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 2022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거리 라이딩. 용인-경남 고성 800km

ODO 166,148km

7월 10일에 내 바이크를 용인 집에 가져다 놓은 것이 마지막 라이딩이었다.

그 후에는 집을 이사하느라 바빠서 주말 라이딩을 즐기지 못했다.

게다가 이사오고 나서는 짐 정리를 아직 다 못해서 바이크 정비 관련 부품이 어디에 들어 있는지 찾을 수도 없다.

이러니 더욱 장거리 라이딩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올해는 장거리 라이딩을 못하고 끝나나 했는데, 9월 30일 금요일에 진주 경상국립대학교에서 미팅을 할 일이 생겼다.

그 다음 주 월요일은 개천절이라서 공휴일.

음, 그러면 희동이로 가고 진주에서 박을 한 후, 다음 날 복귀할까?

보통 남해안을 가면 집에서 새벽 5시 이전에 출발해서 남해안을 찍고 턴 하는 시점이 오후 12시 정도로 당일 치기 계획을 잡지만, 경상대에서 회의가 4시부터 6시였기때문에 당일치기는 무리였다.

게다가 지난 토요일에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가다 서다 막히며 가고 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운전자가 내 차를 받아서 차가 지금 수리 중이었고, 동급 렌트차를 받기는 했지만 내 차가 아니어서 불편했다.

다행히 사이드 판넬은 무사해서 판넬을 잘라서 판금하는 등의 작업은 면했지만 뒷 범퍼하고 트렁크 문이 박살나서 금요일까지 수리는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목요일 밤에 결정했다. 박 투어 하기로.

그러면 진주 근처 고성에 있는 카페 회원도 보고 올 수 있다.

그래, 박투어를 가자.


바이크를 꺼내 놓고, 대충 닦고, 체인 그리스를 발라 놓았다.

다행히 체인 그리스는 집 안에 있었다.

문제는 타이어 수리 키트 및 펌프, 그리고 기본 공구 셋트를 어디다 뒀는지 못찾겠다.

이것 역시 고민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어차피 처음에는 이런 것 없이도 상태 안 좋았던 희동이 끌고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일찍 쉬고 다음 날~

바이크를 꺼내서 시동을 걸고 예열한다.

아침 기온이 13도 정도라서 옷을 두툼하게 입고 나왔다.

벌써 시동 거는데 한 번에 안 걸린다. 초크를 사용해야 했다.


아직 공사 중인 주택 단지라서 길이 엉망이다.

경사길이라서 턴도 어렵고, 모래 투성이라서 조심 조심 출발했다.

드뎌 올해 첫 장거리 라이딩이다.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올라온다.

양지IC 쪽으로 이동해서 1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8시 정도 그 길은 원래 막히는데다가 세상에 안개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잖아도 작은 사백이 브레이크 등이 잘 안보여서 뒷차가 나를 받을까봐 초긴장하면서 운전을 했다.

안개가 헬멧 쉴드에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린다.

장갑으로 닦아도 금방 다시 맺힌다.

이건 머, 구름 안을 달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나갔다.

같은 길 또 가는 것보다 새 길을 가고 싶었고, 네비가 보은을 지나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네비대로 가다보니 문경을 향하고 있었다.

이 네비가 교통 상황 반영해서 경로를 바꾼 것이다.

다음엔 이 기능을 꺼야겠다. ㅋ

난 보은 쪽으로 해서 산 길로 내려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립 히터를 켜고 달렸음에도 안개에 젖은 장갑때문에 손이 점점 시려웠다.

참고 달리다가 쉬어야 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에 삿갓봉 휴게소 이정표가 보였다.

문경 거쳐 가는 길에 이 휴게소는 국도 휴게소 치고 상당히 크고 깨끗해서 이 경로로 올 때는 여기서 쉬고 가는 일이 많다.

차라리 바뀐 경로가 좋은 것 같다. 이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어서 말이다.

그렇게 휴게소 직전에 있는 터널을 통과했는데!

터널 통과했더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세상에~


터널 통과하고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캔 커피와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이때가 9시 30분이었으니 두 시간 정도를 달려왔다.

따뜻한 커피가 손을 녹여주니까 손이 간질 간질하다.



다시 출발.

다시 보자 삿갓봉휴게소, 땡큐~

분명 봤던 길들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역시 좋다.

그리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라 더욱 경치 느낌이 좋다.

이제는 해가 나서 손이 덜 시려웠다.

즐겁게 달려갔다.

멋진 경치가 중간 중간 나왔지만, 그냥 달려갔다.

멈추기 귀찮아서. ㅋ

성주댐 근처에서 찍은게 전부였다.

그것도 1시가 다 되어가니까 더워서 방풍 점퍼 벗느라고. ^^;;



그러다보니 어느 새 진주에 도착했다.

시간이 당연 많이 남았다.

점심을 먹어야해서 식당을 찾던 중 냉면집 발견.

그래, 진주는 냉면이지~

유명한 진주 냉면 집은 아니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다.

근데?

오, 괜찮았다.

냉면의 면이 매우 굵었고, 그래서 씹히는 감이 좋았다.

고기 육전이 잘라져서 들어가 있었고, 육수 맛도 훌륭했다.

난 매우 만족.


맛있게 점심을 먹고 경상대로 이동해서 커피를 한 잔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오늘의 목적이었던 회의를 마치고 저녁 회식 장소로 이동,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인 카페 회원 방문.

진주에서 고성까지는 약 50분이 걸린다.

밤 주행이라서 조심히 달렸다.

고성이 다가 올 수록 깊이 밀려오는 바다 내음이 좋다.

문제 없이 도착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이 회원도 바쁘다.

올 초에 결혼도 하고, 개인 하고 싶은 일도 있는데 벌이로 하고 있는 일도 바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서 잠깐 앉아있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일어났다.

다시 진주 시내로 돌아오는 길.

중간 중간 동네 연결되는 시골길은 매우 어두웠다.

앞뒤로 차 한대 없었다.

그러다가 동네가 나오면 가로등 덕에 좀 밝았다.

그 어느 동네에서는 개가 길 바닥에 어슬렁 거려서 급히 클랙슨을 울렸다.

다행히 다다다 도망가서 길 건너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어둠 속에서 내 헤드라이트에 반사된 눈 빛이 빨간색이었다. 체형이 왠지 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녀석, 내 덕에 산 줄 알아라.

그런데 곧바로 비슷한 녀석이 내 앞을 또 가로질러 갔다.

그 놈은 밝은 곳을 횡단하고 있어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바로 바로~

너구리였다.

역시 시골에서는 너구리를 개처럼 보는구나. ㅎㅎ

다시 복귀한 진주 시내도 역시 멋진 도심의 밤 경치를 보이고 있었다.


예약했던 숙소로 들어가서 여장을 풀고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과 맥주 한 캔을 사 왔다.

숙소에서 씻고 라면과 맥주를 먹을 때, 참 사소하지만 행복하다.


깨끗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다음 날, 이제 복귀다.

토욜 아침이라서 진주 시내 길이지만 크게 막히지 않고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산청을 거쳐서 함양, 거창까지 3번 도로는, 우리나라 세로 축을 담당하는 주요 국도 중 하나여서 신호도 별로 없고 중앙분리대 있고, 왕복 4차로의 멋진 길이다.

이런 느낌.


이런 길이 있어서 고속도로를 못 타도 편하게 라이딩 할 수 있다.

외국인이 그러는데, 우리나라 국도가 관리가 잘되어 있다고 하더라.

나도 동의다.

그렇게 거창을 가면, 마리면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이 근처 지날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하며 지나간다.

거창도 가야산 자락에 있어 주변에 산이 많고, 시내로 계곡물이 흘러간다.

멋진 곳이다.


그 옆에 주상면이라고 있는데 이번엔 그곳을 통과했다.


이곳을 통과하는 길도 전후로 멋진 길이었다.

다음에 또 와 볼 길로 킵.

그렇게 무주까지 왔다.

무주에서는 또, 급한 경사길을 지나야 한다.

와인딩 하기에는 재미있는 길이다.



무주를 지나서 익숙한 길로 들어섰지만, 맨날 다니던 길 옆으로 우회했다.

메인 도로보다 그 옆의 길들은 훨씬 멋진 경치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지나가게된 영동군 심천면 역시 멋진 경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동네도 아담하니 이쁘다.


심천역이라는 폐역도 있고 이 동네 약간 지나서 궁촌재라는 곳에서 보는 경치도 멋있었다.

그리고 이 동네가 후지사과 최초 재배지란다.

변변한 종자가 없던 70년대, 후지사과는 새로운 맛이었고, 나 역시 어릴 때 후지사과를 먹어보았다.

맛은~ 기억 안난다. ^^





평소에 눈에 익지 않은 곳들을 신기하게 둘레 둘레 보면서 오다보니, 이제 익숙한 경치들이 보인다.

벌써 많이 올라온 것이다.

보은이다.

여기서부터는 청주지나 진천을 통과하면 용인이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열심히 달린다.

이 근처도 맨날 다니는 17번 도로를 벗어나면 멋진 경치가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경로를 다녀보지 않는 길로 짜서 가야겠다.


오후 3시 근처.

집에 도착했다.


잘 다녀왔다.

오늘도 희동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 줬다.

앞으로도 이 바이크 말고 다른 바이크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추가로 사고 싶은 바이크는 있다.

그 바이크를 데려와도 희동이와는 오랜 동안 같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 이미 많이 쌓였기때문이다.

이번 주행거리는 약 800km.


누적


다음에 또 와볼 곳.

경남 거창 주상면, 영동군 심천면


Leonard.

CBR650F 스티어링 댐퍼 장착 시 주의할 점, 장착 후 시험 주행 200km. 여주, 괴산

 CBR650F에 장착할 스티어링 댐퍼를 구매해 놨고, 드디어 장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주변 지인이 핸들 털림으로 사고를 당한 터라, 이게 없이 운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서 스티어링 댐퍼를 설치했다. 기본 설치는 유튜브 이곳에 잘...