 교차한다.


leonard.


No comments:

Post a Comment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