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5시면 훤해지던 하늘이 6시가 넘어가야 빛이 보이고, 8시 반은 되어야 꼴깍 넘어가던 해가 이제 6시만 되어도 어둑 어둑해진다.
올해 엔진 정비가 늦는 통에 7월에서야 투어를 시작했는데, 벌써 장거리 투어는 틀렸다.
아침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다.
다음 주말과 그 다음 주말에는 약속이 있어서, 이제 장거리 투어는 금주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갈까.
올 마지막 투어니까 부산 회원분 만나러 가는 일정을 이번에서야 드디어 수행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그 친구.
톡이 왔다. 같이 가자고. ㅋ
게다가 짧게 가잔다.
에잉~ 올 마지막 장거리 투어 계획인데!
혼자 가버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해가 너무 짧아져서 부산까지 가려면 야간 운전이 너무 길어서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500km 이내에서 목적지를 골라 봤다.
무주 적상산.
예전에, 정확히 2011년에 대구 근무하면서 주말에 서울 올라올 때 국도로 올라오다가 들러본 곳이었다.
적상산에는 와인동굴이 있고, 조선왕조실록 적상산 사고지가 있다.
그러나,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양수발전소다.
적상산 꼭대기에 조압수조를 설치해서 그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는 기발한 생각을 한 공무원을 칭찬하고 싶다.
그 위에서 보는 경치가 끝내줬던 기억이다.
여기 퇴촌에서 보은을 거쳐 무주로 내려가는 경로이다.
왕복 500km 이내.
나에게는 조금 짧은 코스이지만 이 친구, 좋아한다. ㅋ
지난 번 라이딩에서 안개 때문에 고생하고 손이 너무 시려웠던 탓에, 헬멧에 안티 포그 필름을 붙였다.
주행풍에서 손을 보호하기 위해 핸들 가드를 설치했다.
그리고 바이크 핸들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서 테니스 라켓 그립 용 고무 테이프를 감으려고 다이소에 갔지만 없어서 다른 것을 찾아보던 중에, 자전거 그립 용 스폰지를 발견하여 천원에 사 왔다.
혹시나 하고 끼워 봤는데, 의외로 잘 들어간다.
두께감도 있고, 미끄러지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냉기가 안 올라온다.
대박 성공이다. 단돈 천원에. ㅎㅎ
그렇게 미리 단단히 추위에 대비하고, 토요일 아침, 4시 30분에 퇴촌에서 친구를 만나서 출발한다.
올해는 거의 못 탔다.
시즌 오프가 다가오는데 고작 5천km 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남쪽으로 가려면 이천, 장호원, 음성을 거쳐 문경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무주는 이천 전에 곤지암에서 빠져서 도척, 백암, 진천 방향으로 간다.
모르는 길이라서 어디에 주유소가 있을 지 몰라, 일단 곤지암에서 주유를 한다.
나는 무주 갈 때까지의 기름이 들어 있었으므로, 이 친구만 주유를 했다.
우려와 달리, 백암을 지나서 진천, 청주를 거쳐 가는 이 길에는 주유소가 무척 많았다.
이 곤지암에서 주유한 기름이 그 중 제일 비쌌다. ㅋ
다음에 이 길을 갈 때는 곤지암을 지나서 가다가 주유할 것이다. ㅎ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휴게소가 어디 있을지 몰라서 주유하고 조금 더 가다가 편의점에서 따끈한 커피와 삼각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최근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진천에서 청주가는 길도 가다보니 기억났다.
이 길 역시 쭉 뻗은 주행하기 좋은 도로다.
신호도 별로 없고.
오늘은 지난 번에 우리를 괴롭히던 안개도 없었다.
기분 좋게 주행하는데, 이제 방풍 점퍼만으로는 추위가 많이 올라왔다.
손은 핸드 가드와 스폰지 그립, 그리고 겨울장갑을 끼고 달렸더니 오늘은 시렵지 않았다.
그렇게 청주를 지나서 보은 쪽으로 내려갔다.
이 길 역시 기분 좋게 잘 뻗은 길이지만, 보은 지나면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번처럼 심하지 않았고, 7시가 넘어서, 이미 해가 뜬 시점이라서 천천히 주행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2차선으로 달리고 있던 우리 뒤를 1톤 트럭이 쫒아오고 있는데, 이 사람이 우리를 추월하지도 않고 계속 따라왔다.
그 사람 아니라도, 이 안개 속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간 바이크의 작은 브레이크등은 뒷 차량이 볼 수가 없다.
이 안갯 속에서는.
신호 기다리다가 잘못하면 뒤에서 받히는 수가 있다.
난 원래 신호 준수는 칼이다.
그러나 오랜 운전의 경험으로, 그것을 무시해야 할 때가 있는 것도 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좌우의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며 조마 조마 사거리를 건너갔다.
적신호에서도 눈치를 보며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 트럭 역시 계속 신호를 무시하며 우리 뒤를 쫒아온다.
아~ 신경 쓰이네.
그렇게 긴장을 하며 안개 속을 주행하다가, 드디어 안개가 걷혔다.
안도를 하며 조금 더 갔다.
곧 삼거리가 나타나고 적색 신호가 보였다.
마음 놓고 정지하며 좌측 사이드 미러로, 일차선에서 따라오던 트럭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내 우측을 고속으로 받았다!
오른 다리에 고통을 느끼며 왼쪽으로 쓰러졌다.
이게 뭔 일이야???
상황 파악이 안되서 아픈 다리로 일어나며 주위를 보니, 일차선으로 따라오던 트럭이 신호에 정지하고 있어서 수신호를 보내 조심하라고 일르고는 오른 쪽을 보니 내 라이딩 친구가 쓰러져 있었다.
이 친구가 나를 받은 것이었다.
다행히 둘 다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차로에 쓰러져 있던 내 바이크를 일으켜서 갓 길로 옮겼다.
이 친구 바이크는 갓길에 넘어져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각자 몸을 살펴 보았다.
나는 오른 쪽 발목 복숭아뼈 있는 곳이 부어 있고, 좀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고, 정강이 안 쪽 역시 붓고 피가 나고 있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이 친구는 왼 쪽 정강이 부위에 피가 나고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역시 아니었다.
둘 다 발목까지 오는 라이딩 부츠를 신은 덕에 그것이 뼈가 손상되는 것은 막아준 것이었다.
이 친구에게 사고 원인을 물어 보았다.
신호와 신호에 정지해 있는 나를 둘 다 못 봤단다.
그래서 브레이크도 거의 안 잡고 주행 속도로 그대로 받았다는 것이다.
헐~
물론 신호 못 본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둘 이상 그룹 라이딩을 하면, 로드마스터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고, 한 차선을 반으로 나눠서 앞 바이크와 지그 재그 대열로 운전해야 한다.
이 규칙을 꾸준히 이야기 해 줬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친구다.
너무 뭐라하면 다 큰 성인에게 잔소리 같아서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차로 중앙으로 나를 쫒아오던 이 친구를 그냥 내버려 둔 내 잘못도 있다.
신호를 못 봤어도 한 차로 내에서 좌측에 정차해 있던 나를, 만약 이 친구가 우측으로 따라오고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다.
나 마저 차로 가운데로 주행하다가 서 있었으면 뒤를 정통으로 들이 받힐 뻔 했다.
그랬으면 진짜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이번에는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많은 사람들이 만든 규칙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왜 안 지키는 것인가, 리어로 따라오면서 로드로 가는 나에게 자꾸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코스를 바꾸라고 신호 보내고 차를 추월하라고 신호 보내고 그러면 나는 뒤가 신경쓰여서 앞을 볼 수 있겠냐, 이 사고는 날 사고였다, 지금까지 위험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려면 맘에 맞는 사람하고 다녀라, 왜 나하고 같이 다니면서 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하냐 등등.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안타까운 사고다.
그러나, 이 친구에게는 금 같은 사고였다.
그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오늘 사고는 너에게는 정말 다행인 사고라고.
너처럼 라이딩 했다간 언젠가 정말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 오늘 이 사고가 너를 그런 큰 사고에서 구해준 거라고.
한참을 잔소리했고, 이 친구는 미안해서 듣고만 있었다.
어찌하랴. 너무도 큰 잘못을 한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명시적으로 몇 번 말한 내 충고를 무시해서 결국 벌어진 사고인 걸.
그 친구는 갓길로 넘어졌지만, 1차선 쪽으로 넘어진 나는 아까 그 트럭이 과속으로 쫒아오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으면 머리를 부딪힐 각이었다.
자기의 실수로 나를 보내버릴 뻔한 것이었다.
이러니 미안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지.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어떤 분이 쟁반에 커피 두잔을 타서 오신다.
우리가 사고난 곳이 사과 과수원 옆이었고, 그 과수원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사고난 것을 보고 따끈한 커피를 타서 만들어 오신 것이었다.
그 경황에 감동을 했다. ㅠㅠ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분 말씀이, 이 삼거리에서 왠지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바이크가 날아가서 처박히는 것도 몇 번 보셨다 한다.
왜지? 궁금했다.
다시 우리가 온 방향으로 가서 삼거리 방향을 찍어 보았다.
사고난 지점은 안개가 없었지만, 저 멀리 안개가 산 밑에 피어 있었고, 햇빛에 안개가 반사되어 조명처럼 역광을 비추고 있었다.
사거리와 신호등이 상황에 따라 잘 안 보일 수도 있었지 않나 싶다.
게다가 완만한 왼쪽 커브로 이루어진 도로였다.
신호를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은, 오늘 사고는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 룰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다.
이렇게 한참 큰 소리를 내고는 바이크 상태를 점검했다.
내 희동이는 우측 풋 스텝과 풋 스텝이 붙어 있는 알루미늄 마운트와 프레임 연결 브라켓의 용접 부위가 부러지고, 왼쪽 엔진가드 하부가 부러지며 휘어져 있었다.
그 외 새로 장착한 핸드 가드 끝에 스크레치 조금 난 것 빼고는 의외로 멀쩡했고 시동도 바로 걸렸다.
문제는 친구 바이크인 스티드600이었다.
미끄러지며 연료통 우측 앞이 도로 구조물에 부딪혀서 크게 움푹 들어갔고, 기어 변속 레버가 많이 꺽여 있었으며, 왼쪽 풋 스텝이 휘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는데 조금 전 사과농장 여주인께서 보은 읍내 바이크 센터 전화번호를 주고 가셨다.
참 고마운 분이시다.
그런데 전화를 했더니 외제 바이크라 하니까 만지려 하지 않았다.
시동 모터가 돌 생각을 안하니까, 시동 스위치나 클러치 스위치 등과 같은 안전스위치의 전기 배선이 어디서 끊어진 것일텐데 전기 쪽은 무조건 겁부터 내는 것 같다.
일단 전화를 끊고 화물로 실어서 서울로 가져가려고 하는데, 우측 핸들바의 스위치 뭉치에 연결된 장치가 모두 작동 안되는 것을 발견했다.
시동 스위치도 우측 핸들바 스위치 뭉치에 있었다.
가지고 간 공구로 핸들 목 부위 좌우 커버를 뜯어보니~
우측 핸들바 스위치 뭉치에서 온 전선 커넥터가 똑! 빠져 있었다.
쾌재를 부르며 꽂고 시동을 걸어보니 부르릉!
서둘러서 친구가 시운전을 살살 갔다오더니 하는 말이, 3,4단이 안들어간단다.
일단 주행은 되니까 아까 전화 받은 센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리하고 있는데 근처를 스쿠터 타고 지나가시던 사과농장 여주인에게 잘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하고 보은 읍내로 출발했다.
앗 참!
보은 복규네과수원.
참 고마운 분이다.
이제 사과는 이 집에서만 주문할 것이다.
전화 주문도 받으시겠지.
복 받으세요~
살살 달려서 보은 읍내의 센터로 갔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센터 주인이셨다.
음, 전기 계통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은 분위기다.
다행히 시동은 우리가 살렸으므로 휘어진 스텝을 바로 잡고 체인지 레버를 휘어서 각도를 잡아 주신다.
시험 주행 다녀온 친구는 만족.
신기해한다. 간단하게 해결되었다고. ㅎㅎ
내 것은 CB400 풋 스텝이 있을리가 없어서 아무 바이크 풋 스텝을 이식했다.
그리고 프레임에 풋 스텝 브라켓 용접 부위 떨어진 부분을 다시 용접했다.
다 해서 2만원 드리고 감사 인사하고는 근처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사고에 비해 수습이 쉽게 되었음을 안도하며 오늘 어떻게 할까 의논했다.
복귀할까?
그러나 무주는 얼마 안 남았으므로 그냥 가기로 결정.
다시 달린다.
우린 미쳤나보다.
이렇게 사고 나고도 가던 길을 가다니. ㅋㅋ
무주 적상산에 거의 다 왔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백 미러에서 안 보인다.
아까 사고 나고는, 안전거리도 많이 벌리고 차선 우측으로 잘 따라오던 이 친구가?
전화했다.
기름이 떨어졌단다. 워메~
진짜 천우신조로, 이 길이 내리막이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주유소가 있었다!
이런 우연이!
중립으로 살살 내려오겠다고 통화를 마치고 조금 기다리니까 이 친구가 바이크가 보인다.
일단 사고가 아니니 안심하고 따라서 주유소로 들어갔다.
스티드는 연료계가 없다.
게다가 연료통이 작다.
그래서 내가, 이 친구에게, 펫병에 비상 연료를 채워서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연료 코크를 ON에 놓고 다니다가 떨어지면 RES에 놓고 시동 건 다음 주유소로 가라고 했다.
하...
이 친구...
RES에 놓고 다녔단다.
펫병에 넣고 다니던 기름을 연료통에 넣어서 비워버리고 오늘 길을 나섰단다.
미쳐... ㅠㅠ
이 인간이 오늘 내가 환장하는 거 보고 싶었던 것 같다. 😔
화낼 힘도 없어서 나도 같이 주유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가면서 이 인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확 그냥 막 그냥!
이케 저케 암튼 적성산 양수발전소 안내판이 보인다.
꺽어져 들어가면 엄청난 꼬부랑 길이 나온다.
그것도 길~게.
한참 올라가야 한다.
꼬불 꼬불 올라간 끝에 드디어 상부댐이 보이고 곧 조압수조가 보였다.
그 앞 주차장에 주차하여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도착.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전망대로 올라간다.
조압수조 주변의 계단이 올라가는 길이다.
아찔하다.
이 조압수조는 갑작스런 터빈 멈춤이 발생할 때 물의 압력을 릴리즈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사고가 있었음에도 전망대에서 본 멋진 경치에는 감탄이 나오더라. ㅎㅎ
단풍은 아직 더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이제 복귀 길에 오른다.
근처에 아는 식당이 없어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적상산을 뒤로 하고 조금 가니까 무주 시내가 나오길래 턴.
시내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 저기 기웃 기웃하며 찾다가 어죽 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곳인데 맛집 같다.
들어가서 주문한 어죽 두개가 나온 시간은 0.000005초?
암튼 순식간에 나왔다.
죽이니까 미리 끓여 놓는 것 같다.
엄~청 맛있었다.
감칠맛이 강하고 부드러워서 술술 들어간다.
마침 배가 고팠던 탓인지 양이 조금 모자라다는 느낌 외에는 만족한 점심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무주에서 다시 보은 쪽으로 올라와서 사고난 지점도 지나가고, 배추를 한 가득 심어 놓은 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추를 잘라가는 재미난 구경도 하면서, 가을 경치를 감상하며 달렸다.
바깥에 입었던 방품 점퍼도 낮에는 벗을 수 있었고, 장갑도 여름 장갑으로 바꿔 낄 수 있었다.
핸드 가드와 스폰지 그립 덕이었다.
약간 돌아서 청주 시내를 우회하기로 했으므로 미원 쪽으로 돌아갔다.
이곳으로 가는 길도 시원한 가을 경치를 선사했다.
미원에 도착해서, 동네 편의점에서 2시 반 쯤 다시 휴식을 취했다.
내가 평소 다니던 일정에 비해서는 복귀가 빠른 날이었다.
미원에서 곤지암까지 올라와서 쉬기로 하고 부지런히 올라왔고 4시 반쯤 곤지암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친구는 6시까지 송파 집으로 복귀하여야 한다고 해서 곤지암에서 각자 집으로 갈라졌다.
곤지암에서 퇴촌 내 집까지는 금방이다.
5시 갓 넘어서 도착했다.
올라와서 생각해보니 오늘 부산을 안 간 것은 하나는 잘되었고, 하나는 못되었다.
잘된 일은, 벌써 많이 추워지고 해도 너무 짧아져서 부산까지는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못된 일은, 당연히 사고다.
부산으로 나 혼자 갔으면 사고를 겪지 않았을텐데.
500km 가 안되는 주행.
나에게는 오늘 라이딩이 이모 저모 기억에 남게되었다.
저녁에 이 친구가 톡으로 수리비와 치료비에 쓰라고 돈을 보내길래 다시 돌려보냈다.
그보다 앞으로 나와 같이 다니려면, 룰을 지키라고 했고, 안 지키면 같이 못 다닌다고 말했다.
룰을 지키지 않아서 사고나면 그 룰은 지키겠지만, 그런 룰이 어디 한 두 개인가?
사고나서야 지키면 같이 못 다닌다.
남들이 경험으로 알게된 것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이 친구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하고 맞는 부분도 있고, 라이딩은 혼자 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므로 이 친구가 룰만 지킨다면 같이 다닐 것이다.
그러나 룰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같이 안 다닐 것이다.
내 목숨은 하나니까.
Leonard.
Thursday, October 17, 2019
Wednesday, October 9, 2019
추운 날씨 라이딩 대비 방풍 용 핸드가드 장착
지난 번에 동해안으로 라이딩 갔을 때, 부쩍 떨어진 아침 기온과 안개 때문에 헬멧 쉴드에 생기는 물을 장갑으로 연신 닦아냈는데, 달리는 동안 바람때문에 물이 증발해서 손이 무척 시려웠다.
이제는 이러한 손 시려움이 일상화 될 계절이 되었기때문에, 진작에 사 놓고 장착하지 않고 있던 핸드 가드를 장착하기로 했다.
주행풍만 손에 직접 닿지 않아도 훨씬 덜 시려울 것이다.
전에 미라쥬 탈 때는 사이드미러에 장착하는 일점식 핸드가드를 장착했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고정 철판이 진동에 의해 부러져 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마련한 것은 2점식이었다.
이것을, 며칠 전에 장착을 시도했다.
그런데, 핸드 가드 장착에 사용하는 고정부가 핸들의 구멍보다 크다.
들어가지 않는다.
실패.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원래 장착되어 있던 발란스 웨잇 뚜껑에 탭을 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다시 도전했다.
발란스 웨잇 뚜껑을 떼서 M6 탭을 만든다.
알루미늄 재질이라서 그냥 탭을 내면 약하니까 M6 헬리코일을 넣기로 했다.
먼저 M6 헬리코일 용 드릴로 구멍을 뚫고,
M6 헬리코일 용 탭을 넣는다.
헬리코일을 넣는다.
이렇게 만든 엔드캡을 발란스 웨잇에 돌려 넣는다.
사이드 미러를 떼고 지지대를 연결한 핸드 가드를 넣은 후 사이드 미러를 돌려서 고정한다.
발란스 웨이트 엔드캡의 조금 전 만든 M6 탭에 M6X20 볼트를 이용하여 핸드 가드의 다른 한 끝 고정부위를 고정한다.
완성.
튼튼하다.
원래 고정하는 부품은 플라스틱이지만, 금속 재질 발란스 웨이트 뚜껑에 구멍을 내서 사용한 것이라서 원래 있던 부품으로 장착했을 때 보다 오히려 더 튼튼하다.
반대 쪽도 같은 방법으로 장착한 다음, 지지대 철판을 적당히 휘어가면서 손가락을 잘 가리는 각도로 양 쪽 모두 셋팅하고 지지대 고정 부위 볼트 두 군데에 볼트 풀림 방지제를 발라서 단단히 고정한다.
핸들은 진동이 매우 많은 부위여서, 볼트 풀림 방지제를 발라서 고정해야 안전하다.
이렇게 하여 양쪽 모두 장착 완료하였다.
앗 참!
지난 번 깨먹은 좌측 사이드미러 대신에 새로 구매한 사이드 미러를 장착해 놓은 상태이다.
지난 번 사이드 미러보다 약간 작아서 보이는 리어뷰가 좀 좁은 것이 아쉽지만, 지난 번 것은 각도 고정이 잘 안되고 흘러내려서 불편했지만, 이것은 그런 문제점은 없다.
이 가드가 제법 큰 것이라서 손을 잘 가려준다.
자~ 이제 테스트를 해보자.
마침 오늘 아침에는 한파 주의보(전날 보다 10도 이상 온도가 떨어졌을 때 발효)가 발효된 날이었다.
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갔으나, 7시 이후 해진 다음에는 온도가 다시 쭉쭉 떨어져서 시험 주행 나갔을 때 온도는 13도 정도였다.
장갑은 그냥 여름 용 장갑을 끼고 나갔다.
원래 이 온도에서 여름 용 장갑을 끼고 라이딩하면 얼마 달리지 못하고 손 시려워서 주행을 포기해야 한다.
팔당 호수를 지나서 팔당댐까지 왕복 40분 정도를 달렸다.
x40까지 속도를 내보는 등 고속 구간에서는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손에 전달되는 바람은 현저히 적었다.
달리면서 핸드가드 위로 손을 올리면 순간 싸~아 한 바람이 장갑으로 전달되었다.
핸드가드가 없으면 이 찬 바람을 장갑에 내내 맞고 달려야 한다.
성공적이다.
손으로 전달되는 바람이 많이 줄어서, 속도를 내는데도 손이 핸드가드 없을 때보다는 훨씬 덜 시려웠다.
오히려 핸들 그립이 알루미늄 재질이라서 이것으로 전달되어 올라오는 냉기가 더 심했다.
이것은 핸들 그립에 테니스 라켓 그립을 감는 고무 테이프를 감아서 단열을 할 생각이다.
이제 겨울 장갑을 껴도 손 끝이 미치도록 시려운 일은 면할 것 같다.
단지, 슬립을 하면 핸드가드가 박살날 위치라서, 조심히 운전해야 할 것 같다.
뭐, 그것이 아니라도 늘 조심히 운전해야 하지만.
Leonard.
Saturday, October 5, 2019
CB400 - LED 시그널 램프 용 플래셔로 교체
차의 모든 램프는 LED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밝기는 더 밝고 전기 소모는 적어서 바이크의 발전 시스템에 무리를 적게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플래셔 유닛은 LED를 사용할 경우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LED 용 플래셔 유닛이 별도로 있다.
이 플래셔는 LED 전구를 사용해도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작년에 LED 용 플래셔 유닛을 사 놓았다.
그런데 장착 실패. ㅋ
CB400에는 3극 짜리 플래셔 유닛이 필요했지만, 난 2극 짜리를 샀던 것이었다.
뭐, 작동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쓰다가 몇 달 전에 3극 짜리플래셔 유닛을 새로 구매했고,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모듈이었다.
사 놓은지는 꽤 되었지만 그동안 귀찮아서 냅두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교환시도를 했다.
그 마저도 귀찮아서 밍기적 거리다가 간신히 일어나서 공구 가방을 들고 나갔다.
우선 기존 플래셔를 떼어 냈다.
비상등 스위치를 켜고 전압을 재보니 아래와 같이 양 끝에서 전원이 찍힌다.
따라서 가운데가 시그널이다.
새로 산 플래셔에 전극을 연결한다.
커넥터에 각 전선 끝을 임시로 꽂아서 작동을 확인한다.
OK. 제대로 작동한다.
저 커넥터가 작은 접점이고, 집에 뒤져보니 같은 사이즈가 있긴한데 암놈이 있었다.
난 숫놈이 필요한데.
할수없이 양 날개 부위를 니퍼로 잘라내서 숫놈을 만든 다음에 전선에 연결하여 터미널 압착기로 찍었다.
바이크 커넥터에 극을 맞춰서 꽂아 넣은 다음 전선을 정리한다.
당연히 동작은 잘 되었다.
단지, 리어 시그널램프가 황색이 필요한데, 백색 밖에 없어서 동작 확인만 한 다음 빼 놓고 일반 전구로 원복해 놓았다.
황색 LED 램프가 오면 본격적으로 사용해야지.
비상등 켜 놓고 원하는 속도로 조절해 놓았다.
좌측 사이드 커버 덮고 마무리.
게을러서 미뤄놨던 것, 이제야 했다.
시원하구나.
Leonard.
문경, 안동, 주산지를 거쳐서 7번 국도 라이딩 726km
올해 10월3일이 개천절이고 목요일이었다.
그래서 간만에 금요일 쉬기로 하고 라이딩 계획을 잡았다.
부산에 계시는 카페 회원분에게 올해 안에 가보려 했으나 주말마다 들이닥친 비로 인해서 벌써 10월이 되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가을이면 장거리 여행은 힘들다.
여기서 부산을 가려면 새벽 4시 쯤 출발해야 하지만, 이제 그 시간엔 춥다.
그래, 부산을 가서 횐님들을 만나자.
그런데 동네 라이딩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라이딩 가자고. 자기는 휴가를 냈다며.
이 친구가 얼마전에 데이스타250에서 스티드600으로 바꿨는데 아이들 중 시동이 꺼지고 시동모터가 돌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점화 플러그 캡에 연결된 전선 하나가 단선인 것을 발견하여 교체하였고, 시동 모터도 브러시를 교체하는 등 정도의 정비로 이제 탈만해졌기때문에 어디라도 가고 싶었을 것이다.
카페 회원분들에겐 미안하지만, 기변을 한 이 친구 마음을 알기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같이 가기로 하고 경로를 정한 건 동해안 7번 도로를 북상하는 것.
그렇게 약속하고서 목요일 저녁에 희동이 체인에 기름을 뿌리러 내려갔다.
사이드 스탠드로 바이크를 기울이며 뒷 타이어를 돌리며 기름을 뿌리는 작업을 혼자하다가!
바이크가 넘어졌다.
하필이면 그 옆에 벽이 있어서 좌측 사이드 미러가 벽에 부딪히며 박살나고 말았다. ㅠㅠ
사이드 미러 없이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 ㅋ
고민 고민하다가 조각 모음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실패. 나는 이런 일에 약하다. ㅠㅠ
와잎이 퇴근해서 왔다. 해보겠다고 하더니 얼마 안되어서 이렇게 맞춰놨다.
울 와잎 대단하다. ㅎㅎ
이것 뒷면에 테이프를 붙이고 순간접착제를 깨진 부위에 흘려 넣은 다음에 사이드 미러에 테이프로 붙였다.
음, 없는 것 보다는 낫겠다. ㅎㅎ
자, 퇴촌에서 새벽 4시 30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 기온이 많이 추울 것이라서, 라이딩 기어 안에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이 친구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친구와 경로 협의를 했다.
일단 이천까지 가서 기름을 넣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기로 했다.
이천, 음성, 문경을 지나는 코스인데, 이천을 지나면 그 흔한 편의점이나 주유소도 없는 코스이다.
출발.
그런데...
안개가 안개가...
거의 비다.
헬멧에 맞아서 주륵 주륵 흘러내리고 시야를 가린다.
미치겠다.
쉴드를 열면 안경에도 물이 맺힌다.
장호원까지 가서 3번 국도로 올라타서야 조금 약해졌다.
미란다 호텔 근처 국도 변의 셀프 주유소에서 연료 만충하고, 조금 더 가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삼각 김밥을 먹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장호원 접어들자마자 다시 안개 시작 ㅠㅠ
음성 정도를 가면 좀 나아지겠지하고 쉴드를 주행 중에 닦아가며 힘들게 가고 있었지만, 6시가 넘어서 하늘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데도 계속 안개가 괴롭혔다.
해는 다 올라온 것 같다.
그런데 안개때문에 주변이 어두울 정도다.
문경까지 가서야 해가 간간히 비친다.
안개도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안개는 시작되고, 어디서 쉬고 싶었지만 쉬는 곳도 나오지 않는다. ㅋ
문경에서 예천 쪽으로 빠져서 안동으로 가는 길.
장갑은 쉴드에서 흘러내리는 안개비를 닦느라 다 젖어버렸고 이로 인해서 손은 너무도 시려웠다.
휴게소라도 있으면 들러서 손을 녹이고 가려했지만 휴게소, 편의점 하나 나오지 않는 길이었다.
도저히 손이 시려워서, 좀 넓은 길가가 나오길래 세워서 엔진 열에 손을 녹이고 장갑을 바꿔끼고 출발했다.
사실 겨울 장갑을 하나 더 가져왔었다.
겨울 장갑은 둔해서 끼기 싫었지만 손이 너무 시려워서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다.
지도를 보니까 안동까지 삼십 분 정도 남았다.
장갑을 바꾸니 달릴만 했다.
곧 안동 시내가 나왔고 반가운 편의점도 나왔다.
따끈한 커피와 간단한 과자로 추운 몸을 녹였다.
다시 출발.
안동에서 기름을 다시 넣고 주왕산 기슭의 주산지로 향했다.
안동을 벗어나자 마자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안동 시내에 흐르는 강물도 전날까지 퍼부운 비로 인해 수량이 많이 늘어 있었고, 그 강을 따라 임하호를 스쳐지나가는 코스는 실로 그림이었다.
다음에 안동을 목적지로 해서 다시 한 번 라이딩을 와야겠다.
주변에 돌들도 적색을 넘어서 자색에 가까운 빛을 띄고 있어서 신비로운 경치를 보였다.
이 주변이 특별한 지층인 것 같았다.
얼마간 달려서 네비에서 주산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시골 길로 접어들어 잠시 달려가서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 즈음에 지긋 지긋한 안개가 걷혔다.
이제 시원하고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십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한다.
가면서 주산지에 대한 설명도 읽고,
살살 걸어올라가니 주산지가 보였다.
이것만 보면 평범한 저수지인데, 그 유명한 물에 잠긴 나무는 어디있지?
저 앞에 사진 촬영지라고 하는 곳 팻말이 있다.
가 보았다.
음~ 이곳이구나!
그 유명한 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런 나무가 수 십그루 물에 잠겨서 신비로운 늪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인 줄 알았지만, 달랑 한 그루였다.
저 멀리 다른 사진 촬영지에 몇 그루 더 있는 것 같긴한데,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에휴,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 같은 앵글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같이 간 친구는 나름 만족했단다.
하긴, 주차장에서 주산지 올라가는 길도 길지 않지만 숲 냄새 싱그럽고, 계곡 물소리도 시원해서 나도 괜찮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진을 찍고 호수 경치를 조금 더 구경하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나왔다.
강구항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그 길은 차마 혼자보기가 아까운 길이었다.
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협곡을 흐르는 맑고 푸른 물, 그리고 그 물이 흘러가며 만들어내는 포말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할 즈음에 청송 얼음골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옥계계곡이라는 지명이 나왔다.
아항~ 옥계계곡~~~
여기도 킵. 다음에 또 와야지!
특이하게도 전 날 태풍이 몰고온 많은 비로 인해 온 개천물, 강물이 모두 황토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옥계계곡의 물은 그다지 황토색이 아니고 푸른 색이었다.
바위가 많은 산을 끼고 도는 계곡이라 그런가 싶었다.
이렇게 그림같은 풍경을 끼고 가면 즐거워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많은 비로 인한 토사가 도로 곳곳을 덮고 있었기때문이다.
심지어 코너링하느라 바이크 눕혔다가 코너에 깔린 토사로 인해서 깜놀해서 세우는 등 위험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것만 아니면 경치를 더 즐겼을텐데...
다음에 또 와야겠다.
옥계계곡.
그렇게 옥계계곡을 넘어가서 드디어 7번 동해한 국도에 도착했다.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먼저 찾아서 밥을 먹기로 했다.
친구가 기사식당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지, 중간에 스쳐 지나간 기사식당으로 바이크를 돌려 갔다.
돌아가서 식당 근처에 바이크를 세운 그 앞에 있던 집에서 보이는 경치가 이렇다.
낙지볶음을 주문하고 나온 것을 보고 실망하는 친구에게, 생각하고 기대하던 그 기사식당은 전라도 지역의 기사식당 음식이라는 걸 낄낄대며 알려주고는 그냥 저냥 배고파서, 주문한 음식을 다 먹기는 했다.
전라도 지역 기사식당에서는 저 가격(8,000원 낙지볶음)이라면 수라상에 가까운 반찬들이 상다리 휘어지게 나온다.
반찬의 맛도 당연 훌륭하다.
이 친구의 환상을 실현해주려면 다음에는 전라도 지역으로 맛집 기사식당 투어를 가야겠다. ㅎㅎ
그렇게 밥을 먹고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얼마 올라가지 않고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이렇게 삼척까지 올라가다간 복귀가 너무 늦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한다.
사실 그 말도 맞다.
강구항에서 이미 12시 반이 넘었고, 잠깐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시간이 1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요즘 해가 7시 전에 지니까 너무 늦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또 문제가, 어제와 지난 주 들이닥친 태풍으로 인해서 동해안 지역 길들이 모두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토사가 도로로 흘러내려서 물과 황토, 모래가 뒤섞여, 주행하기가 어려웠고 바이크와 라이딩 기어도 온통 흙 투성이가 되었다.
할수없다. 돌아가자.
경로를 다시 설정했다.
울진에서 꺽어져서 불영계곡, 영월, 평창, 횡성을 거쳐 서울로 가는 6번 국도로 복귀하기로 했다.
7번 국도 상행은 다음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7번 국도 옆의 바닷길 우회로는 제끼고 7번 국도를 타고 고속으로 올라갔다.
울진에서 꺽어져 불영계곡으로 빨리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재미없게 라이딩을 하여 불영계곡으로 들어갔지만, 올때 옥계계곡과 마찬가지로 도로가 계속 토사와 황토물에 범벅으로 덮여 있었다.
슬립을 할까봐 신경을 극도로 쓰면서 한참을, 한참을 피곤하게 라이딩을 한 끝에 불영계곡을 빠져나가고 춘양 쯤에 이르러서야 토사가 덮인 길이 없어졌다.
이 즈음에는 바이크와 라이딩 기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 진짜 피곤한 라이딩이었다. ㅠㅠ
거의 167km를 둘이 아무 말 없이 조심 조심 산길을 넘어서 지나온 다음 영월의 어느 편의점에서 비로소 쉴 수 있었다.
음료수 먹고 잠깐 휴식을 즐겼다.
조금 더 가서 기름을 넣고, 양평에 가서 오늘의 마지막 휴식을 하기로 했다.
쭉쭉 달려갔다. 평창을 도착하면 거기서부터는 늘상 다니는 길이다.
평창에서 횡성까지 길에는 5시가 갓 넘은 그 시간에 벌써 차들이 한 가득이다.
드디어 6번 국도를 만났다.
많은 차들을 뚫고 6번을 따라 가다가, 양평 시내로 접어들기 전에 가끔 들르던 휴게소로 접어드는 순간!
휴게소가 망했다. 체인으로 주차장도 못 들어가게 막아놨다.
에이~
그 앞에서 어떻게할까 고민했다.
이 친구가 송파로 이사를 갔기때문에 6번을 타고 쭉 가면 좋기는 한데 교통정보를 보니 역시나 양평부터 서울까지 꽉 막히고 있었다.
그냥 나랑 같이 퇴촌 쪽으로 돌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김에 퇴촌에 유명한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퇴촌으로 우회하는 강변길에도 차들이 많았지만 서다가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꾸준히 달려서 퇴촌 순대국집에 도착했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오늘 라이딩에 대한 랩업 미팅을 했다.
늘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이 둘이 같이 축하한 것이 무사 안전 라이딩이었다.
너무 많은 복병이 있었고, 그것들을 무사하게 넘어가서 귀한한 것이 제일 축하할 일이었다.
또 하나의 복병은 이 친구.
이 친구가 그룹 라이딩을 해보지 않아서, 로드와 리어의 역할을 지키지 않아 위험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다음엔 좀 더 주의하기로 했다.
여튼 무사 귀환을 축하해야하는 오늘의 라이딩이었다.
다음엔 경치를 유유자적 즐기는 라이딩을 하고 싶다.
서울->문경->안동->동해 강구항->울진->영월->평창->횡성->양평->퇴촌.
726km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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