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주가 이사다.
이곳 퇴촌은 아들 사교육 안 시키려고 찾아들어온 시골 동네이고, 벌써 만 10년을 살았다.
그 동안 아들은 초중고 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가장 힘들던 시절 들어온 곳이나, 내가 빛을 발할 때까지 살게되었으니 나에게 나쁜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살면서 내 희동이를 구했고, 재미있게 라이딩 생활을 했고, 그게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가끔 밤에 생각나면 휙하고 근처로 가는 곳이 서울 시내 또는 팔당호반 길을 지나 양만장까지 였는데, 이 길은 참 멋지고, 신호도 별로 없어 라이딩 하기 좋고, 주변에 건물도 별로 없어서 튀어나올 것들도 없는 곳이다.
그리고 계속 가면 44번 국도를 갈아타게되고 그 끝엔 동해 바다.
이 멋진 6번 도로와 이제 작별해야 한다.
금요일 퇴근 후 집에 와서 밥을 먹었더니 졸립다.
그러다가 깼는데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라이딩 안 가면 다음 주는 시간이 없다.
이사 가기 전 날 짐 정리를 해야하지 라이딩을 다닐 수는 없다.
장비 챙겨 입고 훌쩍 출발했다.
시원하구나.
천천히 야간의 팔당호반 길을 눈에 담으며 양만장으로 향했다.
기름이 아슬아슬해서 하남에 밤 새 문 여는 주유소에서 넣고 팔당대교를 넘어 갔다.
아무리 천천히 가도 이 길은 30분이면 가는 길이다.
우리 집에서 가깝다.
역시 그 시간에도 라이더들이 장사진이다.
늘 그렇듯이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자리 잡고 앉아, 주차장의 라이더들이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이 시간에 여기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용인에서는 국도 타고 1시간 20분 정도로 제법 멀기 때문이다.
커피 다 마시고도 더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일어났다.
아듀~ 양만장. 그리고 6번 도로.
고마웠다.
다시 팔당호반 길을 돌아올 때는 헬멧을 살짝 열고 강의 물 내음을 실컷 맡았다.
숲의 내음도 깊게 들이 마셨다.
그렇게 돌아와서 6번 도로와 양만장과는 내 맘속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제 희동이는 용인으로 가져다 놓아야 한다.
지금 짓고 있는 집이긴 한데, 다음 주 이사라 인테리어 위주 공사를 하고 있고, 집 밖에는 공사가 거의 끝났으니 거기다 미리 가져다 놓는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아들 운전 연습을 다음 날 토요일 시켜주려고 약속해 놓은터라, 내가 바이크 타고 앞 서 가고 아들을 따라오라고 한 다음, 카톡 통화를 하면서 안내하며 가서, 바이크 놓고 그 차를 타고 오면 될 것 같았다.
아들에게 미리 말해 놓고, 다음 날, 그렇게 출발했다.
아들이 느리지만 순조롭게 따라왔다.
광주에서 용인으로 가는 길은 신호가 많아서 그렇지 어려운 길이 전혀 아니다.
차만 타고 간다면 고속도로로 올 수 있지만, 고속도로 내려서 용인 집까지 오는 지방도가 상태가 안 좋아서 초보에게는 영 불편하고, 나는 어차피 고속도로를 타지 못하기때문에 자동차전용제외로 내 네비와 아들 네비 두 개다 셋팅을 동일하게 하고 통화를 하며 갔다.
그렇게 갔더니 아들도 안심이 되는지 큰 무리 없이 용인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잡 자재가 쌓여서 고생은 했지만, 바이크를 올려서 집 안으로 들여놨다.
집 구경을 먼저 하면서 엔진을 식힌 다음, 가지고 간 커버로 잘 덮어 놓았다.
아들의 초상권을 보호해줬다. ^^;;
올 때는 내가 운전을 해서 복귀했다.
체력 저질인 울 아들래미가 힘들어 했기때문이다.
이 녀석을 어떻게 굴려야 체력을 늘릴까나~ ㅋ
바이크를 미리 데려다 놨으니, 이제 걱정 하나 줄었다.
삶이 그런 것 같다.
뭔가를 하나 하나 하면서 걱정을 줄여가는 것.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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