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30, 2023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서 설치를 한 다음에 잠깐 주행을 다녀왔는데, 다녀와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스티어링 댐퍼 포스트가 끄덕끄덕 흔들린다.

왜지?

댐퍼 포트스 고정하는 볼트가 풀렸나?


짜증나지만 같은 일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카울을 벗기고 연료통을 내려 놓았다.

아, 다시 보니 댐퍼 포스트 부품이 잘못 만들어져 있었다.

바이크 프레임의 구멍보다 돌출 부분(2) 직경이 커서 그 구멍 안에 들어갈 수가 없고, 옆에 용접살때문에 걸리는데다가(1), 구멍이 있는 판이 아래로 휘어서(3) 브라켓이 면 접촉을 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볼트를 세게 조여도 끄덕거릴 수 밖에 없다.

볼트도 쉽게 풀릴테고.

이 브라켓을 철판에서 띄워서 고정해야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압축되면 단단한 것으로.

마침 집에 가스켓이 있었다.

이것이 적당할 것이다.

1mm 짜리이므로 2장 겹치면 될 것 같다.

브라켓에 대고 겹쳐서 잘라서 두 장을 순접으로 접착한다.


그리고 고정하는 기본 제공 볼트는 M6 도금 접시머리 렌치 볼트 15mm 짜리인데, 좀 짧다.

M6 스테인리스 접시머리 렌치 볼트 20mm로 바꿔서 장착했다.

튼튼하다.

용접살에 걸리지 않고 잘 뜬다.


중국산은 뭔가 하나 모자란다.

저 턱을 더 깊게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ㅋ

장착하고나면 연료탱크와 살짝 닿는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연료탱크에 꿀밤이다.

이것도 각 부위 수치를 좀 더 면밀히 다듬었으면 3mm는 띄울 수 있을텐데.



여러 아쉬움이 남지만 암튼, 댐퍼 포스트는 튼튼하게 장착할 수 있었다.

장착 끝나고 며칠 후 시험 주행을 나갔다.

여기 용인에서 괴산을 목표로 가다가 여주 방향으로 복귀한 후 집으로 오는 약 200km 짜리 코스다.

벌써 아침 온도가 15도 밑으로 떨어져서, 이제 장거리 라이딩은 어렵다.

남해안을 찍고 오는 장거리를 다녀오려면 아침 6시 이전에 출발해야 하지만, 요즘 날씨에 그 시간에는 춥다.

이번 시즌에는 낮에만 잠깐씩 타야겠다.


다행히 댐퍼 포스트가 흔들거리는 현상은 없어지고, 단단히 고정되었다.

볼트에도 나사 풀림방지제를 발라서 넣었다.

댐핑 단계를 12로 하고 출발했더니, 핸들이 제 때에 잘 안 돌아가서 바이크가 휘청 휘청하며 움직였다.

10으로 내리고 주행을 했고, 중간에 8까지 내렸다.

올리면 안정적인 주행을 하겠으나, 긴급하게 핸들을 꺽을 때는 핸들이 잘 안 돌아가서 오히려 위험하다.

당분간은 8 정도로 놓고 타야겠다.

오늘 길에 여주 천서리 봉진 막국수에서 막국수와 수육을 포장해 오려 했으나, 포장은 10월부터란다.


그냥 나와서 집으로 오다가, 마트에서 모밀국수를 사와서 해 먹었다.

이것으로도 만족이다.

이제, 650에는 블랙박스 교체 및 쓸데없는 전기 장치 제거 일이 남았다.

데려올 때 장착되어 있던 블랙박스가 멈추는 일이 잦았고, 난 바이크를 인수하면 배선에 붙어 있는 잡스런 전기 장치를 모두 제거한다.

이후에 파워 릴레이를 이용해서 보조전원 회로를 구성해서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 잘못 배선된 전기 장치를 사용하다가 문제 겪을 일을 없애준다.

이 작업을 할 예정이다.


Leonard.


Sunday, August 6, 2023

CBR650F 사이드 카울 제거, 냉각수 보충, 플래셔 유닛 교체, 에어필터 교체


원래는 중고 바이크는 데려오고 나서 전체 점검을 해야하지만, 요즘 게을러져서 몇번 그대로 타고 다니다가, 좌우 시그널 램프는 LED로 바꾸고 싶기도 했고, 우연히 냉각수 보조 탱크를 봤더니 냉각수가 하나도 없었는데다가, 에어필터도 무조건 바꿀 품목이라 교체해주기로 하고 드디어 작업에 들어갔다.

CB400은 워낙 분해가 단순했는데, 역시 카울이 있는 바이크는 카울 벗기는 자체가 시간도 걸리고 어려웠다.

유튜브를 찾아보니까 마침 CB650F의 사이드 카울 뜯고 연료탱크까지 들어내는 동영상이 있었다. CBR650F와는 카울 뜯는 법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도움이 되었다.

이 동영상을 토대로 사이드 카울과 연료탱크 제거를 실시한다.

CBR650F의 카울 분해는 나중에 유튭 동영상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글로 적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는 어려웠다.

CB650F 연료탱크 들어내는 것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할 것.

https://youtu.be/dHar6AioBgQ


위 동영상을 보고 연료탱크를 들어낸다.

그런데 깜박이와 ECU를 보호하는 커버 뜯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들어서 돌려 놓고 작업을 했다.

동그란 부분이 플래셔다.


이것을 뽑아서 플래셔를 뺀다. 걸쇠 부분을 눌러가며 빼야한다. 이것도 위 동영상 참고할 것.

정품과 비교.

외형은 똑같다. 이 호환품 플래셔는 중국산이다. 성능이 의심스럽지만 일단 구매해봤다.


그리고 전구를 교체한다.

그런데!

전구 소켓 규격이 다르다. 나는 당연히 소켓 걸쇠가 180인 줄 알았는데, 150도 짜리였다. ㅋ


새로 산 LED 램프를 낄 수가 없어서 결국 원복하고 말았다.

참고로 CBR650F의 시그널 램프 케이스는 잘 만들어진 물건이다.

커버와 본체 사이에 씰도 들어가 있고, 볼트를 너무 세게 잠가서 케이스가 부서지는 일이 없도록 스페이서도 마련되어 있었다.

확실히 요즘 제품이라서 내 1999년식 CB400과는 만듦새가 달랐다.

커버 볼트도 아래서 위로 체결하도록 되어 있어서, 우천 시 달릴 때 비가 덜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깜박이와 비상등을 가동시켜 보았다.

전구 깜박이와는 달리 LED 플래셔는 타이머 회로로 구동하기때문에 LED 램프를 껴도 전구를 껴도 점멸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

다만, LED 램프보다 전구가 전기를 많이 먹으니까 파워소자가 타버릴 수 있으나, 잠깐은 괜찮다.

그런데...

고장났다 ㅠㅠ

비상등을 잠깐 켜 놨는데, 갑자가 always on 상태가 된다.

이게 MOSFET이 탄 건 아닌 것 같고, 서지가 유입되어 MOSFET이 나간 것 같다.

역시 중국산. MOSFET 보호회로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다.

다시 위 작업을 반복해서 원래 플래셔로 다시 교체했다 ㅠㅠ

중국산 LED 플래셔를 뜯어봤다.

방수는 당연히 안된다. 그냥 쉽게 분해된다. ㅋ


역시, MOSFET에 아무런 보호 회로가 붙어 있지 않다.

만약 MOSFET에 정전기 등 써지 전압이 들어오면 이 MOSFET은 그냥 나간다.

아오~! 중국산!

이것을 개조해서 다시 만들어서 써봐야겠다.

좀 튼튼한 소자를 사용하고 MOSFET 보호 회로 붙여서 구성해봐야 겠다.


다음, 냉각수를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라디에이터에도 냉각수 레벨이 낮아져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쉐보레 덱스쿨 부동액으로 올 연말 교체를 할 것이기때문에 우선은 물만 넣어 보충했다.


냉각수 보조탱크에도 max까지 물을 넣어줬다.

최근의 차와는 달리, 예전 차나 바이크들은 엔진이 꺼지면 워터펌프가 돌지 않아서 과열된 엔진 열기로 인해 냉각수가 끓는다.

이 냉각수는 보조탱크로 갔다가 엔진이 식으면 다시 라디에이터 안이 진공이 되면서 보조탱크에서 라디에이터로 다시 빨려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냉각수가 조금씩 소모되므로, 보충용 부동액을 준비해뒀다가 냉각수 보조탱크에 틈틈이 넣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라디에이터 안의 냉각수까지 모자라게 되어 엔진이 과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라디에이터 캡은 냉각수가 100도 이상에서도 끓지 않게 고압을 유지해주고, 그 압력을 넘어서 엔진이 과열되면 끓은 냉각수를 보조탱크로 보낸 다음, 엔진이 냉각되었을 때 진공에 의해 보조탱크에서 라디에이터로 다시 넘어가는 동작을 하도록 하는 엔진 쿨링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인데, 라디에이터 캡의 고무 패킹이 오래되어 손상되면 진공 유지를 못해서 보조탱크의 냉각수 대신 외부 공기가 새어서 라디에이터로 들어가므로 냉각수 보조탱크에서 엔진으로 냉각수가 다시 넘어오지 못해서 결국 냉각수가 모자라게 되고 엔진이 과열되게 된다.

라디에이터 캡은 이와 같이 매우 중요한 부품이므로 분해할 때 고무류가 손상되지 않았는지 꼭 확인해서 필요 시 교체를 해야한다.

CBR650F의 라디에이터 캡의 유지 압력은 108kPa(약 1.1bar)이므로 약 120도 정도에서 냉각수가 끓게된다.

내 650 것은 아직 멀쩡했다.


다음 에어필터.

에어필터 하우징의 커버 볼트가 제법 많다.

특히 커버 가운데 구멍이 있는 곳 안에도 볼트가 있으니 잊지 말고 풀 것.


커버를 분리하면 필터가 보인다.

나사 두개를 추가로 푼다.


아, 교체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더럽다. ㅋ


새로 교체할 제품은 중국산이다.

나는 필터야 말로 중국산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공기 중의 먼지만 걸러주면 되는 역할인데, 굳이 정품을 쓸 필요는 없다.

일반적인 필터로도 연료 분사 시스템에 지장이 없을 정도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다만 정품은 스틸 케이스가 있고, 프레임이 플라스틱이지만, 중국산은 스틸 와이어 메쉬로 보강되어 있고 프레임이 고무다.

에어필터 하우징 커버가 필터 가장자리를 눌러주기때문에 고무 프레임도 문제는 없다.

교체 조립 완료.



다시 카울을 조립하고 완료.

올해는 여기까지만 정비해서 타고 연말에 엔진오일하고 부동액 교환 및 LED 램프 및 플래셔 교체를 해야하겠다.

아! 클러치 및 브레이크 레버가 절삭 레버로 교체되어 있는데, 나는 절삭 레버는 짧아서 불편하다. 막히는 길에서 클러치 잡으려면 손가락이 아프다. 이것도 순정형으로 마련해 놨으니까 조만간 교체할 예정이다.



Leonard.


Monday, July 10, 2023

이륜차 폐지 신고 절차와 변경 신고 절차 정리

오늘 지난 토요일에 가져온 CBR650F를 등록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CB400을 폐지했다.
바이크고 차고 간에 늘 중고 거래를 했지만,(난 차나 바이크는 새 것을 사 본 적이 없다.) 할 때마다 인터넷 검색에 의지하다보니까 내 상황하고 조금씩 다른 정보가 있었다.

이번에 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다.

1. 이륜자동차 사용폐지신고

1) 이륜자동차 사용폐지신고서 작성
2) 폐지할 이륜차의 "이륜자동차 사용신고 필증"
3) 번호판(지자체 별로 뜯을 때 나온 파손된 봉인을 가져오라는 곳이 있는 것 같음)
4) 소유자 신분증

이렇게 읍,면,동 사무소로 가지고 가서 "이륜자동차 사용폐지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소정의 등록 면허세를 납부하고(내 경우는 1만5천원) 번호판 회수 후, "이륜자동차 사용폐지증명서"를 발행해 준다.
이때 받은 이륜자동차 사용폐지증명서는 매매를 하거나 나중에 다시 재 등록을 할 때 필요하므로 분실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자동차는 각 시에서 운영하는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 폐지/등록 업무를 하지만, 이륜차는 읍면동에서 처리한다.


2. 이륜자동차를 등록할 때

가져온 이륜자동차를 등록할 때 필요한 절차이다.
사용폐지된 이륜차를 가져올 때와, 번호판이 달려 있는 상태로 가져왔을 때가 다르다.
이번에 내 경우는 번호판이 달려 있어서, 직접 운전해서 가져왔다.
만약 폐지된 이륜차라면 번호판이 없으므로 도로 주행이 불가하여, 화물로 가져와야 한다.
내 경우인, 번호판 달려 있는 바이크를 가져온 경우이다.
1) 이륜자동차 신고사항 변경 신고서 작성.
각 지자체에 양식이 있다.(읍면동)
2) 기존 소유자의 이륜자동차 사용신고 필증
3) 자동차 양도 증명서. 판매한 사람은 양도 증명서에 도장을 찍고, 구매한 사람은 구매한 본인이 등록 신청을 하는 경우 싸인으로 도장을 대체할 수 있다.
4) 보험 가입 증명서. 우선 차대 번호로 보험 가입을 한 후, 등록하고 받은 번호판의 번호로 보험 회사에 갱신 등록을 한다.
5) 판매한 사람 신분증 사본
6) 기존 번호판. 번호판을 바꾸지 않을 경우는 떼어가지 않아도 된다. 떼어 낼 때 파손된 봉인을 같이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지자체가 있을 수도 있음.
7) 수입인지(3천원. 지자체에서 구입해오라는 은행에 가서 구입한다. 이륜차 등록 용도라고 말하면 됨.)
8) 취득세 납부. 지자체에 납부한다. 내 CBR650F는 25만원이 나왔다.

역시 읍면동사무소에서 처리를 해주며, 보유하고 있는 번호판 중에서 선택하여 즉시 내 준다.


Sunday, July 9, 2023

CBR650F 기추. CB400과 비교.

몸 담고 있던 업종이 무너지며 실직을 하게되고, 이후 몇 년을 고생할 때는, 금전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인생이 편해질 줄 알았다.
실제로 현재 회사로 우연히 들어오게되어 이차전지라는 좋은 시장을 만나게 되었고, 개발자로서 날개를 단 격이 되어, 빠른 시간에 빚을 갚고 살림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없는 돈을 어렵사리 만들어서 데려온 CB400을 타고 정비를 하며 전국을 누빈 지난 몇 년은 별 걱정없이 행복했었다.

하지만 올 봄에 갑자기 닥쳐온 힘든 일들은 끝이 안나고 나를 괴롭혔다.
그동안의 휴식이 없었으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끝이라고 생각할 때 반복되던 부모님 두 분의 응급실 입원과 치료의 과정은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었다.

3개월의 두 분 병원 입/퇴원 반복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어머님을 퇴원시켜서 요양원에 모셔 드린 날, 그날 밤에 다시 고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어디 화를 낼 대상도 없어서 짜증만 폭발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은 아니니 어머님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데, 이 일이 왜 이렇게 끝나지 않는단 말인가.
다행히 퇴원 시 처방 받은 항생제를 먹고 열이 내려간다는 연락을 다시 받아서 안심하고는 있지만, 이 과정들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자연스럽게 사백이는 쳐다보지도 못했고, 올해 봄에는 라이딩 한번도 못가고 여름을 맞았다.
게다가 7월까지 환검을 받아야 했는데, 하필 캬브가 막혔는지 엔진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대로 환검 받을 수 없어서 캬브를 뜯기는 했지만, 정비 공구가 집 밖에 천막 밑에 있어서 꺼내기도 어렵다.
이제 집이 준공되어 드디어 등기를 받게되었지만, 창고로 사용할 컨테이너를 주문제작하면 3~4주라고 하고 그 때까지 사백이 수리를 마치고 환검 받기는 어렵다.

고민하다가 당분간 사백이를 사용 폐지를 할까 생각했다.
어차피 부모님들 문제때문에 여유롭게 라이딩을 즐기지도 못할 것 같았기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우울증이 생길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몰려드는 이 어려움, 끝이 안 날 것 같은 이 어려움이 어찌도 이리 갑자기, 동시에, 심하게 몰려온단 말인가.

그렇게 비관에 빠져 있었지만, 그게 나에게 좋을 리도 없고, 주변에서도, 그리고 와잎도 부모님과 내 생활을 분리하라고 조언했고, 당연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미 생활을 즐기면 그 시간만큼은 고민거리를 내려 놓게되며, 그래서 사람은 취미를 영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 그 수단인 사백이마저 나를 괴롭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짜증이 안 날리가 있나.
되는 일이 없다는 피해의식이 몰려온다.
사실은 그렇지는 않다.
회사 일은 잘 되고 있고, 개발하는 일들이 계속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기때문이다.
제법 이차전지 장비 분야에서 나는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잘 되고 있는 일이 부모님 일때문에 영향을 받게되면 그게 오히려 내 인생에 큰 손해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지 말자.
마음을 정리하자.
그렇지만 사백이는 저 모양이다.
그래, 기추를 하자!
이런 생각의 순서의 결과로 기추를 결정했다.

부모님 문제로 상당한 돈이 들어갔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돈을 융통했고, 그 남은 돈으로 기추를 하기로 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더라.
돈은 나중에도 벌 수 있지만, 지금 내 마음처럼 사람이 처져서는 지금부터 벌 돈도 못 벌 것이다.

나에게 맞는 모델을 알아보았다.
나는 원래 F차가 편하다. 장거리 투어를 좋아하기때문에 R차는 무리고 사백이 같은 F차가 나에게는 딱이다.

이번에 사백이를 들여 놓고 자가정비하다보니까 부품 공급이 원만한 혼다 기종으로 하기로 했고 대 배기량은 너무 무거워서 4기통 바이크 중 가장 배기량이 낮은 CBR650F를 선택했다.
형제 기종 CB650F가 더 쌌고, 혹시나 넘어져도 카울이 없어서 수리 비용이 절감되는 등, 여러 잇점이 있었으나, 음...
사람들이 악평을 하는 그 곤충헤드가 나도 싫었다. ㅋ
그리고 중요한 사이드백.
장거리 투어하다가 연료가 떨어진 적이 자주 있어서, 보조 연료통하고 방풍점퍼나 여분 장갑 등등, 평소 가지고 다니는 것들을 백팩과 리어백에 넣고 다니려니 모자라서 사이드백이 장착되어 있는 매물을 골랐다.

찾아보니까 2017년부터 ABS가 적용되었다고 해서 2017년식 이후 것으로 골랐다.
게다가 이 모델은 헤드라이트도 LED여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얼마간 찾다가 한달 쯤 전에 올라온 매물을 발견했다.
내가 원하던 빨간색이었고, 샤드 사이드백 및 리어백까지 완전 갖춰진 바이크였다.
다만, 한 달 전이라서 팔렸을 가능성이 있어서, 일단 문자를 남겼다.
토요일이었고, 아직 안팔렸다고 하면 오후라도 가서 가져올 작정이었다.
그런데 오후 늦게까지 답 문자가 안 왔다.
팔렸나보다 생각해서 다른 매물에 연락을 할까 하다가 혹시 몰라 저녁 7시반에 전화를 해봤다.
때르르~
받았고, 아직 안 팔렸단다. 전화기를 아들이 가지고 게임을 하느라고 문자를 못 봤다고 한다.
오호!
자기 샾에 맡겨 놓고 관리하던 바이크이고, 이 바이크 주인이 다른 바이크 타느라고 지난 가을 이후 탄 적이 없는 바이크라고 한다.

가져오겠다고 하고 아들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
아들이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 안되어 서툴기는 하지만, 한 시간 거리는 갈 수 있다.

아들 운전시켜서 출발했다. 도착 예정 시간은 9시.
물론 나는 라이딩 기어 입고, 헬멧 가지고 동승했다.

샾에 도착했더니 매장 안에 바이크가 들어가 있었고, 시동을 부탁해서 시동 걸고 동영상을 찍으며 점검을 했다.

ODO 2만 7천킬로 정도의 매물이고 2018년식이라서, 연식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라 딱히 문제될 것은 없는 바이크였다.
사고는 없었다 하며, 카울의 맞춤새를 보았을 때 사실인 것 같다.
이 소유자 분이 1대 차주여서 그 외 확인 안된 이력도 없다. 
특히 대소기어는 고속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이빨의 마모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나중에 보니까 매물 주인이 50이 넘었다.
심하게 땡기는 스타일은 아닌 분 같았다.
같았다...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주인을 만나고 거래하지 못했고, 샵에서 판매 문서를 넘겨 받아 일임을 받고 판매를 했기때문이다.
부산을 다녀와서 피곤해서 나오기 어려웠다고 했다.
암튼, 외관은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으나 볼트 하나 녹이 난 것이 없었다.
샵 사장 말로는 매장에 보관하다가 탈 때만 가지고 나가서 타고 돌아와서 다시 매장에 넣어 놓고 관리한 것이라 비 맞은 적이 없다고 했다.
좋다.
나 같다.
나도 바이크 세차를 안한다.
나랑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 ^^




외관이 깨끗하고 속이 썩은 매물보다는 이런 매물이 훨씬 좋다.
내가 원하던 매물이었고, 한달 동안 판매가 안된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듯하다.
세차를 안해서 외관이 허름했고, 가격이 시세보다 좀 비쌌지만, 주인은 사이드박스를 달았기때문에 가격을 올려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이드백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좌우 꿍으로 박스에 스크래치가 몇 개 보였다.
외관 위주로 보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안 사기 딱 좋은 매물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푼도 안 깍고 원하는 금액을 지불했다.
그거 좀 깍는다고 감정 상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던 매물을 얻게되어 난 그것으로 충분했다.

쿨 거래를 하고 바이크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같이 와 준 아들은 먼저 보내고 나는 뒤따라 출발했다.
아들은 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 있고, 나는 국도로 가야하니 어차피 같이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출발했다.
역시 나에겐 F차다.
편하다.
기어도 딱딱 들어가고, 엔진 소리도 부드러웠으며, 야간 서울에 가기 위해 머플러 튜닝 안된 차를 골랐기때문에 배기 소리도 조용했다. 클러치도 부드러웠다.
처음 타보는 바이크였지만, 좌우 깜박이 스위치의 위치만 처음에 조금 어색했고, 모든게 편했다.
자세며 안장이며, 게다가 이 바이크도 사백이처럼 발 뒤꿈치까지 땅에 닿아서 심적으로도 안심된다.
다만, 사백이는 180킬로 정도, 이 녀석은 사이드백, 리어백까지하면 240킬로는 족히 넘는 녀석이라서, 조금만 기울이면 무게감이 확 와 닿는다.
조심해야겠다.

시내를 지나서 외곽 도로에서 속도를 올려봤고, 역시 편안하게 뽑아주는 가속도 좋았다.
이제 이 녀석으로 다시 전국을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사백이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있었다.
감성적인 만족감이다.
사백이는 가속하며 엔진 쪽에서 올라오는 제트기 엔진 소리 같은 슈우웅~하는 소리가 머릿 속을 쿡쿡 찌르며, 전형적인 4기통의 우오오옹~하는 배기음은 가슴을 후벼판다.
13000부터 레드존이 시작하는 엔진을 쥐어 짜면, 의외로 호쾌하며 튀어나가는 가속감에 만족하고 경쾌한 움직임에 운전하는 재미마저 끝내준다.

나는 R차를 타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배기량 4기통 바이크의 외부에서 들리는 4기통의 배기음과 엔진음은 사백이와 비슷하면서도 사백이는 사백이 나름대로의 개성있는 엔진소리가 있다.
오늘 데려온 650은 하지만, 요즘의 일반적인 4기통 바이크와 비슷했다.
엔진 소리도 설설설설하는 소리를 내는 사백이에 비해, 작은 컬컬컬하는 소리에 가까워서 나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지며, 머플러 튜닝으로도 낼 수 없는 사백이만의 배기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사백이 브이텍이 동작하는 RPM에서 변하는 배기음의 소리에서 오는 쾌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을 결코 알 수 없다.

이번에 사백이를 용도폐지하겠지만 판매하거나 버리지 않고 650을 기추하는 이유이다.
사백이를 잘 살려서 앞으로 두 대를 모두 운행할 계획이다.
정비 취미를 하려면 650은 사실 만질 것도 없어서 재미도 없다.
사백이를 만지는 동안 라이딩을 가고 싶으면 650을 타고 다니고, 라이딩 감성을 느끼고 싶으면 사백이를 데리고 나갈 것이다.

내 성격 상 한 번 나에게 오면 폐차할 때 까지이다.
이 650도 나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데려오고 그 날 밤 비 소식이 있었다.
전 주인은 실내에서만 보관하고 있던 터라 바이크 커버가 없었다.
나도 이렇게 급하게 데려올 줄 몰라서 커버가 없어서, 오면서 마트에 들러 돗자리 하나를 사서 쓰레기 봉투로 사용하는 비닐을 잘라서 테이프로 연결하여 덮어 놨다.

평생 비 한 방울 안 맞던 놈이 나에게 와서 비를 맞게 되어 맘이 아프다. ^^;;
게다가 아주 지저분하게 씌워 놓을 수 밖에 없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모레까지 잘 씌워줄게~ 나하고 안전하게 오래 오래 같이 다니자~ ^^




Leonard.

Monday, June 26, 2023

2023.06.26 CB400 캬브레터 제거 절차 동영상

 

지난 두 달 간,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아팠고, 그 정도가 끝까지 간다였다.

갑자기. 두 분 동시에.

대장암, 고열로 응급실, 심혈관 협착, 경동맥 협착, 장 출혈로 인해 응급실, 두 분 모두 한번 씩 돌아가며 척추 골절 및 그로인한 시술 등등.

지금은 두달 전까지 간신히 걸어는 다니시던 두 분 모두 와병 환자가 된 상태인데, 요양등급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자비로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

두 분이 어쨋든 살고 계시니까 몰랐지만, 서로 부축해가며 힘들게 살고 있으셨고, 그래서 이때부터 요양등급을 신청했어야 했다.

우리가 너무 무지했다.

요양원비는 한 분에 월 300만원. 경제적으로 타격이 너무 크다. 감당이 안된다.

그 동안의 치료비도 2500만원이 훌쩍 넘어갔다.

이제 모아 놓은 돈도 떨어졌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러니 바이크를 탈 수가 있나.

시즌은 오픈했으나 한 번도 라이딩 나가 본 적도 없고, 나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곧 환검이 다가왔다. 7월 중으로 받아야 한다.

지난 번에 엔진을 바꿔 넣었을 때, 캬브 셋팅을 잘못한 바람에 캬브를 서둘러서 빼내고 그 전에 사용하던 캬브를 집어 넣었고, 그 결과 환검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가까스로 통과했었다.

이것을 빼내고 오버홀 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남들이 흔히 하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불스원샷을 반 통 넣고 주행하여 캬브 구멍 청소를 하고 환검을 받아보기로 했다.

근처 주유소에서 불스를 사서 반 통을 넣은 후 시동을 걸었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

안 걸린다.

2주 전에 시동을 걸어서 배터리 충전을 했었는데.

몇 번을 시도해도 안 걸린다.

배터리가 방전되서 그러나 싶어 스타터 배터리를 물려서 시도해봤지만 실패.

스타터 모터를 보호하기 위해 이 날은 포기하고 다음 날 다시 시도했다.

역시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은 했으나...

굉장히 불안정한 아이들에 드로틀을 놓으면 곧 꺼졌다.

몇 기통이 안 터지는 듯했다.

왜 이러지?

배기관 온도를 측정해 보니까 1, 3번은 300도 근처, 2,4번은 60~80도.

점화 코일은 하나가 1,4번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가 2,3번을 담당하기때문에 점화코일 문제는 아닌 듯하다.

세워 놓은 바이크에서 전기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낮다.

다만, 불스가 연료탱크 내부의 찌꺼기를 벗겨내서 캬브를 막았을 확률이 있는 것 같다.

내 것 연료필터가 약간 찢어진 곳이 있었다.

이 문제때문에 올해는 바이크를 폐지할까 고민했다.

이사온 집에 창고가 없어서 짐을 마당에 쌓아서 비닐로 덮어놨는데, 바이크 수리 용 부품이 모두 그 안에 들어있다.

여분의 캬브며 사백이의 대부분 부품들이 이 안에 있고, 엄청나게 쌓여 있는 이 짐 더미에서 정비 부품 찾는 것이 자신이 없었다.

빨리 창고를 지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일년 째 짐이 이렇게 있는 중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중국 직구 사이트에서 캬브 진공 동조 장치를 사고, 파일럿 젯 조절 장치를 샀다.

이 두가지도 짐더미 안에 있어서 찾을 수 없서, 새로 산 것이다.

그리고 오늘 캬브를 바이크에서 분리했다.

이제 여러번 했던 일이라서 익숙하다.

그러나 이 작업이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동영상으로 남겨 놨다.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제 이 캬브를 청소하고 재 조립해서 제 시간 내에 환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62x5y4H5Sgc

Leonard.

Saturday, April 1, 2023

나의 천사 희동이

 

희동이가 나를 떠났다.

괘씸한 고양이. 내가 얼마나 지를 사랑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


2011년 말에 다니던 회사가 폐업을 했다.

달아오르던 태양광 산업이 갑자기 움츠러들면서다.

산업이 통째로 없어졌던 그 시기에 내가 갈 곳이 없었다.

나는 태양광 산업에서 전문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였으나 산업 자체가 사라져 버렸으니, 내 기술을 필요로하는 회사도 다 같이 순차적으로 없어져버렸다.

갈 곳이 없어서 2012년에 반 강제 창업을 하고 먹고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것이 없었다.

사업 아이템이 계속 엎어지면서 4년을 버틴 2015년 말.

와잎과 아들이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단다.

사실 신혼 때 데려온 멍멍이 까미를 2012년 2월에 14살로 보내고, 상실감이 커서 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때문에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

하지만 나도 내심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었다.

삼시세끼에서 나온 벌이라는 흰 고양이를 본 후에 부쩍 심해졌었을 즈음이었다.

까미는 데려오고 장염 등으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우리가 고생을 많이 했었기때문에 고양이는 멍멍이보다 수명도 길고 손도 덜 가며, 사람에게 내외를 하니까 정도 덜 들 것이기때문에 보낼 때 마음도 덜 아프겠지 하며 결국은 고양이를 들여 놓기로 하였다.

와잎 아시는 분 어머님 댁 고양이가 터키시 앙고라인데 놓아 기르니까 주변 숫놈 길냥이하고 자꾸 새끼를 만드는 바람에 분양을 한다고 해서 한 녀석 데려오기로했다.

와잎이 새끼 사진을 받아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참 이쁘다 녀석.

10월에 태어났고 아직은 젖을 더 먹이면 좋을 것 같아서 12월에 데려오기로 했다.

데려온다고 한 날, 한 달음에 집에 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 들어갔더니, 와잎과 아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고, 고양이 어디있냐고 하니까 황당한 표정으로 우리도 데려오고 나서 어디로 도망가서 숨는 바람에 못 찾고 있다고 한다.

이런~ ㅋ

와잎은 개처럼 사람을 따르는 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데려오고 바로 사라져 버려서 찾지도 못할 줄은 몰랐다 한다.

반려동물 데려온 보람이 없다고 푸념을 했다.

즉시 찾기 시작해서, 피아노 뒤 공간에서 찾아냈다.

그 이후에도 수시로 사라져서 그때마다 내가 찾아냈다.

책장 안 책들 뒤에서, 열어 놓지도 않은 옷장 문 밑의 틈으로 들어간 놈을 옷장 안에서, 짐을 보관하는 선반 뒤에서 등등.

그때 희동이는 지금봐도 이쁘니 그때는 얼마나 이뻤겠는지.






흰색이라서 희동이라고 이름을 지어줬고, 희동이는 나에게 힐링 자체가 되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서 일할 때 옆에서 나를 보며 꼬박 꼬박 조는 모습 자체가 나에게 편안함을 안겨 주었고, 식구에게 적응이 되고나서는 사람 주변에 늘 있는 우리 식구들의 또 다른 가족이었다.

장난도 잘 치고, 내 장난도 잘 받아주는 희동이.

그리고,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희동이 들어오고 나서 사업에서 기회도 생기고 조금씩이지만 사업 자금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어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게되었다.

그리고 2016년 말에 현재 회사에 들어오면서 사업을 접게 되었다.

말이 사업이지 이익이 거의 나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때문에, 취업 기회가 생겼을 때, 50이 다 되어 가는 나에게 그것은 큰 운이었다.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사업하던 5년 간 진 빚을 점차 갚으며 생활에 안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새로 온 회사에서 내가 개발한 중요 장비가 성공을 거두면서 직장에서 자리도 잡혔다.

그렇게 다시 일상이 바빠지면서, 그리고 일로 인해 힘들어지면서, 집에 와서 가족과 희동이를 보며 다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문득 문득, 희동이가 나에게 구세주 천사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동이가 들어온 후에 모든 것들이 나아졌고, 삶의 저 밑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기때문이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내 운이었을테지만, 나중에 내  최근의 인생이 풀려왔던 싯점과 희동이가 들어온 싯점을 생각해보니까 자꾸 희동이는 내 천사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희동이는 나에게 정신적인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나이가 먹고 살이 찌면서 어느 덧 9kg을 넘어갔던 희동이 궁디팡팡을 해 줄 때 그 녀석이 골골대던 그 소리에 힐링을 했고, 직장이 멀어서 주말 부부를 하던 내가 주말에 왔을 때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하고는 소파에서 살짝 잠이 들었을 때 내 몸에 붙어서 체온을 나눠주던 그 녀석 덕에,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덜 수 있었다.

외동이었던 아들 녀석에게도 희동이는 절친었다.

식구 중에서 희동이가 제일 따랐던 사람이 아들이었다.


그렇게 키우다 보니까 고양이에 대해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고양이는 개처럼 주인을 안 따른다라는 나의 편견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

고양이도 주인을 좋아한다.

사람을 따르고 옆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표정이 잘 안나타나기때문에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나도 가졌던 것이다.

우리 희동이는 처음에는 그럼 그렇지 고양이는 사람을 안 따라~ 하고 실망했던 와잎에게도 많은 사랑을 주고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그렇게 희동이는 우리 가족이 되어갔다.

소중하고도 소중한 우리 식구, 가족, 그리고 나에게는 천사.

그리고 희동이는 점점 멋진 고양이가 되어갔다. 눈이 크고 맑은 우리 희동이.


그러다가 2020년 3월에 둘째를 입양했다.

기르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고아가 된 냥이 둘 중에서 한 녀석을 데려왔다.

이름은 상추였고, 우리도 그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했다.

자기 이름을 이미 잘 알아듣고 있었기때문이었다.

희동이랑 같은 2015년 생 고양이었다.

처음 상추가 왔을 때 가뜩이나 겁 많은 희동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걱정했지만, 우리 착한 희동이는 결국 상추도 받아들였고, 시간은 제법 걸렸지만 결국 친한 친구가 되었다.

둘이서 투닥 투닥 잡기 놀이도 하고, 상추가 어딘가에 갇혀있으면 우리를 찾아와서 친구 갇혔다고 우리에게 야옹 야옹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우연인지 알았으나, 상추가 갇힐 때마다 희동이가 와서 울었으니, 우연은 아닌 것 같다.

희동이는 상추에게도 좋은 친구였던 것이다.











이 두 녀석을 데리고 있던 시간이 우리에게는 꿈 같았다.

경제적으로 너무도 어려워서 신용불량 위기까지 갔던 나는 반려동물 따위는 생각도 할 수 없었지만, 희동이가 들어온 이후로 살림이 점점 나아졌고, 상추 들어온 이후로도 회사에서 추진하던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제 그 프로젝트 결과도 성공을 앞두고 있어서 나는 고양이와 잘 맞나? 하는 행복한 상상을 가끔 하고 있다.

심지어 평생을 아파트와 빌라만 살던 내가, 작지만 신축 타운하우스 한 채를 구해 작년에 이사를 했다.

꿈에만 그리던 정원이 딸려 있는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집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가 우연찮게 선택한 곳이, 나에게 참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구조에 또 타운하우스 시행사도 잘 만났고, 작년 여름과 겨울을 나고 보니, 철콘 구조에 단열이 잘 되어 있어, 난방비 대란이 있었던 작년 겨울도 LPG를 땠는데도 불구하고 제일 많이 나온 달에도 가스비 25만원으로 선방할 수 있었다.

해가 바뀌고 봄이 되면서 나무도 심었다.

주목나무 세 그루를 가져다가 심었고, 소나무도 심었다.

우리 희동이는 겁이 너무 많았고 소심한 고양이었다.

다른 사람 발자국 소리만 나도 3층으로 달려가서 숨어버렸다.

그랬던 희동이가, 작년 여름에 이곳으로 이사와서 몇 주를 아들 방 이불 안에 들어가서 숨어 있던 희동이가, 낮에 집에 있는 와잎 말에 의하면 정원으로 살살 발을 내 놓기 시작했단다.

지난 겨울에 눈 많이 온 날에도 살짝 나가서 눈도 밟아 봤다고 하고, 주목나무 심고 나서는 조심 조심 정원의 잔디를 가로질러서 주목까지 가서 냄새를 한참 맡는다고 했다.

오, 희동이도 집 밖을 나오는구나?

상추는 워낙 활발해서 진작에 정원에 나오기 시작했었다.

이제 희동이도 제법 정원을 나오고 싶어해서, 방충망 열어 달라고 야옹거리기도 하고, 테라스에 나오면 햇빛을 맞으며 뒹굴 거리며 좋아한다.









그래, 울 냥이들이 맘껏 놀게해주자.

싸리나무 울타리 발을 사서 기존 펜스를 덮어서 설치해 주기로 했다.

설치되어 있는 펜스는 구멍이 넓어서 냥이들이 빠져나갈 수 있었고, 외부 길냥이나 멍멍이 또는 산 짐승들이 내려올 수 있어서, 잔디에 기생충이 옮겨올 수 있었기때문이다.

싸리나무 울타리가 제법 비쌌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구매해서 그 주 토요일, 와잎과 열심히 설치를 했다.

그 사이 희동이는 또 나와서 주목나무 냄새를 열심히 맡았다.

희한하게 주목나무 세 그루 중에서 아들이 선택해서 데려온 주목나무 냄새만 맡았다.

울타리 치랴, 희동이 감시하랴 마음이 바빴지만, 희동이를 다시 집 안에 넣어 놓자니 미안해서 자주 곁눈으로 지켜보았는데, 한참을 주목나무 냄새를 맡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주었다.

20 여미터 정도를 울타리를 치고, 집 옆 테라스 공간과 펜스 사이에는 방묘문을 달아서 냥이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희동이가 2층으로 올라가서 안 내려오길래 와잎이 1층에 데리고 내려왔지만 곧 다시 올라갔다.

힘이 없는 것 같았다.

이틀 전에 목요일에 아들이 왔을 때부터 배가 빠르게 볼록 거리는 것을 보았었고, 숨이 가쁜가 보다 했었는데다가, 토요일 오후에도 창 밖을 보며 눈을 감고 앉아 있는 희동이 배가 또 빠르게 볼록거리고 있었다.

개구 호흡을 하지는 않았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이 왜 그러나, 전에도 몇 번 그랬다가 말았으니 괜찮아지겠지 하며, 희동이와 상추가 즐겁게 뛰어 놀 상상을 하며 울타리 작업을 계속 했었다.

그렇게 울타리와 방묘문 설치 작업까지 마치니 저녁이 되어서 식사를 하고 노곤해져서 소파에서 졸았다.

눈을 떠보니 밤 12시가 넘었다.

이제 방으로 가서 자야지 하며 이층으로 올라오는데 문득 낮에 봤던 희동이 배가 생각났다.

자러 가면서 한 번도 고양이들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고양이는 개처럼 잔병치레 안하고 수명도 길다고 알고 있었고, 희동이나 상추 모두 8살이 안되었기때문에 이 녀석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은 뭔가 찜찜했다.

처음으로 희동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보통 때 희동이가 자고 있는 곳이 아들 방이었기때문에, 안방으로 가다가 무심히 들어가보았다.

잘 자고 있나~ 희동이~ 하며 들어가는 순간, 방바닥 구석에 누워 있는 희동이가 보였는데, 그 모습이 직감적으로 자는 모습은 아니었다.

머리 속에서 아니야를 외치며 껑충 뛰어가서 얼굴을 보았다.

머리 맡에 분홍색 맑은 물이 잔뜩 흘러 있고 입에 거품이 나와 있었다.

죽었다, 우리 희동이.

내 천사가 죽은 것이다.

우리가 챙겨주지도 못했고, 병원 한 번 데려가보지 못했는데, 내 천사가 나를 떠난 것이다.

영원히.

정신없이 안방으로 뛰어가서 머리를 말리던 와잎을 불렀다.

달려온 와잎도 희동이의 믿기지 않는 모습에 둘이 희동이를 쓰다듬으며 정신없이 한참을 울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밤새 인터넷을 검색했다.

머리 맡에 흘러 있던 액체는 폐수종으로 인한 폐액이었고, 심근비대증으로 인해 폐수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유전적인 질병이었고, 하필 희동이가 그 유전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건강하다고만 알고 있던 나는 그제야 고양이의 질병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 사랑하던 나의 영혼의 반쪽이 가버리고 나서야 고양이에 대해 알게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혹했다.

우리가 희동이 아픈 걸 눈치채지 못하고 보내버린 것에 대해서 희동이가 우리를 벌 주는 것 같았다.

나의 희동이가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나를 떠나버렸고, 그 미안함에, 그 허무함에 나는 살아 있는게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와잎은 나중에 그랬다. 숨을 쉴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파서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나 역시 그랬지만 차마 힘들어하는 와잎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와잎에게도 희동이는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희동이는 소중한 존재 이상이었고 내 영혼의 일부였다.

밤 새 잠을 못자다가 새벽 4시 쯤 잠깐 눈을 붙이고 곧 다시 눈이 떠졌다.

그나마 다행히도 정원이 있는 집이 나에게 있었다.

희동이가 그토록 좋아하던 아들이 선택한 주목나무 밑에 묻어 주기로 했다.

찾아보니 다행히 희동이가 들어갈만한 종이박스가 있었다.

희동이가 죽은 후 얼마 안되어 발견했기 때문에 사후경직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래서 몸을 냥모나이트 자세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종이박스에 넣어서 밤 새 우리 방에서 같이 있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평소 좋아하던 거실 소파에 데려다 놓았다.

오후에 묻어 주려고 하였으나, 희동이가 보일 때마다 눈물이 터져나와서 일찍 묻어주기로 했다.

평소에 먹던 사료와 장난감, 그리고 큐브 간식을 박스에 넣어 주었다.

희동이가 좋아하던 주목나무는 한 쪽 가지들이 살짝 들려 있었다.

마치 희동이를 품어주려 했던 것처럼.

그 밑에 구덩이를 파고 희동이를 넣었다.

흙을 덮는 내내 자꾸 멈추고 울었다.

눈물이 안경으로 떨어져서 앞이 안보여 흙을 제대로 덮을 수 없었다.

울다가 덮다가 하면서 봉분을 만들고 와잎과 넋 놓고 그 봉분을 쳐다보았다.

봉분이 희동이의 넓직한 궁뎅이를 닮아서 봉분만 봐도 희동이가 보였다.

희동이 머리 부분에서 삽 하나 길이 정도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나의 희동이는 앵두나무와 주목나무가 될 것이다.

이제 이 집에서 이사를 가지 못할 것 같다.

아들에게 물려줘야하겠다.

이 집은 3층 집이라서 나이를 먹으면 층간 이동이 힘들어, 그 때는 도심으로 들어가려했었지만, 이 집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 이 집에서 평생 살 것이다.

캘린더에 희동이가 무지개 다리 건넌 날이라고 적었다.

와잎에게 말했더니 고양이 별로 돌아간 날이라고 하란다.

그 소리를 듣고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고 말하지 말라고. 그러면 여기로 다시 오지 못할 것 아니냐고. 희동이는 내가 죽었을 때 다시 나에게 와야하니까 고양이 별로 가지 말고 잠시 무지개 다리 건너갔다가 다시 와야 한다고.

그렇게 죄없는 와잎에게 울면서 소리를 쳐댔다.



그렇게 울면서 하루를 보내고, 회사에는 연차를 내서 며칠 쉬고 와잎과 같이 있었다.

와잎도 충격이 커서 혼자 있는 것은 좋을 것 같지 않았고 나 역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다음 날 집에서 있자니 희동이 묘가 보여서 너무 힘들어, 어디 나가려고 하니 와잎이 낙산사에 가서 희동이 명복을 빌어주자고 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운전하면서 때때로 갑자기 희동이가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와, 고생하면서 운전을 했다.

요즘 차는 자동 운전 기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낙산사에 도착해서 천천히 한 바퀴 돌다가 부처님에게 희동이 명복을 빌며 초를 공양했다.


그렇게하고 내려 오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생인 아들은 학교 기숙사에 있었고, 신입생들과 엠티를 가 있어서 희동이 죽음을 알리지 않았었다.

희동이 일을 말해주었다.

생글 생글 웃으며 엠티 다녀온 일을 말하던 아들은 희동이가 죽었다고 하자 말을 잇지 못하고 놀라서 소리를 쳤다.

나중에 우리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순간에는 우리가 장난하는 것으로 믿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도 전화 너머 아들과 같이 울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희동이 묘만 보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어서, 묘 위에 꽃을 심기로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 물망초와 백리향을 심었다.

그 꽃말이 적당하지는 않았다. 나를 잊지 말라니. 희동이를 잊을 수 없는게 문제인데.

하지만 희동이는 예쁜 물망초 꽃이 될 것이고 앵두나무가 될 것이며 주목나무가 되어 천년을 살면서 백리에 자신의 향을 남길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나의 소중한 고양이, 희동이가 갔다.

내가 어떤 장난을 해도 짜증 안 내고 받아주며, 배를 부르르해도 뜅글 뜅글 눈을 동그라게 뜨면서도 쩝쩝 거리며 참아주던 내 고양이, 내 옆에서 늘 나에게 체온을 나눠주며 나에게 기대 있던 내 고양이, 나에게 따라오라고 장난을 걸던 예쁜 내 고양이, 내가 힘들 때 나를 삶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고 내가 살만해지니까 나를 떠난 나의 천사 희동이.

희동이는 나를 구해주러 이 세상에 와서 나에게 온 것이었다.

희동아, 사랑한다. 아빠가 죽으면 꼭 아빠에게 와야한다. 그 때는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같이 행복하게 살자. 보고 싶어 희동아. 고양이를 몰라서 허망하게 너를 보낸 아빠가 미안해.

꼭 다시 보자구 이 녀석아. 그때까지 네가 늘 그랬듯이 여유롭고 행복하게 잘 있어.


Leonard.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