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2, 2022

스티어링 댐퍼 사용 후기 및 결장 부분 절제 수술 후기

얼마 전에 스티어링 댐퍼를 장착하고 시험 주행나갔는데, 아니 이게 왠 안정감?
그동안 핸들 털림을 겪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고, 실제 핸들 털림이 발생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를 핸들링 안정감이 생겼다.
뭐가 딱히 대단하게 개선되었다기보다는 핸들 잔 떨림이 사라졌고, 그에 따른 약간의 불안감이 사라진 것이다.
이 잔 떨림이 도로의 불규칙한 면에 부딪히면 확 커지면서 핸들 떨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일시적인 플라시보효과일 수도 있었으나, 그 이후 두번의 고속 주행을 했고, 어제 2주만에 다시 양만장까지 야간 라이딩을 하면서 확인을 했다.
맞다.
주행이 안정감이 생겼다.
이것을 달까 말까 오래 고민을 했고, 드디어 이번에 달게되었는데, 지금까지 바이크에 설치한 튜닝 용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이다.
굿!

그런데 스티어링 댐퍼 설치 후에 신나게 타고 다녀야했을 두 주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5월 6일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복부 팽만이 있었다. 배가 왠지 살짝 빵빵한 느낌?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 소화제 먹고, 가스 제거제를 사다가 먹었지만, 크게 아프지는 않아서 오전에 바이크를 타고 홍천 근처까지 라이딩을 다녀왔다.
200km 정도였나? 3시 이전에 들어와서 집안 정리 좀 하고 있다가 저녁 먹고, 소화제 좀 더 먹고.
일요일에도 개선이 없고 조금 더 아파서 배를 온돌 찜질을 하니까 좀 낫길래, 그렇게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저녁에 회사 기숙사로 출근을 했다.

기숙사에서 자다가 배가 아파서 새벽에 깼다.
뭐,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었는데 잠에서 깬 김에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회사에 톡 남기고 아침에 기숙사에서 병원으로 직행했다.
내가 내 차를 몰고.
배가 아프니까 내과로 가서 접수하고 의사를 만났다.
CT를 찍어보자고 해서 여러가지 사전 검사하고(피 뽑고 조영제 알레르기 반응 검사 등등. 병원가면 주사 열방은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ㅋ) CT를 찍었다.
다시 의사에게 갔는데, 의사 하는 말.
이런~ 충수가 터졌어요. 어떻게 이럴 때까지 참고 있었죠? 터진지가 좀 된 것 같아요.

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충수염(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생기면 데굴데굴 구르면서 엄청 아파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던데 난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당연히 충수염이 아닌 줄 알았다.
그냥 소화가 안되는 정도인줄 알았다. ㅋ
의사가 외과를 연결해줘서 외과를 찾아갔더니 다행히 그 날 당일 수술를 잡고 저녁에 수술을 해주었다.
수술 전에 의사 말이, 보통 충수염은 충수만 똑 떼면 되는데 나는 아마 염증이 퍼져서 대장 일부까지 잘라내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수술 후 마취가 깨자마자 의사가 열어보니까 그렇게 수술해야해서 대장을 일부 잘라냈다고 설명해주었다.
아파서 정신 없어서 의사가 뭐라했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난다.

남들은 충수염이라고 하면 3일 정도 입원하고 퇴원도 금방하던데 난 복강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5일 입원에, 배에 배액관까지 꽂고 있었다.
충수가 터져서 복강 안을 세척해야했기때문이다. ㅋ
의사가 하는 말이, 누가 물어보면 맹장수술했다고 하면 안된다, 당신은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거다~라고 하더라.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그렇게까지 고통을 심하게 느끼진 못했다는 거다.
왜 일까. ㅋ
의사말로는 터진지가 며칠 되었다고 하는 것 보면, 충수염이 생긴 건 그 주 초였던 것 같고 금요일엔 이미 터져서 살살 아프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그때까지 참고 있었을까.
남들이 느끼는 고통만큼 못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 고통을 참고 넘긴 것인지 그것을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장 폐색을 두번이나 겪고 심하게 아팠던 적이 몇 번 있었으며, 장 트러블로 장이 아팠던 적도 제법 많이 있어서 내가 장 쪽은 고통에 둔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ㅋ

암튼 그렇게 혼자 운전하고 가서 수술 받고 입원하고, 5월 13일 금요일에 역시 퇴원 수속 혼자 다하고 혼자 운전해서 집에 왔다.
입원기간 내내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 면회도 안된다고 해서 와잎도 오지 말라고 했기때문이다.

이 충수염이 수술법이 개발되기전에는 발생율도 높고(인구의 약 6%) 발생하면 사망율 백퍼센트인 질병이었단다.
난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옛날 기준으로 보면 제2의 인생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퇴원하고 집에와서 주말에 누워서 쉬다가 금주 월요일부터 출근했다.
더 쉬고 싶었으나 급하게 진행되는 일들이 많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역시 힘들었다.
하지만 요일이 지나갈수록 지낼만했고, 이번 주말에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수술 후 약 2주 만이다.

그래서 2주만에 바이크에 올랐다.
밤에 천천히 양만장이나 다녀왔다. 멀리 가는 것은 아직 부담스럽다.
캬~
사백이 엔진소리!
음악이 필요없다.
스천알? 알식이? 알원?
다 필요없다.
난 내 사백이 배기음을 사랑한다. ^^

이제 추운게 아니라 시원해진 밤공기를 최대한 오래 즐기기 위해 천천히 양만장으로 갔다.
가끔 추월을 하기 위해 드로틀을 감으면 특유의 그 터빈 같은 쉬이잉~ 하는 소리를 들으며 재미있게 달려갔다.

양만장에 도착해서 편의점 커피를 사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얻은 것에 감사하며, 지나간 인생을 다시 생각해봤다.
결론은?
이 정도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역시 천천히 집으로 복귀했다.
팔당호의 밤 공기는 시원, 상쾌했다.

재작년에는 캬브 셋팅이 늦어져서 7월부터 라이딩을 시작했고, 작년에는 프레임 도장을 하느라 바이크 재 조립이 늦어져서 7월부터 라이딩 시작했는데, 올해는 추운 아침 저녁에 내 손을 보호해줄 히팅 그립을 설치해 놓은 덕분에 일찍 장거리 라이딩을 시작하려했지만 수술때문에 올해도 늦은 6월이나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할 것 같다.

아직 구멍을 뚫은 배꼽과 기타 부위에 딱지가 안 떨어졌으니, 뱃 속 상태도 똑같을 거다.
이번에 내가 뱃 속 고통을 잘 못느끼는 사람인 것을 알았으니까 최대한 조심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수술 부위가 완전히 붙은 다음 장거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참고로 봉합사가 완전히 녹는데는 두달 정도가 걸린다더라. ㅋ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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