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4, 2020

캬브레터에서 파일럿 젯이 필요한 이유

 

모터사이클을 자가 정비하기 전에는, 캬브 셋팅이 매우 힘들고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해서 심지어는 정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더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도시 괴담 식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었는데, 막상 내가 자가 정비하면서 캬브를 뜯어보니까 실제로 캬브 셋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왜일까?

청소하는 것은 별개로 하고 셋팅만 두고 보면, 그 어려운 작업의 대부분은 동조 작업이다.

다기통의 바이크 엔진은 각 기통마다 캬브가 있고, 이 캬브에서 만들어 주는 공기:연료 비율이 기통마다 모두 같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비율이 다르게 공급되기 때문에 엔진이 회전할 때 불안정해지며, 특히 매우 미량의 공기와 연료가 흡입되는 아이들링 시에는 이 차이로 인한 영향이 더 커져서, 캬브 동조 작업을 잘못하면 엔진 공회전 시(아이들링 시)에 엔진 특성이 나빠지는 것이다.

엔진이 돌아가는 상태에 관계되는 요인은 크게 전장계통(점화), 엔진의 기계적인 상태 그리고 캬브 셋팅이며 이 중에서 다른 것은 양호하다고 가정하고 캬브만 놓고 보면, 캬브의 공연비 셋팅 값이 실린더 별 캬브마다 모두 같아야 양호한 엔진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왜 이렇게 아이들링 시에는 특별히 더 동조가 어려울까, 그리고 그 동조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파일럿 젯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자.

우선 캬브는 흡입된 공기에, 해당 공기량에 맞는 적절한 양의 연료를 혼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이야 흡입 공기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해당 공기량에 적합한 양만큼의 연료를 정확하게 분사해주는 인젝션 엔진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엔진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에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으로 누군가가 베르누이 원리를 생각해낸 것이다.

베르누이 원리는 유체가 흐르면 그 부분의 압력이 주변보다 낮아진다는 원리로, 공기가 엔진으로 들어가는 통로, 즉, 캬브의 통로에 공기가 흐르면 그 통로 안 쪽은, 그 통로 외부보다 압력이 낮아지므로, 이 통로 벽에 구멍을 만들면 통로 바깥에서 이 구멍으로 연료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정해진 단면적의 통로에서 공기량이 많아질 수록 공기의 속도는 빨라질텐데, 이 속도가 빨라질수록 음압이 크게 형성이 되기때문에, 연료가 더 많은 양이 빨려들어갈 것이며, 이 원리에 의해서 연료량을 공기량에 비례해서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적극 이용한 것이 바로 캬브레터이다.

내부는 이러한 구조이다.

그러나 여기서 어려움 점이 발생한다.

캬브를 단순하게 그리면 이렇게 그릴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밸브를 버터플라이 밸브라고 하며, 아이들링 시에는 밸브를 닫아서 각도(θ)를 거의 0으로 만들고, 밸브를 완전 개방하면 각도가 90도가 되어( 공기 흐름에 평행) 많은 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아이들링 시에는 이 밸브를 거의 닫아서, 공기가 거의 흐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4기통 엔진의 경우, 4개의 캬브 밸브 각도가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연소 환경이 매우 달라지므로 이 각도 조절을 아주 아주 정밀하게 하여야 하지만, 거의 닫혀 있는 밸브를 캬브마다 더 미세하게 열고 닫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이렇게 미세하게 흐르는 공기는 음압을 적게 발생시키므로 연료가 잘 빨려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큰 밸브 하나로는 미세 조절이 어려울 때, 바로 보조 공기량 조절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이러한 경우에 다음과 같이 해결한다.

이렇게 구성하면, 프라이머리 밸브는 닫아 놓고 세컨더리 밸브를 사용하여 유량을 미세 조절할 수 있다.

캬브레터에서 이 세컨더리 밸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파일럿 스크류이다.

차이점은, 아이들 상태에서 캬브의 상태를 그때 그때 매번 바꿀 필요는 없으므로, 밸브 방식이 아니고, 스크류를 이용하여, 공기나 연료량을 조절하고 끝낼 수 있는 단순한 구조로 만든 것이다.

인젝션 엔진은 이 파일럿 스크류 위치에, ISC(Idle Speed Control)라는 장치를 달아서 실시간으로 공기량을 제어한다.

저 위에서 언급한, 이중 밸브 구조를 이용한 미세량 조절 기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파일럿 스크류의 조임량을 모터를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제어한다고 보면 된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캬브의 드로틀 밸브는 위 그림의 프라이머리 밸브에 해당한다.
아이들링 시에는 이 밸브가 거의 닫혀 있다.
이때, 공기 2가 별도의 경로를 통하여 드로틀 밸브를 바이패스해서 엔진으로 공급되며, 이 경로 상에 파일럿 스크류가 위치하여, 이 파일럿 스크류를 넣고 빼는 양에 따라서 해당 양만큼 공기 흐름이 조절되고, 따라서 공급되는 연료량도 가변된다.
이렇게 하면 드로틀 밸브가 거의 닫힌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공기량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혼합기의 미세량 조절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다음, 드로틀 밸브의 개도각도와 파일럿 스크류의 조임량을 조절해서 각 캬브에서 공급되는 혼합기를 각 캬브마다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이 바로 캬브 동조 작업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실제 아이들링 동조 작업할 때, 드로틀 밸브가 백퍼센트 닫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다기통 캬브는 이 드로틀 밸브 개폐 각도 역시 서로 상대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아이들링 때의 드로틀 밸브 개폐 각도를 우선 모든 캬브에 동일하게 맞춰 놓은 다음, 파일럿 스크류를 조절하여 동조 작업을 하여야 한다.

참고로 드로틀 밸브를 아이들 상태에서 많이 열려 있는 상태로 조절해 놓으면, 드로틀 밸브를 열었다가 다시 닫아도 RPM이 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둘 것.

실제 캬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메인 연료량을 제어하는 방법도 필요하고 이 때문에 다이어프램 밸브도 도입되어 있고, 관성 주행 중에 캬브로 딸려 들어가는 연료때문에 머플러에서 발생하는 역화를 막기 위해 에어컷 밸브도 도입되어 있는 등, 캬브는 매우 복잡한 기계 공학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아주 오래 전에 보편화된 기술이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아서, 이미 인터넷에 쉬운 설명 동영상이 있다.
이것 말고도 찾아보면 매우 많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왜 캬브 상태가 나빠지는 것인지, 왜 캬브 청소를 하면 상태가 좋아지는 것인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캬브를 오래 사용하면, 캬브 안 쪽의 연료 통로가, 연료 안에 포함되어 있던 이물질이 통로 벽에 붙으면서 점점 좁아지고, 이로 인하여 처음 셋팅한 파일럿 스크류의 오픈 양에 따라서 흘러가던 공기량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 현상은 매 캬브마다 정도차이가 있기 마련이어서, 그에 따라서 엔진 각 기통의 연소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엔진 부조화가 발생한다.

자동차 엔진은 보통 캬브 한 개에서 공기/연료 혼합을 한 다음에 이 혼합기를 다기관을 통하여 실린더에 배분하여 공급하므로, 각 실린더는 모두 동일한 혼합기를 공급 받는다.

따라서 자동차 엔진이 부조 현상을 보이는 것보다, 바이크 엔진이 부조화를 보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엔진의 상태는 전장 및 기계 상태와도 연관이 있으나, 다른 것은 모두 양호하고 캬브에 의해서만 엔진 부조가 발생한다고 보면, 바이크가 차량보다 더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다기통의 엔진에서, 캬브마다 만들어 내는 혼합기의 비율이 달라지는 특성때문에, 모든 실린더의 연소 특성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드로틀 밸브의 각도를 매우 미세하게 조절하여야 하지만, 기계적으로 그것을 구현하기 어려워서, 드로틀 밸브가 조절하는 주 공기량 외에, 보조적으로 미량의 혼합기를 만들어주는 장치가 바로 파일럿 스크류이다.

영어로 Pilot Screw라고 하며, 이 Pilot 이라는 단어는 '큰 불을 처음 만들어 주는 작은 불' 이라는 의미가 있다.
불씨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염방사기에서 방사 노즐 앞에 항상 켜 있는 작은 불꽃을 Pilot Light 이라고 한다.

실제 파일럿 스크류의 역할과 현재의 이름이 참 잘 맞는 것 같다.
엔진이 죽지 않도록 불씨 역할을 하니까.
누군지 이름 잘 붙였다.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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