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0, 2019

라이딩 - 양평, 원주 문막까지 솔투.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 그리고 들깨 내음 가득한 가을 들판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는 아들 치과를 데려가는 일정이 있어서 먼 길을 갈 수 없었다.
갔다 와서 오후에 간단하게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이 동네가 워낙 시골이라서 조금만 벗어나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많이 있다.

토요일이라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이 시간에는 막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라이딩을 가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인데, 오늘은 할 수 없다.

팔당 호를 왼쪽으로 끼고 퇴촌에서 양평으로 달렸다.
역시 차가 많았지만, 저속으로라도 꾸준히 달려주어서 고마웠다.
지난 번에 설치한 핸드 가드가 이런 날씨에서는 딱 이었다.
17~19도 정도의 온도에서 맨 손으로 바람을 맞았으면 손이 시려운데, 핸드가드가 있으니 여름 장갑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이 좋아라~ ^^

그렇게 가다가 결국 꽉 막히는 구간이 나왔다.
다행히 나는 막히는 구간이 시작하자마자 이포 쪽으로 빠질 수 있었다.
그 길은 막히지 않았고 이포보까지 여유롭게 라이딩을 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다.
좋다.

이포보에 편의점이 있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먹고 가기로 했다.
난 커피 중독자~ ㅋㅋ

하늘이 워낙 파랗고 이뻐서 커피 먹으면서 눈이 참으로 즐거웠다.



눈이 즐거운 커피를 마시고 어디로 갈까 진짜 목적지를 골랐다.
지도를 가만 보다가 여주 부론면에 아래 강가 코스를 가기로 했다.
전에 몇 번 지나갔던 곳이고, 여기 경치가 특별하고 나는 이런 경치를 좋아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길을 가지 못한 셈이다.
다 가서 경로를 잘 못 찍어서 저 지도의 산 길을 관통하는 질러오는 길로 빠져 버렸던 것이다.
조금 더 내려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결국 목적의 반만 이룬 셈이 되었다. ㅋ

암튼 출발.

아, 그런데 하늘과 구름이 발길을 자꾸 잡는다.

가는 내내 이런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 가운데서 나를 따라다닌 기분 좋은 라이딩이었다.
목적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주행도 여유로웠다.

천천히 가다보니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원주에 벌써 도착해서 이런 곳을 발견했다.
반계저수지이다.

가족들이랑 오면 데크를 살살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원도가 예나 지금이나 땅이 비옥한 곳은 아니고 논 농사를 지을 넓은 곳이 드물다.
그러나 이 원주 문막은 그나마 너른 평야갸 펼쳐져 있어서 예전엔, 강원도 지역의 곡창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라이더들도 몇 몇이 손을 흔들고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라이딩하기 좋은 날이니 라이더가 없을 수가 없다.

깨끗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세우고 보니 경동대학교였다.
얼마 안 된 학교같다.
앞으로 잘 되어서 좋은 학생 많이 배출하기 바라면서 다시 출발.

여기를 지나면 곧 부론면이다.
강 줄기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강변길이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의 초입에 도착했다.
자전거 길로도 유명한지, 많은 바이크 라이딩 족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출발해서 아까말한 대로 쭉 직진했어야 했지만, 오늘의 목적을 착각하고 중간에 좌회전을 해서 산 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강변 길을 많이 달리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이 길이 참 예쁜데. ㅋ

그렇게 복귀 길에 올랐다.
강변 길을 놓쳤지만, 그래도 복귀 길도 이뻤다.
여전히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간간히 강가도 지나가면서 느긋하게 주행했다.



이 길을 지나가면서 느낀 점은, 이제 가을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들깨.
들깨 추수철이 되었던 것이다.
온 동네에서 들깨를 베어 놓고 도리깨질을 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들깨 특유의 냄새.
그 냄새가 향긋하게 감돌고 있었고, 라이딩 하는 내 콧 속으로도 들어와 주었다.
고소한 들깨 냄새?
안 그렇다.
들깨던 참깨던 볶아야 고소한 냄새가 난다.
볶기 전의 타작하는 들깨 냄새는 깻잎 향 + 알파이다.
향기롭다.

그렇게 들깨 냄새를 맡아가면서 6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이것은 오늘의 라이딩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6번에 접어들면 서울 복귀 차량이랑 섞여서 고속으로 달려야 한다.

재미없게 달리는 나를 다른 라이더가 휭휭 스쳐 지나간다.
난 고속으로 복귀해봤자 x00 정도인데 다들 상당한 고속으로, 그것도 차 사이를 무리하게 추월해 지나간다.
보기가 좋지 않았다.
이러면 바이크 전용도로 진입이 늦어질텐데... 하는 걱정을 하며 양평으로 빠져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늘 들르는 편의점에서 달달한 커피 한 잔하며 헬멧의 벌레를 닦았다.
벌레들아, 이제는 들어가라~ 춥다~

복귀.
퇴촌으로 직접 가는 길이 아쉬워서 남종 방향으로 꺽어서 팔당호 주변길로 돌아왔는데, 잘못 판단했다.
느리게 가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추월도 힘들었고, 시속 40킬로로 따라가려니 힘만 들었다.
역시 막히는 길은 피곤하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오늘 라이딩을 복기해보니, 역시 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좋았고, 구름이 좋았고, 그리고 들깨 향기 가득한 라이딩이었다.
4시간 50분. 214km


Leonard.

Thursday, October 17, 2019

무주 적상산 라이딩 중 사고. 그룹 라이딩에서 주의할 점

가을이 깊어간다.
5시면 훤해지던 하늘이 6시가 넘어가야 빛이 보이고, 8시 반은 되어야 꼴깍 넘어가던 해가 이제 6시만 되어도 어둑 어둑해진다.

올해 엔진 정비가 늦는 통에 7월에서야 투어를 시작했는데, 벌써 장거리 투어는 틀렸다.
아침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다.
다음 주말과 그 다음 주말에는 약속이 있어서, 이제 장거리 투어는 금주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갈까.
올 마지막 투어니까 부산 회원분 만나러 가는 일정을 이번에서야 드디어 수행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그 친구.
톡이 왔다. 같이 가자고. ㅋ
게다가 짧게 가잔다.
에잉~ 올 마지막 장거리 투어 계획인데!
혼자 가버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해가 너무 짧아져서 부산까지 가려면 야간 운전이 너무 길어서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500km 이내에서 목적지를 골라 봤다.
무주 적상산.
예전에, 정확히 2011년에 대구 근무하면서 주말에 서울 올라올 때 국도로 올라오다가 들러본 곳이었다.
적상산에는 와인동굴이 있고, 조선왕조실록 적상산 사고지가 있다.
그러나,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양수발전소다.
적상산 꼭대기에 조압수조를 설치해서 그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는 기발한 생각을 한 공무원을 칭찬하고 싶다.
그 위에서 보는 경치가 끝내줬던 기억이다.

여기 퇴촌에서 보은을 거쳐 무주로 내려가는 경로이다.
왕복 500km 이내.
나에게는 조금 짧은 코스이지만 이 친구, 좋아한다. ㅋ

지난 번 라이딩에서 안개 때문에 고생하고 손이 너무 시려웠던 탓에, 헬멧에 안티 포그 필름을 붙였다.
주행풍에서 손을 보호하기 위해 핸들 가드를 설치했다.
그리고 바이크 핸들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서  테니스 라켓 그립 용 고무 테이프를 감으려고 다이소에 갔지만 없어서 다른 것을 찾아보던 중에, 자전거 그립 용 스폰지를 발견하여 천원에 사 왔다.
혹시나 하고 끼워 봤는데, 의외로 잘 들어간다.
두께감도 있고, 미끄러지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냉기가 안 올라온다.
대박 성공이다. 단돈 천원에. ㅎㅎ

그렇게 미리 단단히 추위에 대비하고, 토요일 아침, 4시 30분에 퇴촌에서 친구를 만나서 출발한다.
올해는 거의 못 탔다.
시즌 오프가 다가오는데 고작 5천km 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남쪽으로 가려면 이천, 장호원, 음성을 거쳐 문경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무주는 이천 전에 곤지암에서 빠져서 도척, 백암, 진천 방향으로 간다.
모르는 길이라서 어디에 주유소가 있을 지 몰라, 일단 곤지암에서 주유를 한다.
나는 무주 갈 때까지의 기름이 들어 있었으므로, 이 친구만 주유를 했다.

우려와 달리, 백암을 지나서 진천, 청주를 거쳐 가는 이 길에는 주유소가 무척 많았다.
이 곤지암에서 주유한 기름이 그 중 제일 비쌌다. ㅋ
다음에 이 길을 갈 때는 곤지암을 지나서 가다가 주유할 것이다. ㅎ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휴게소가 어디 있을지 몰라서 주유하고 조금 더 가다가 편의점에서 따끈한 커피와 삼각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최근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진천에서 청주가는 길도 가다보니 기억났다.
이 길 역시 쭉 뻗은 주행하기 좋은 도로다.
신호도 별로 없고.
오늘은 지난 번에 우리를 괴롭히던 안개도 없었다.
기분 좋게 주행하는데, 이제 방풍 점퍼만으로는 추위가 많이 올라왔다.
손은 핸드 가드와 스폰지 그립, 그리고 겨울장갑을 끼고 달렸더니 오늘은 시렵지 않았다.

그렇게 청주를 지나서 보은 쪽으로 내려갔다.
이 길 역시 기분 좋게 잘 뻗은 길이지만, 보은 지나면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번처럼 심하지 않았고, 7시가 넘어서, 이미 해가 뜬 시점이라서 천천히 주행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2차선으로 달리고 있던 우리 뒤를 1톤 트럭이 쫒아오고 있는데, 이 사람이 우리를 추월하지도 않고 계속 따라왔다.
그 사람 아니라도, 이 안개 속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간 바이크의 작은 브레이크등은 뒷 차량이 볼 수가 없다.
이 안갯 속에서는.
신호 기다리다가 잘못하면 뒤에서 받히는 수가 있다.

난 원래 신호 준수는 칼이다.
그러나 오랜 운전의 경험으로, 그것을 무시해야 할 때가 있는 것도 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좌우의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며 조마 조마 사거리를 건너갔다.
적신호에서도 눈치를 보며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 트럭 역시 계속 신호를 무시하며 우리 뒤를 쫒아온다.
아~ 신경 쓰이네.

그렇게 긴장을 하며 안개 속을 주행하다가, 드디어 안개가 걷혔다.
안도를 하며 조금 더 갔다.
곧 삼거리가 나타나고 적색 신호가 보였다.

마음 놓고 정지하며 좌측 사이드 미러로, 일차선에서 따라오던 트럭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내 우측을 고속으로 받았다!
오른 다리에 고통을 느끼며 왼쪽으로 쓰러졌다.
이게 뭔 일이야???
상황 파악이 안되서 아픈 다리로 일어나며 주위를 보니, 일차선으로 따라오던 트럭이 신호에 정지하고 있어서 수신호를 보내 조심하라고 일르고는 오른 쪽을 보니 내 라이딩 친구가 쓰러져 있었다.
이 친구가 나를 받은 것이었다.

다행히 둘 다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차로에 쓰러져 있던 내 바이크를 일으켜서 갓 길로 옮겼다.
이 친구 바이크는 갓길에 넘어져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각자 몸을 살펴 보았다.
나는 오른 쪽 발목 복숭아뼈 있는 곳이 부어 있고, 좀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고, 정강이 안 쪽 역시 붓고 피가 나고 있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이 친구는 왼 쪽 정강이 부위에 피가 나고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역시 아니었다.
둘 다 발목까지 오는 라이딩 부츠를 신은 덕에 그것이 뼈가 손상되는 것은 막아준 것이었다.

이 친구에게 사고 원인을 물어 보았다.
신호와 신호에 정지해 있는 나를 둘 다 못 봤단다.
그래서 브레이크도 거의 안 잡고 주행 속도로 그대로 받았다는 것이다.
헐~

물론 신호 못 본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둘 이상 그룹 라이딩을 하면, 로드마스터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고, 한 차선을 반으로 나눠서 앞 바이크와 지그 재그 대열로 운전해야 한다.

이 규칙을 꾸준히 이야기 해 줬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친구다.
너무 뭐라하면 다 큰 성인에게 잔소리 같아서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차로 중앙으로 나를 쫒아오던 이 친구를 그냥 내버려 둔 내 잘못도 있다.

신호를 못 봤어도 한 차로 내에서 좌측에 정차해 있던 나를, 만약 이 친구가 우측으로 따라오고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다.
나 마저 차로 가운데로 주행하다가 서 있었으면 뒤를 정통으로 들이 받힐 뻔 했다.
그랬으면 진짜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이번에는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많은 사람들이 만든 규칙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것인가, 리어로 따라오면서 로드로 가는 나에게 자꾸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코스를 바꾸라고 신호 보내고 차를 추월하라고 신호 보내고 그러면 나는 뒤가 신경쓰여서 앞을 볼 수 있겠냐, 이 사고는 날 사고였다, 지금까지 위험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려면 맘에 맞는 사람하고 다녀라, 왜 나하고 같이 다니면서 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하냐 등등.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안타까운 사고다.
그러나, 이 친구에게는 금 같은 사고였다.
그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오늘 사고는 너에게는 정말 다행인 사고라고.
너처럼 라이딩 했다간 언젠가 정말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 오늘 이 사고가 너를 그런 큰 사고에서 구해준 거라고.

한참을 잔소리했고, 이 친구는 미안해서 듣고만 있었다.
어찌하랴. 너무도 큰 잘못을 한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명시적으로 몇 번 말한 내 충고를 무시해서 결국 벌어진 사고인 걸.
그 친구는 갓길로 넘어졌지만, 1차선 쪽으로 넘어진 나는 아까 그 트럭이 과속으로 쫒아오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으면 머리를 부딪힐 각이었다.
자기의 실수로 나를 보내버릴 뻔한 것이었다.
이러니 미안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지.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어떤 분이 쟁반에 커피 두잔을 타서 오신다.
우리가 사고난 곳이 사과 과수원 옆이었고, 그 과수원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사고난 것을 보고 따끈한 커피를 타서 만들어 오신 것이었다.

그 경황에 감동을 했다. ㅠㅠ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분 말씀이, 이 삼거리에서 왠지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바이크가 날아가서 처박히는 것도 몇 번 보셨다 한다.

왜지? 궁금했다.
다시 우리가 온 방향으로 가서 삼거리 방향을 찍어 보았다.

사고난 지점은 안개가 없었지만, 저 멀리 안개가 산 밑에 피어 있었고, 햇빛에 안개가 반사되어 조명처럼 역광을 비추고 있었다.
사거리와 신호등이 상황에 따라 잘 안 보일 수도 있었지 않나 싶다.
게다가 완만한 왼쪽 커브로 이루어진 도로였다.

신호를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은, 오늘 사고는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 룰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다.

이렇게 한참 큰 소리를 내고는 바이크 상태를 점검했다.
내 희동이는 우측 풋 스텝과 풋 스텝이 붙어 있는 알루미늄 마운트와 프레임 연결 브라켓의 용접 부위가 부러지고, 왼쪽 엔진가드 하부가 부러지며 휘어져 있었다.
그 외 새로 장착한 핸드 가드 끝에 스크레치 조금 난 것 빼고는 의외로 멀쩡했고 시동도 바로 걸렸다.

문제는 친구 바이크인 스티드600이었다.
미끄러지며 연료통 우측 앞이 도로 구조물에 부딪혀서 크게 움푹 들어갔고, 기어 변속 레버가 많이 꺽여 있었으며, 왼쪽 풋 스텝이 휘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는데 조금 전 사과농장 여주인께서 보은 읍내 바이크 센터 전화번호를 주고 가셨다.
참 고마운 분이시다.

그런데 전화를 했더니 외제 바이크라 하니까 만지려 하지 않았다.
시동 모터가 돌 생각을 안하니까, 시동 스위치나 클러치 스위치 등과 같은 안전스위치의 전기 배선이 어디서 끊어진 것일텐데 전기 쪽은 무조건 겁부터 내는 것 같다.
일단 전화를 끊고 화물로 실어서 서울로 가져가려고 하는데, 우측 핸들바의 스위치 뭉치에 연결된 장치가 모두 작동 안되는 것을 발견했다.
시동 스위치도 우측 핸들바 스위치 뭉치에 있었다.
가지고 간 공구로 핸들 목 부위 좌우 커버를 뜯어보니~
우측 핸들바 스위치 뭉치에서 온 전선 커넥터가 똑! 빠져 있었다.
쾌재를 부르며 꽂고 시동을 걸어보니 부르릉!

서둘러서 친구가 시운전을 살살 갔다오더니 하는 말이, 3,4단이 안들어간단다.
일단 주행은 되니까 아까 전화 받은 센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리하고 있는데 근처를 스쿠터 타고 지나가시던 사과농장 여주인에게 잘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하고 보은 읍내로 출발했다.

앗 참!
보은 복규네과수원.
참 고마운 분이다.
이제 사과는 이 집에서만 주문할 것이다.
전화 주문도 받으시겠지.
복 받으세요~

살살 달려서 보은 읍내의 센터로 갔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센터 주인이셨다.
음, 전기 계통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은 분위기다.
다행히 시동은 우리가 살렸으므로 휘어진 스텝을 바로 잡고 체인지 레버를 휘어서 각도를 잡아 주신다.
시험 주행 다녀온 친구는 만족.
신기해한다. 간단하게 해결되었다고. ㅎㅎ

내 것은 CB400 풋 스텝이 있을리가 없어서 아무 바이크 풋 스텝을 이식했다.
그리고 프레임에 풋 스텝 브라켓 용접 부위 떨어진 부분을 다시 용접했다.

다 해서 2만원 드리고 감사 인사하고는 근처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사고에 비해 수습이 쉽게 되었음을 안도하며 오늘 어떻게 할까 의논했다.
복귀할까?
그러나 무주는 얼마 안 남았으므로 그냥 가기로 결정.

다시 달린다.
우린 미쳤나보다.
이렇게 사고 나고도 가던 길을 가다니. ㅋㅋ

무주 적상산에 거의 다 왔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백 미러에서 안 보인다.
아까 사고 나고는, 안전거리도 많이 벌리고 차선 우측으로 잘 따라오던 이 친구가?

전화했다.
기름이 떨어졌단다. 워메~

진짜 천우신조로, 이 길이 내리막이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주유소가 있었다!
이런 우연이!

중립으로 살살 내려오겠다고 통화를 마치고 조금 기다리니까 이 친구가 바이크가 보인다.
일단 사고가 아니니 안심하고 따라서 주유소로 들어갔다.

스티드는 연료계가 없다.
게다가 연료통이 작다.
그래서 내가, 이 친구에게, 펫병에 비상 연료를 채워서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연료 코크를 ON에 놓고 다니다가 떨어지면 RES에 놓고 시동 건 다음 주유소로 가라고 했다.
하...
이 친구...
RES에 놓고 다녔단다.
펫병에 넣고 다니던 기름을 연료통에 넣어서 비워버리고 오늘 길을 나섰단다.
미쳐... ㅠㅠ
이 인간이 오늘 내가 환장하는 거 보고 싶었던 것 같다. 😔

화낼 힘도 없어서 나도 같이 주유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가면서 이 인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확 그냥 막 그냥!

이케 저케 암튼 적성산 양수발전소 안내판이 보인다.
꺽어져 들어가면 엄청난 꼬부랑 길이 나온다.
그것도 길~게.
한참 올라가야 한다.
꼬불 꼬불 올라간 끝에 드디어 상부댐이 보이고 곧 조압수조가 보였다.
그 앞 주차장에 주차하여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도착.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전망대로 올라간다.
조압수조 주변의 계단이 올라가는 길이다.
아찔하다.
이 조압수조는 갑작스런 터빈 멈춤이 발생할 때 물의 압력을 릴리즈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사고가 있었음에도 전망대에서 본 멋진 경치에는 감탄이 나오더라. ㅎㅎ







단풍은 아직 더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이제 복귀 길에 오른다.
근처에 아는 식당이 없어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적상산을 뒤로 하고 조금 가니까 무주 시내가 나오길래 턴.
시내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 저기 기웃 기웃하며 찾다가 어죽 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곳인데 맛집 같다.
들어가서 주문한 어죽 두개가 나온 시간은 0.000005초?
암튼 순식간에 나왔다.
죽이니까 미리 끓여 놓는 것 같다.

엄~청 맛있었다.
감칠맛이 강하고 부드러워서 술술 들어간다.
마침 배가 고팠던 탓인지 양이 조금 모자라다는 느낌 외에는 만족한 점심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무주에서 다시 보은 쪽으로 올라와서 사고난 지점도 지나가고, 배추를 한 가득 심어 놓은 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추를 잘라가는 재미난 구경도 하면서, 가을 경치를 감상하며 달렸다.
바깥에 입었던 방품 점퍼도 낮에는 벗을 수 있었고, 장갑도 여름 장갑으로 바꿔 낄 수 있었다.
핸드 가드와 스폰지 그립 덕이었다.

약간 돌아서 청주 시내를 우회하기로 했으므로 미원 쪽으로 돌아갔다.
이곳으로 가는 길도 시원한 가을 경치를 선사했다.
미원에 도착해서, 동네 편의점에서 2시 반 쯤 다시 휴식을 취했다.

내가 평소 다니던 일정에 비해서는 복귀가 빠른 날이었다.
미원에서 곤지암까지 올라와서 쉬기로 하고 부지런히 올라왔고 4시 반쯤 곤지암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친구는 6시까지 송파 집으로 복귀하여야 한다고 해서 곤지암에서 각자 집으로 갈라졌다.
곤지암에서 퇴촌 내 집까지는 금방이다.
5시 갓 넘어서 도착했다.

올라와서 생각해보니 오늘 부산을 안 간 것은 하나는 잘되었고, 하나는 못되었다.
잘된 일은, 벌써 많이 추워지고 해도 너무 짧아져서 부산까지는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못된 일은, 당연히 사고다.
부산으로 나 혼자 갔으면 사고를 겪지 않았을텐데.

500km 가 안되는 주행.
나에게는 오늘 라이딩이 이모 저모 기억에 남게되었다.


저녁에 이 친구가 톡으로 수리비와 치료비에 쓰라고 돈을 보내길래 다시 돌려보냈다.
그보다 앞으로 나와 같이 다니려면, 룰을 지키라고 했고, 안 지키면 같이 못 다닌다고 말했다.
룰을 지키지 않아서 사고나면 그 룰은 지키겠지만, 그런 룰이 어디 한 두 개인가?
사고나서야 지키면 같이 못 다닌다.
남들이 경험으로 알게된 것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이 친구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하고 맞는 부분도 있고, 라이딩은 혼자 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므로 이 친구가 룰만 지킨다면 같이 다닐 것이다.
그러나 룰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같이 안 다닐 것이다.
내 목숨은 하나니까.


Leonard.

Wednesday, October 9, 2019

추운 날씨 라이딩 대비 방풍 용 핸드가드 장착


지난 번에 동해안으로 라이딩 갔을 때, 부쩍 떨어진 아침 기온과 안개 때문에 헬멧 쉴드에 생기는 물을 장갑으로 연신 닦아냈는데, 달리는 동안 바람때문에 물이 증발해서 손이 무척 시려웠다.

이제는 이러한 손 시려움이 일상화 될 계절이 되었기때문에, 진작에 사 놓고 장착하지 않고 있던 핸드 가드를 장착하기로 했다.
주행풍만 손에 직접 닿지 않아도 훨씬 덜 시려울 것이다.

전에 미라쥬 탈 때는 사이드미러에 장착하는 일점식 핸드가드를 장착했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고정 철판이 진동에 의해 부러져 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마련한 것은 2점식이었다.

이것을, 며칠 전에 장착을 시도했다.
그런데, 핸드 가드 장착에 사용하는 고정부가 핸들의 구멍보다 크다.
들어가지 않는다.
실패.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원래 장착되어 있던 발란스 웨잇 뚜껑에 탭을 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다시 도전했다.

발란스 웨잇 뚜껑을 떼서 M6 탭을 만든다.
알루미늄 재질이라서 그냥 탭을 내면 약하니까 M6 헬리코일을 넣기로 했다.
먼저 M6 헬리코일 용 드릴로 구멍을 뚫고,


M6 헬리코일 용 탭을 넣는다.

헬리코일을 넣는다.

이렇게 만든 엔드캡을 발란스 웨잇에 돌려 넣는다.

사이드 미러를 떼고 지지대를 연결한 핸드 가드를 넣은 후 사이드 미러를 돌려서 고정한다.

발란스 웨이트 엔드캡의 조금 전 만든 M6 탭에 M6X20 볼트를 이용하여 핸드 가드의 다른 한 끝 고정부위를 고정한다.

완성.


튼튼하다.
원래 고정하는 부품은 플라스틱이지만, 금속 재질 발란스 웨이트 뚜껑에 구멍을 내서 사용한 것이라서 원래 있던 부품으로 장착했을 때 보다 오히려 더 튼튼하다.

반대 쪽도 같은 방법으로 장착한 다음, 지지대 철판을 적당히 휘어가면서 손가락을 잘 가리는 각도로 양 쪽 모두 셋팅하고 지지대 고정 부위 볼트 두 군데에 볼트 풀림 방지제를 발라서 단단히 고정한다.
핸들은 진동이 매우 많은 부위여서, 볼트 풀림 방지제를 발라서 고정해야 안전하다.

이렇게 하여 양쪽 모두 장착 완료하였다.
앗 참!
지난 번 깨먹은 좌측 사이드미러 대신에 새로 구매한 사이드 미러를 장착해 놓은 상태이다.
지난 번 사이드 미러보다 약간 작아서 보이는 리어뷰가 좀 좁은 것이 아쉽지만, 지난 번 것은 각도 고정이 잘 안되고 흘러내려서 불편했지만, 이것은 그런 문제점은 없다.


이 가드가 제법 큰 것이라서 손을 잘 가려준다.


자~ 이제 테스트를 해보자.
마침 오늘 아침에는 한파 주의보(전날 보다 10도 이상 온도가 떨어졌을 때 발효)가 발효된 날이었다.
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갔으나, 7시 이후 해진 다음에는 온도가 다시 쭉쭉 떨어져서 시험 주행 나갔을 때 온도는 13도 정도였다.

장갑은 그냥 여름 용 장갑을 끼고 나갔다.
원래 이 온도에서 여름 용 장갑을 끼고 라이딩하면 얼마 달리지 못하고 손 시려워서 주행을 포기해야 한다.

팔당 호수를 지나서 팔당댐까지 왕복 40분 정도를 달렸다.
x40까지 속도를 내보는 등 고속 구간에서는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손에 전달되는 바람은 현저히 적었다.
달리면서 핸드가드 위로 손을 올리면 순간 싸~아 한 바람이 장갑으로 전달되었다.
핸드가드가 없으면 이 찬 바람을 장갑에 내내 맞고 달려야 한다.

성공적이다.
손으로 전달되는 바람이 많이 줄어서, 속도를 내는데도 손이 핸드가드 없을 때보다는 훨씬 덜 시려웠다.
오히려 핸들 그립이 알루미늄 재질이라서 이것으로 전달되어 올라오는 냉기가 더 심했다.

이것은 핸들 그립에 테니스 라켓 그립을 감는 고무 테이프를 감아서 단열을 할 생각이다.

이제 겨울 장갑을 껴도 손 끝이 미치도록 시려운 일은 면할 것 같다.
단지, 슬립을 하면 핸드가드가 박살날 위치라서, 조심히 운전해야 할 것 같다.
뭐, 그것이 아니라도 늘 조심히 운전해야 하지만.


Leonard.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