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0, 2020

고물상 갈 뻔한 VTR1000F를 구제한 날. 부제 - 일이 라이딩이 되버린 흥미진진했던 날


카페 회원분이 CB400을 취미 정비한다하여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을 빌려드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전에 타던 VTR1000F를 수리해서 타시겠냐고 연락이 왔다.

2기통은 별로 관심이 없던터라 고민했는데, 상황을 들어보니 그냥 놔뒀다가는 그래도 서류가 남아 있는 이 차가 고물상으로 갈 판이었다.

그래서 일단 그러겠다고 했다.

내 취미가 바이크 정비니까 일단 몇 년이 걸리던 사부작 사부작 살려놓으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지 다시 판단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크는 내가 살고 있는 경기광주의 한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VTR말고도 거기에 CBR400RR 부품차가 역시 서류가 있는 상태로 있고, 해당 차량을 경기광주에 사는 아는 동생분이 가져가기로 했으며, 그 분이 트럭을 가져올테니, 거기에 두 바이크를 실어서 CBR400RR은 경기광주 후배 집에 내려주고, VTR은 양평에 있는 회원 집으로 가져다 놓기로 했다고 들었다.

센터에서 다들 모이기로 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반.

그렇게 하기로 하고 금요일 밤.

토요일에 굉장히 화창한 날씨가 될 것 같아서 간만에 화창한 날씨를 그냥 보내기 아까웠다.

오후 2시반에 모이는 것이니까 동해까지 다녀와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음~

그렇게 하자.

알람을 새벽 4시반에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새벽에 울린 알람에 일어났는데...

비가 온다... ㅠㅠ

Windy를 전 날 살펴봤는데 분명 다음 날 아침에 비 소식은 없었다.

역시 윈디도 예보는 많이 빗나간다. ㅋ

할 수 없이 다시 잤다.

굿바이 주말 라이딩이여~ ㅠㅠ


다시 잤다가 여유있게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날씨가 본격 추워질 예정이라서 월동 준비를 했다.

별 것은 아니고 핸드가드를 달았다.

작년 가을에 난 사고로 기존 핸드가드가 많이 상처가 나서 떼 버렸었다.

전에 것은 중국산이지만 제법 튼튼해서,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워낙 싸니까 교체하기로 하고 같은 중국산으로 사 두었었다.

교체 시작.

핸들 발란서 뚜껑에 M6 리코일을 넣고, 핸드 가드를 고정했다.

이렇게 두 지점 고정방식 핸드가드가 좋다.

사이드 미러에만 고정하는 방식은 진동에 의해서 언젠간 브라켓이 부러져 나간다.




이렇게 하고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이곳 광주지역은 주말엔 정신없이 막힌다.

여기 저기 막히는 길을 따라서 힘들게 가는데, 폰 네비가 이상하다.

제 자리에 서 있음에도 갑자기 우회전하라고 하지 않나, 한참동안 안내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경로를 다시 찾는다고 에러를 내지 않나.

이게 왜 이러지?

다행히  아는 곳 근처라서 대충 감각적으로 찾아갔다.


이런 곳이 경기광주에 있었구나~

라이더들이 차 마시며 즐겁게 모여 환담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고, 장식 소품들도 독특했다.

안주인은 카페를, 바깥주인은 바이크 정비를 하고 있는 곳이다.






먼저 도착해 있던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더니 후배가 도착했다.

그런데 센터 사장님이, 이제 바이크 정비는 안하겠다고 하시면서, 남아 있는 것을 모두 팔거나 치우시겠다고 한다.

이것 저것 있었는데, 카페 회원분이 취미로 정비를 시작하신 분이어서 대부분의 것에 관심이 있었고, 결국 여러가지를 인수하기로 하였다.

그 중에서 바이크 정비 용 리프트가 있었다.

이 회원분이 그것도 인수를했는데, 정비 공간만 있다면 나도 탐이 나는 품목이었다.

그리고 또.

바이크를 보관하고 있던 바이크 반도 주신단다.

나는 별 생각없이 힘 보태러 갔다가, 그 바이크 반을 득템했다.

이게 웬일이야??? ^^

회원 후배 분을 위한 CBR400RR 부품들도 한 두개가 아니라 꽤 많았다.

VTR1000F는 카울을 포함하여 많은 부품이 없었지만, 살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두 차 모두,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보이지만, 서류가 있기때문에 상태 멀쩡한 타각차보다 낫다.

넷이 힘을 합쳐서 모두 트럭에 실었다.




다 올리고 나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협의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회원 후배분이 경기광주로 가는 것이 아니고 구리시로 가야한단다.

이런 ㅋ

토요일 오후 양평에서 구리시 방향?

뭐 말할 필요없이 막히는 길이다.

이 시간 그 방향은 일년 열두달 막히지만, 오늘 같은 화창한 토요일에는 특히 더 죽음이다.

문제는 내가 갓길이나 차 사이 주행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것.

그 6번 도로는 그렇게 가지 않고 막히는 차 틈에서 가게되면 너무도 힘들어서, 난 평소에 막히는 시간 대에 6번 도로를 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막히는 길을 타고 구리로 가야 한다.

아... 자신 없다...

게다가 회원도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이라서 7시반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양평 들렀다가 그 막히는 길로 구리시까지 가서 바이크를 내리고 다시 직장까지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데 CBR400RR을 올리다보니, 앞 바퀴가 조립되어 있지 않아서 하차 작업 시에도 세 명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기때문에, 같이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어쩌랴.

일단 출발했다.


우선 우리 집으로 와서 바이크 반을 내렸다.

그리고 양평으로 바로 출발.

손님들이 왔으니 차라도 대접해야 맞았지만, 시간이 서로 없는 상황이라서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하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네비가 또 이상하다.

멀쩡히 잘 가고 있는데 경로가 틀리다는 경고가 계속 땔롱 거려서 헬멧 안 스피커때문에 귀가 멍멍할 정도이다.

난 폰을 보지 않고, 폰을 상의 자켓 주머니에 넣고 소리만 듣고 가는데 오늘따라 특히 심했다.

그렇게 겨우 양평 회원 분 집에 도착해서 가져온 바이크와 정비대를 내렸다.

아, 이런 공간이 나는 매우 많이 부럽다.


잠깐 음료수 한 잔하고는 바로 구리시로 출발했다.

바이크니까 회원 분은, 트럭보다는 빨리 도착할테니 먼저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나를 몰라서 하는 말씀.

난 차보다 먼저 도착할 자신이 없다.

도저히 6번 도로로 갈 자신이 없다.

구리시 목적지까지 50km 정도인데, 1시간 50분가량이 찍힌다.

막히는 길을 바이크 타고 이렇게 오래 운전해 본적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 하나.

게다가 출발했는데, 이 폰 네비가 계속 경로 에러를 낸다.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길 가에 서서 폰을 리셋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

어제 폰 케이스를 메탈 재질로 바꾼 것이 생각났다.

아하!

GPS 신호가 들어오지 않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폰을 지켜보니, 심지어 휴대폰 전파도 약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안테나가 두 개밖에 서지 않는다.

아, 이런, 하필 이럴 때. ㅋ

케이스를 벗기고 싶어도 매우 작은 십자 볼트를 풀러야 했는데 바이크에 이렇게 작은 드라이버가 있을 리가 없다.

할수없다.

익숙한 길로 가기로 했다.

내가 막히는 길 주행이 불가하여 회원과 따로 출발했기때문에 네비가 이 모양인 상황에서 목적지까지 찾아가기가 어려웠다.

양평에서 퇴촌으로 오는 길은 6번 도로보다는 덜 막히는 것으로 나와서 그리로 가기로 했다.

일단 출발.

아는 길을 가니까 네비 도움은 필요없었으나, 일단 셋팅하고 출발한 네비에서는 계속 경로 에러 소리가 땔롱 거리며 들려왔다.

그러나 이 길도 양 방향 차가 많아서 추월이 불가했다.

시속 30~40km 정도로 느리게 차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퇴촌까지 가서 목적지로 다시 네비를 설정했는데, 팔당대교를 넘어가는 길은 막힌다고 구리암사대교를 넘어가는 것으로 경로를 알려준다.

이 길은 구리암사대교 넘어가자 마자 사거리가 너무도 막혀서 안 가는 것이 좋은 길인데 설마 이 길이 낫다고?

하지만 팔당대교 넘어서 구리로 가는 길도 완전 빨간색이라 할 수 없이 네비를 믿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계속 에러를 내는 네비... ㅠㅠ

결국 미사동에서 직진을 계속하는데 네비에서 아무 소리가 없어서 가다보니 올림픽대로 진입을하고 있었다.

아 이런. ㅋ

여기는 자동차전용도로라서 진입했다가 걸리면 벌금이다. ㅋ

요즘은 굳이 블박 화면을 꺼내서 신고하는 짜증나는 못된 자동차 운전자들도 있어서, 절대 자동차전용을 진입하면 안된다.

작은 실수도 용납 안하는 사회는 문제다.

관용이 없다. 어떻게 우리나라가 이리 되었나.

꼭 북한 5호 담당제처럼 서로 서로 고발하게 만든 이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장려하지 않나.

사진 찍어서 뭐든 신고하면 포상한다.

그래서 그런 짓을 전문으로 하는 인간들도 생기고.

에휴~ 답답하다.


어쨌든 다행히 올림픽대로 진입 바로 전에 좌회전 삼거리가 있어서, 여기서 돌려 나왔다.

이때부터는 사거리 신호에 설 때마다 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확인하면서 힘겹게 갔다.

주머니에서 꺼내면 조금 GPS 신호가 잡혔다.

그렇게 구리암사대교로 진입해서 그 끝의 터널을 들어갔는데, 역시 중간 정도부터 터널 내에서 막히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내가 그리도 자신 없어하는 차 사이 주행을 하게되었다.

하남에서 카페 회원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고, 직장에 이미 늦었다며 걱정을 해서, 내가 가서 같이 내려줄테니 그냥 출근하라고 했기때문에, 빨리 가야했었다.

터널 안에는 갓길이 없어서, 거의 차선을 따라서 가야했는데, 우측으로 붙은 차들 옆에서는 차에 부딪힐 것 같아서 너무도 힘들었다.


겨우 터널을 통과해서 네비를 확인했는데 이럴수가!

이 미친 네비가 이번엔 다시 되돌아가서 터널을 빠져나가서 목적지로 가는 경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기껏 그 막히는 터널을 통과해서 왔는데 다시 그 터널로 돌아가라고?

화가 폭발했지만, 지리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네비에서 목적지를 대충 가늠한 다음에 우회전, 좌회전하면서 조금씩 찾아갔다.


다시 회원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미 도착해서 아들과 바이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아, 나는 이 막히는 길을 미친 네비에 의존해서 왜 온 것인가...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갈 수는 없었으므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간신히 근처까지 갔는데, 주변에 건물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머니에서 꺼내서 확인하는데도 자기 위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네비 앱인 티맵을 끄고 카카오맵을 실행하니까 자기 위치를 인식하더라.

왜 티맵은 자기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지?

암튼 큰 길 가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목적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저히 네비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겨우 도착했다.

상황을 보니, 이미 바이크는 내려서 아들과 끌고가서 세워두는 곳에 안착했고 부품 박스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고생한 아들은 집에 들여보내고 둘이서 나머지 부품을 작은 카트에 실어서 날랐다.

큰 일은 아니어서 금방 끝났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이것 저것 지내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는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이 문제였다.

네비는 여전했다.

그러나 폰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등에 맨 가방 맨 앞에 넣으니까 조금 괜찮았다.

그렇게 가다보니 익숙한 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네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어서, 안심을 하고 팔당대교를 건너 집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폰 케이스를 분해해서 폰을 꺼냈다.

그냥 젤리 케이스나 써야겠다.


바이크를 넣으려다보니 바이크 반 높이가 내 바이크보다 약간 낮아서 들어가지 않았다.

윈드스크린과 사이드미러가 걸린다.

기둥을 10cm 정도 높여서 새로 만들어 끼워야 겠다.

일단은 바이크 반 밖에다가 세워뒀다.


다음 날 확인해보니까, 이 바이크 반이 딱 내 희동이(CB400) 용도였다.

앞 뒤 길이가 딱 맞았다.

조금만 더 컸어도 바퀴가 바이크 반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그동안 바이크 커버로만 보호해줄 수 밖에 없었던 내 희동이.

이제 드디어 집이 생겼다.

그 동안 고생했다 희동아~ ^^


기둥은 외경 33, 내경 30mm 스틸 파이프이다.

동네 농자재 파는 곳에서 절단 판매할 것 같다.

10cm 정도 길게 4개를 잘라와서 바꿔 줘야지.


이 바이크 반을 거저 준 카페 사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돈은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카페 회원분과 언제 만나서 식사 하신다길래, 회원 분에게 식사비에 보태시라고 조금 돈을 보내기는 했지만, 나는 득템을 한 셈이다.

VTR1000F가 폐기처분될까봐 아까와서, 가져 오는데 손이나 보태려 했던 나에 대한 보상인가? ^^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


오늘 어쩌다보니 퇴촌->경기광주 시내->퇴촌->양평->구리시->퇴촌으로 막히는 길만 골라다닌 힘들 날이었지만, 내 삶과 사뭇 다른 여러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뜻 깊었던 날이었다.


전에 활동하던 카페에서 악연을 많이 만나는 바람에 사람을 만나는데 주저하게 되었지만, 오늘 같은 만남이 반복되다보면 힐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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